우현 띵호와
2023. 1. 2. 03:19
하루살이는 정말 하루만 살까
염소가 어미의 환갑잔치를 마련하고 모든 동물을 불렀습니다.
왕개미, 하루살이까지 하객으로 왔으니
왁자지껄 식장은 난장판이었습니다.
나이 순서대로 상석부터 앉히기로 합의를 보았는데,
불여우가 불쑥 나와 말하기를
“세상에서 나처럼 아니 본 것이 없고, 아니 간 곳이 없고,
알지 못하는 것이 없으니 나만치 나이 많은 자가 없을 것이오.”
하고는 상석에 앉아버리니 어처구니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이때 갑자기 넙죽 거북이가 뱀 같은 목을 쭉 뽑고 흐느끼며 말했습니다.
“잠시 내 말을 들어보시오.
내 자식이 어릴 때 저곳에 은행나무 두 그루를 심어
수천 년 동안 잘 자랐는데, 천지개벽이 일어난다는 소문을 듣고
자식들이 은행나무를 베어 하늘의 둑을 막는 공사를 하다가
그만 지쳐서 죽었다오.
그 후에 저 나무뿌리에서 다시 싹이 나서 몇천 년을 자라더니
저처럼 커졌다오. 저 나무를 바라볼 때면 죽은 자식 생각에
그만 실례를 하게 된 것이오.
하여간 내 나이를 아는 것은 저 나무뿐이라오.”
이 말을 듣자 모든 동물이 나이 많은 어른을 몰라봤다고 하면서
여우란 놈을 쫓아버렸습니다.
동물들이 나이 다툼을 벌이는 설화를 읽고 있자니
거북이가 참 의뭉한 노인네로 보입니다.
게다가 이런 자리에서 하루살이는 명함도 못 내밀겠지요.
하루살이로서는 환갑이 무엇인지,
불여우나 거북이가 하는 말이 무엇인지 감도 잡지 못할 것입니다.
그 이름대로라면 바로 오늘 아침에 태어났고
조금 있으면 죽을 테니까요.
그래서 흔히 하는 말이 ‘하루살이 같은 인생’입니다.
그런데 하루살이는 정말 하루만 살까요?
하루살이는 오해를 많이 받는 곤충입니다.
여름에 강이나 하천을 걷다 보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곤충들이 얼굴로 마구 날아드는데요.
보통 하루살이로 알고 있지만 깔따구입니다.
하루살이는 깔따구보다 훨씬 커서 1센티미터쯤 되고
삼각형 모양으로 생긴 두 쌍의 날개와 두세 개의
긴 꼬리를 갖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하루살이에게 씌워진 오해는 해충이라는 점입니다.
그러나 반갑잖은 불청객이기는 해도 해충은 아닙니다.
2급수 이상의 수질에서 유충으로 서식하는 수질지표종이니
하루살이를 볼 수 있다면 물이 오염되지 않았다는 좋은 증거지요.
저녁에 하루살이가 떼 지어 날아다니는 것은
하루살이 생애의 처음이자 마지막 비행입니다.
하루살이의 수컷들은 황혼 무렵, 일제히 하늘로 날아올라
큰 무리를 지어 군무를 춥니다.
이때 암컷이 군무 속으로 뛰어들어 직선으로 날아가면
수컷이 잡아 멀리 날아가며 혼인비행을 합니다.
그런 후에 평균 천오백 개에서 3천 개 가량의 알을 낳는데,
물 표면에 떨어뜨리는 종부터 일부러 물속에 들어가
알을 숨겨놓는 종까지 다양합니다.
이렇게 산란한 후에 하루살이는 바로 죽습니다.
단 하루 동안 관혼상제를 다 치르는 격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살이가 결코 하루살이가 아닌 까닭이 있습니다.
하루살이가 낳은 알이 유충이 되어 물속에 사는 기간은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3년, 유충은 열 번에서 서른 번에 걸쳐
탈피 한 후에 주로 봄부터 여름 사이에 성충이 됩니다.
그런데 성충에게는 입이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먹지 못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오래 살 수가 없지요.
물속에서 2~3년 동안이나 애벌레로 살다가 겨우 껍데기를 벗고
성충이 되어 물 위로 날아올랐지만 주어진 시간은 짧게는 한 시간에서
길게는 이삼 일. 매미보다 더 기막힌 생을 살다 가는 곤충이
바로 하루살이입니다.
그러니 하루살이를 하루살이라고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성충으로서의 삶을 뜻합니다.
전체의 삶을 보면 결코 하루살이가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