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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룡유회 ( 亢龍有悔 )

우현 띵호와 2023. 6. 12. 22:03

항룡유회 ( 亢龍有悔 )

용이 눈물을 흘린다는 항룡유회(亢龍有悔)가 있다.

권세와 이익을 추구하느라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오르고 올랐던 용이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어

하루아침에 추락하면서 눈물로 후회한다는 뜻이다.

정상의 자리에 있을 때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다 보면

떠날 때 눈물을 흘리게 되어 있다.

결국 자리를 물러나게 되니 있을 때

잘하지 못한 걸 후회한다는 뜻이다.

권불오년이요 화무십일홍이다.

달도 차면 기운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진나라의 승상 이사(李斯)하면 항룡유회가 떠오른다. 

이사는 진나라 때 잘 나가다가 진시황제가

 갑자기 죽자 하루아침에 몰락을 길을 걸었다. 

일인지하(一人之下), 만인지상(萬人之上)의 

막강한 권세를 누리던 승상 이사가 간신 조고(趙高)의 

모함에 허리가 잘리는 형을 받아 죽음 직전에 

한탄하며 회한의 눈물을 흘린다. 

고개를 돌려 함께 죽게 될 

둘째아들을 바라보며 한 숨을 지었다.

“우리가 객지로 나와 관리를 하지 않고 

고향 상채현에서 살면서, 누렁이를 끌고 

토끼나 잡았다면 얼마나 즐거운 시간이 되었으랴. 

이제는 이런 생각조차도 사치스럽게 되었구나.” 

이사는 이렇게 처형 되었고 일족도 몰살되고 말았다. 

자신의 역량의 크기를 알고 역할의 본분을 다 해

그만둘 때가 되었다고 생각된다면 좌고우면하지 말고 

과감히 물러나야 한다. 

자리에 초연하여 욕심을 내려놓는 사람의 말년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권력은 불과 같다. 불을 잘 이용하면 

보온과 공작(工作)의 방편이 되고, 

어둠을 밝히는 횃불이 되어 존경과 사랑을 

받을 수 있지만, 잘못 사용하면 자신을 타죽게 할 수 있다.  

<주역>에서는 사람이 가진 기운의 단계를 

용의 승천에 비유하고 있다. 

“첫 번째는 잠룡(潛龍)이다. 

무명의 시기에는 연못 깊숙이 잠복해 있으면서 

꿈과 덕을 쌓으며 때를 기다린다. 

두 번째는 현룡(見龍)이다. 

세상에 이름이 알려져 명성을 얻듯이 

땅위로 올라와 자신을 드러낸다. 

세 번째는 비룡(飛龍)이다. 

하늘을 힘차게 나는 용은 황금기를 맞은 것이라 

제왕의 자리에 오르는 것과 같다. 

마지막은 항룡(亢龍)이다. 

명예와 권력이 하늘로 승천하는 용 같아 

그 기상이 한없이 뻗게 된다. 

하지만 하늘 끝가지 닿으면 남은 것은 

내려오는 일밖에 없다.”

인간은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부지런히 달려간다. 

그러나 지금 잘 나간다는 말은 끝을 향해 가는 것과 같다.

결국 그 자리에 도달하면 그것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깨닫게 된다.

그 자리에 이르기까지 해서는 안 될 말과 

행동을 한 것에 대하여 눈물을 흘리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어느 고급 공무원의 초고속 승진 직전 아들 문제로

추락하는 모습을 보면서 ‘항룡유회’와

‘이카로스’날개를 떠올린다.

꼭대기 까지 너무 빨리 올라간 용은 한순간에 추락하였고,

너무 잘나갔던 이카로스는 바다에 떨어져 죽는다.

반드시 후회의 눈물을 흘린다.

허무함을 느끼지 않고 눈물을 흘리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교만하지 말고, 권력을 남용하지 말고, 

남을 무시하지 말고, 사람의 마음을 얻으라고 말한다. 

지금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겠지만 

결국 끝까지 올라간 용은 내려오면서 

눈물을 흘리게 되어 있다.

항룡유회는 잘 나갈 때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에 대한

겸손의 미학을 강조한 옛 성현들의 답인 셈이다. 

‘올라갈 때 만나는 사람은 내려 올 때도 만난다.’라는 

말과 ‘극단을 조심하라! 

극단에 이르면 결국 반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말이 크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