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할머니 제사상 차리는 것 보니 음식솜씨가 어른이 다 되었구나 딸아, 네가 있어 내가 살고 있음을 나 감당할 수 없이 행복하구나 어느새 훌쩍 커 벼려 좋기도 하고 언젠가는 내 곁을 떠날 것이려니 하니 서운한 생각이 미리 들기도 하지만 네 등뒤에 선 내 작은 키가 오랜만에 당당해진다 딸아, 너도 엄마만큼 울고 싶을 때가 얼마나 많았으랴 가을날 쓸쓸한 강둑을 헤매는 엄마처럼 너도 가끔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겠지 이 어미 곁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내 가엾은 딸아 그러나 딸아 이 엄마는 아직도 이루지 못한 꿈이 횃불로 타오른단다 네 꿈도 활화산처럼 타올랐으면 좋겠다! 사람은 많이 가졌다고 행복한 것이 아니더구나 잘 생겼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더구나 주님 앞에 정직하고 순결한 삶을 살 수만 있다면 참 행복해질 것 같애 올해 한가위 명절에 할머니 제사상 차리는 네 손길 아직은 철부지 대학생 어린 나이로 근사한 제사상 차려낸 정성과 솜씨처럼 곱게 잘 살아가기를 훌쩍 커버린 네 키 아래서 나는 빌고 빌었다 그래도 바람이 불면 등 굽은 내 등뒤로 오너라 내 사랑하는 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