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화 김삿갓

방랑시인 김삿갓 (185) *백마강에 얽힌 전설.

우현 띵호와 2021. 9. 30. 23:13

방랑시인 김삿갓 (185) *백마강에 얽힌 전설.
낙화암에서 비탈길을 북쪽으로 걸어 내려오면,

강물이 눈앞에 굽어 보이는 곳에 절벽을 배경으로 한,

고란사(皐蘭寺)라는 절이 있다.

백쩨 때에 창건된 절로서 원래는 라고 불렀는데,

절 뒤에 절벽 바위 틈에 가 있다고 해서 절의 이름이 숫제 로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고란초는 난초의 일종이나 잎이 적은 기이한 난초이다.

포자(胞子)가 1년에 하나밖에 생겨나지 않아,
번식하기가 매우 어려운 음화(陰花) 식물이라는 것이다.

양지도 음지도 아닌 바위 틈의 습지에서만 자라는데

우리나라 에서는 오직 고란사 뒤의 절벽에서만 있다는 것이다.
김삿갓은 고란사 주지 스님으로 부터 이와 같은 설명을 듣고,
"그렇다면 고란초는 삼천궁녀의 원한이 식물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요 ? "
하고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고란사에서 백마강을 굽어보면,

강 기슭에 조룡대(釣龍臺)라는 바위 하나가 물 위에 솟아나와 있다.
그 바위에는 백제가 망하던 때의 슬픈 전설이 얽혀 있다.

백제를 치러 당나라에서 온 소정방(蘇定方)이 금강을 건너오는데

때마침 모진 바람이 불어 강물이 세차게 출렁이는 까닭에 강을 건널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강가에 있는 노인에게 고 물었더니,
그 노인은 이렇게 대답했다는 것이다.

"백제의 선왕이신 무왕(武王)께서 나라를 구하시고자

물 속에서 용으로 변해 조화를 부리시고 계시기 때문 입니다."

"무왕은 생전에 어떤 물건을 좋아했는냐 ? "
"무왕께서는 생전에 당신이 타고 다니시던 백마를 가장 사랑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소정방은 백마 한 필을 구해다가 한 칼로 백마의 목을 벤 후

그 머리를 미끼로 삼아 조룡대 바위에 걸터 앉아 낚시를 하여

커다란 용 한 마리를 낚아 올렸다.

그러자 풍랑이 잦아 들었고 소정방은 강을 무사히 건너가

백제를 멸망시킬 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그 바위를 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까지도 금강의 무명지류(無名支流)에 지나지 않았던

그 강을 그때부터는 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꿈꾸는 백마강​
백마강 달밤에 물새가 울어
잊어버린 옛날이 애달프구나
저어라 사공아 일엽편주 두둥실
낙화암 그늘에 울어나 보자
고란사 종소리 사무치는데
구곡간장 울울이 찟어지는 듯
누구라 알리요 백마강 탄식을
깨어진 달빛만 옛날 같구나

김삿갓은 어디선가 구슬프게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귀가 번쩍 틔였다.
그리하여 노랫소리가 들린곳을 유심히 살펴 보니,

조룡대 옆에 떠 있는 나룻배에서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김삿갓은 나룻배 사공을 향해 소리쳤다.

"노형 ,노랫소리가 기가막히는구료 !

그나저나 내가 배가 몹시 고픈데, 이 근처에 주막이 없을까요? "
그러자 뱃사공은 나룻배를 가까이 갖다 대며 말했다.
"어서 타시지요.

이 배를 타고 낙화암 절벽 밑을 감돌아가면 라는 나룻터가 나오지요.
거기에 가면 퇴물 기생이 열고있는 몽중몽(夢中夢)이라는 주막이 있다오."
"주막이름이 이라.... ? 그것 참, 이름부터가 멋있는 주막이구려.

그렇다면 나를 구두레 나룻터까지 데려다 주시오."

김삿갓은 백마강 물위에 둥실 떠서 낙화암을 돌아다보니

고란사는 물안개 속에 잠겨 아스라히 보였다.

그리하여 김삿갓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홍양호의 (洪良浩)의 주중망

고란사(舟中望 皐蘭寺)라는 시가 읊조려졌다.
비는 나룻배에 부슬부슬 내리고
백제의 왕기는 연기 속에 사라졌네
슬프다 천 년 동안 질탕하게 놀던 곳
희미한 등불 아래 중은 졸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