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청의 사랑방 이야기(153) 허불도사가 육갑을 짚어보는데 점을 보러온 선비가 도사 부인을… 땅거미가 스멀스멀, 남산골 골목에 내려앉았다. 갓을 눌러쓴 건장한 선비 한사람이 이리저리 골목을 돌아 어느 대문 앞에 다다랐다. 기둥 위에 늘어진 노끈을 당기자 짤랑짤랑 집안에서 방울 소리가 났다. 대문 기둥에 걸린 ‘占(점)’이라는 글자가 박힌 초롱이 바람에 흔들렸다. 선비를 맞이한 사람은 박가분 냄새가 퍼지는 젊은 여인인데, 엉덩이 윤곽이 드러나게 허리끈을 바짝 내려 매고 분홍색 치마를 곱게 차려입은 모습이 색기를 내뿜는다. 허불도사가 좌정하고 있는 사랑방으로 들어간 선비가 그와 마주보고 앉았다. 흰 수염이 성성한 허불도사가 “임자, 마숙차 한잔 내오시오.” 외치자 소반에 차를 들고 들어오는 사람이 바로 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