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치미 매사냥 재미에 빠지면 기둥뿌리 뽑아 가도 모른다. 잘 길들인 해동청 보라매 한마리는 열마지기 문전옥답 하고도 바꾸지 않는다. 말 타는 것은 셋째 한량이요, 첩을 두는 것은 둘째 한량이요, 으뜸가는 한량은 매사냥꾼 이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매사냥한다고 모두가 천하의 한량은 아니다. 매사냥꾼엔 두가지 부류가 있다. 매사냥을 즐기는 팔자 좋은 한량이 있는 반면 매사냥에 목줄이 걸린 사냥꾼도 있다. 그들은 길들인 매로 장끼· 여우· 족제비 등을 사냥해서 그것을 장에 내다 팔아 처자식을 먹여 살리는 것이다. 매사냥꾼 박서방이 매를 데리고 사냥을 나갔는데 운수 사납게도 박새 한마리를 낚아챈 매가 돌아오지 않고 산 너머 어디론가 훨훨 날아가 버렸다. 매에게 목줄이 걸린 박서방은 눈앞이 캄캄해져 산 넘고 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