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51

시치미

시치미 매사냥 재미에 빠지면 기둥뿌리 뽑아 가도 모른다. 잘 길들인 해동청 보라매 한마리는 열마지기 문전옥답 하고도 바꾸지 않는다. 말 타는 것은 셋째 한량이요, 첩을 두는 것은 둘째 한량이요, 으뜸가는 한량은 매사냥꾼 이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매사냥한다고 모두가 천하의 한량은 아니다. 매사냥꾼엔 두가지 부류가 있다. 매사냥을 즐기는 팔자 좋은 한량이 있는 반면 매사냥에 목줄이 걸린 사냥꾼도 있다. 그들은 길들인 매로 장끼· 여우· 족제비 등을 사냥해서 그것을 장에 내다 팔아 처자식을 먹여 살리는 것이다. 매사냥꾼 박서방이 매를 데리고 사냥을 나갔는데 운수 사납게도 박새 한마리를 낚아챈 매가 돌아오지 않고 산 너머 어디론가 훨훨 날아가 버렸다. 매에게 목줄이 걸린 박서방은 눈앞이 캄캄해져 산 넘고 물 ..

야설 2023.02.26

구수한 옛날 이야기 한자락

구수한 옛날 이야기 한자락 조선 숙종때 '이운봉'이란 사람이살았다. 열여덟 살 白面書生 '이운봉'은 단봇짐 하나 달랑 메고 문경(聞慶)새재를 넘고 탄금대(彈琴臺)를 지나 주막(酒幕)집에서 겨우 새우잠을 자며, 걸어걸어 '한양'에 다다라 '당주동' 구석진 여관에 문간방 하나를 잡았다. 과거가 한 달이나 남았지만 '한양' 공기도 쐬고 과거(科擧) 흐름도 잡을 겸 일찍 올라온 것이다. 허나,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한 달 동안 먹고 잘 일을 생각하면 앞이 캄캄하였다. 자신이 '행랑(行廊)아범 노릇을 하겠다'며, 좁은 문간방 값을 깎고 또 깎아 다른 방의 반값에 눌어붙었다. 밤늦게 외출했던 손님이 돌아올 때면 얼른 나가 대문을 열어 주기도 하고, 아침엔 일찍 일어나 마당도 쓸었다. 밥때가 되면 여관 밥은 비..

야설 2022.09.14

거지 처녀와의 하룻밤

거지 처녀와의 하룻밤 경주에 사는 김 씨 총각은 집이 꽤 부유했으나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습니다. 그는 장성하여 무과에 급제했으나 마땅한 벼슬을 얻지 못해 김선달이라 불렸는데 뇌물을 바쳐서라도 벼슬을 얻어야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어머니께 천냥을 받아 한양으로 올라왔으나 막상 지체 높은 관리를 만날 방법이 없었습니다. 김선달은 객점에 머물 곳을 정한 후 대갓집 청지기들과 매일같이 어울리며 기회를 엿보았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1년도 되지 않아 가지고 있던 돈을 다 탕진하였습니다. 그는 고향으로 내려가 천냥만 있으면 이번엔 고을 원이나 병사 자리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하자 어머니는 논과 밭을 팔아 다시 돈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하기를 몇 차례나 계속하다 보니 집과 땅을 다 팔고도 빚..

야설 2022.06.13

여자님 마음대로 하소서

여자님 마음대로 하소서 종심 從心의 나이를 넘었어도 여전히 알 수 없는 것이 여자의 마음인것 같습니다 까도 까도 끝이 없는 양파와 같다 할까요 예전엔 여자의 마음은 갈대 라고 했습니다 갈대처럼 이리저리 흔들리고 굳은 마음을 가지지 못하는 여자들의 특성을 비꼬는 말이지요 그렇기도 하지만 여자의 마음을 가장 우아하게 표현한 말이라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어쨌든 여자의 마음은 여자도 모른다는데 남자의 입장에선 모르는 것이 당연한 하지 않을까요 옛날 영국의 젊은 아더왕이 복병 伏兵을 만나 이웃나라 왕에게 포로 신세가 되었습니다 이웃나라 왕은 아더왕을 죽이려 하였으나 아더왕의 혈기와 능력에 감복하여 아더왕을 살려 줄 하나의 제안을 합니다 그 제안이란 그가 할 매우 어려운 질문에 대한 답을 아더왕이 한다면 아더왕을 살..

야설 2022.04.27

대관령 주막집 여인의 유혹

대관령 주막집 여인의 유혹 ​6월 초부터 피는 밤꽃 향기는 특이한 냄새를 풍긴다. 옛날에는 남자들의 정액 냄새와 비슷한 이 냄새를 ‘양향(陽香)’이라 불렀다. ​ 이 냄새에 취하여 부녀자들의 자세가 흔들릴까봐 밤꽃이 필 무렵이면 부녀자들은 외출을 삼갔고 과부는 몸가짐을 더욱 조신하게 처신했다. ​ “혼인으로 부부의 연을 맺었지만 나라에서 필요로 하는 큰 인물이 될 때까지 부부관계를 잠시 접고 한양에 올라가서 공부를 하세요. ​ 저는 친정에서 그림 공부나 하며 서방님의 입신양명을 기다리겠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80년 전, 아내의 청을 받아들여 한양으로 공부하러 간 선비가 있었다. ​ 혈기왕성한 나이에 아내와 떨어져 공부에 전념하던 선비는 꽃같이 예쁜 아내가 보고 싶어 아내와의 10년 약속을 어기고 처가를..

야설 2022.04.24

晩齋사랑방 이야기 편지○멸정( 滅情 )○

晩齋사랑방 이야기 편지○멸정( 滅情 )○ 아무리 정이 들어도 함께 갈 수가 없고, 가지고 갈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ㅡ정든 사람, 정든 물건과 작별하는 일이 멸정(滅情)입니다ㅡ ● 젊었을 적부터 "이 진사"는 , 부인 인 "여주 댁"을 끔찍이도 생각해, 우물에서 손수 물을 길어다가, 부엌으로 날라다 주고,ㅡ 동지 섣달이면,ㅡ 얼음장을 깨고, 빨래하는 부인이 안쓰러워 개울 옆에 솥을 걸고, 장작불을 지펴서, 물을 데웠다. 봄이 되면 아내"여주 댁"이 좋아하는 '곰취'를 뜯으러 깊은 산을 헤매고, "봉선화" 모종을 구해다가,ㅡ 담 밑에 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장날이 되면 "이 진사"는 "여주 댁"이 좋아하는 '검은 깨엿'을 가장 먼저 사서 조끼 주머니에 넣었다. "여주 댁"은 동네 여인들의 부러움을 한 몸..

야설 2022.01.14

조선야사 (朝鮮野史)

조선야사 (朝鮮野史 ) 귀신이 가르쳐 준 暗行御史 (암행어사) 朴文秀 (박문수)壯元及第 詩 (장원급제시) 가난한 한 선비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해 가을이 되었습니다. “나라의 경사스러운 일이 있어 특별 과거 시험을 보려고 하니 전국에 있는 젊은 인재들은 기회를 놓치지 말고 시험을 보라.” 마을 입구에 알림판이 붙었습니다. ‘또 한 번 도전을 해 봐?’ 조금 자신은 없었지만 선비의 마음은 벌써 한양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벌써 여러 번 과거 시험에 떨어졌기 때문에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지만, 달리 뾰족한 수도 없었습니다. “그 동안 최선을 다해 준비했습니다. 제발 이 번에는 과거에 급제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이렇게 간절하게 빌면서 길을 재촉했습니다. 과천 땅에 이르러 날이 저물었습니다. “벌써..

야설 2022.01.02

조선 명종때 전해오는 실화

조선 명종때 전해오는 실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더욱 심해진 고부갈등으로 고민에 빠져 있던 윤진사가 하루는 그의 아내를 불렀다 가정불화는 가정파탄의 원인이 되오 어머니가 얼른 세상을 떠나셔야 할텐데 아직 기운이 좋으시오 그렇다고 병나기를 바랄수도 없잖소 이런 생각이 불효는 되지만 칠십 노인이 그만 사셔도 원통할 것이 없으시니 차라리 밥에 약이라도 타드려서 얼른 세상을 버리시게 하고 싶소, 그런데 고민이요. 병환이 없이 갑자기 돌아가시면 외삼촌이 벼락같이 와서 원님에게 검시를 해보자고 할 것이요. 만약에 독살로 증명되면 매일같이 불화하던 며느리의 소행으로 인증할 것인데 . 차마 그렇게는 못하겠소. 방법은 한 가지 있소 ,부인이 한 달동안 거짓으로 효부의 행동을해서 동네 사람들에게 그 집 며느리는 효성스럽..

야설 2021.11.12

결혼전 남자 마음 확인

결혼전 남자 마음 확인 번듯한 직장인인 나는 오랬동안 사귀어 온 직장동료인 김모 양과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양가 상견례는 물론, 날짜만 잡는 일이 남았는데.. 어느날 와이프가 될 김모 양이 말하길... "집에 부모님도 여행가시고 아무도 없으니까 우리 집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자~" 라는 것이었다 . 여태껏 그 녀와 스킨쉽 한번 제대로 못해 본 나는 '이게 웬 횡재냐' 속으로 생각 하며... 못 이긴체. 나는 그러마 하고는 약속 당일 그녀의 집으로 찾아갔다. 벨을 눌렀다... 아니? 하지만 그 녀는 나오지 않고 그 녀의 여동생,즉 처제가 될 동생이 나오는게 아닌가? 처제가 될 여자라 항상 조심 스러우면서도 친하게 대 해 주었던 여자였다. (사실은 동생이 조금 더 발랄하고 이쁘긴 했다...) 처제 역..

야설 2021.11.12

찬모(饌母)의 눈물

찬모(饌母)의 눈물 이대감댁 하인(下人) 하녀(下女)들은 주인(主人) 내외(內外)를 하늘처럼 섬긴다. 주인의 인품(人品)이 훌륭해 잘못한 일이 있어도 눈감아 주거나 곱게 타이르지 고함(高喊) 한번 치지 않았다. 하인·하녀들이 짝지을 나이가 되면 이리저리 중매(仲媒)해서 혼인(婚姻)을 성사(成事)시켜 넓은 안마당에 차양막(遮陽幕)을 치고 번듯하게 혼례식(婚禮式)을 올려 준다. 허나 이대감(李大監) 내외가 가슴 아파하는 것이 하나 있었으니, 열두살 때 이 집에 들어와 이십년(二十年)이 넘게 부엌일을 하는 찬모(饌母)를 서른셋이 되도록 시집을 못 보낸 것이다. 박박 얽은 곰보 자국 때문이다. 얌전하고 일 잘하고 입 무거운 찬모는 얼굴 빼고선 모자람이 없는 색시감이건만 장가 오겠다는 총각(總角)이 없었다. 독실..

야설 2021.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