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사랑과 세월
술잔은 가면 오고
사랑도 새로이 오는데
세월은 그저 가기만 한다네.
술은 취하게 하고
사랑은 두 눈을 멀게 하는데
세월은 사람의 민낯을 가리려 한다네.
술잔은 비워지면 채워지고
사랑도 그리움으로 채워지는데
세월은 도무지 채울 길이 없다네.
술잔이 버거우면 버리면 되고
사랑도 힘들면 놓아버리면 되는데
세월은 당최 버릴 게 아무 것도 없다네.
술도 간택 하고
사랑마저도 간택 하는데
세월은 간택의 여지도 없다네.
술잔이 넘쳐나고
사랑이 넘쳐나도
세월은 귓가를 스치는
바람일 뿐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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