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이부답 (笑而不答)
웃을 뿐 대답하지 않는다.
[웃음 소(竹/4) 말이을 이(而/0) 아닐 불,
부(一/3) 대답 답(竹/6)]
‘웃는 낯에 침 뱉으랴’란 말대로 웃음은
뭇 사람들에게 슬픔을 가시게 하고 즐거움을 준다.
정신건강에도 좋다는 웃음도 지나치면 좋지 않다.
‘웃음 속에 칼이 있다(笑裏藏刀/ 소리장도)’거나
‘어리석은 자가 웃음이 많다(痴者多笑/ 치자다소)’라는
말이 있으니 말이다.
목적에 따라 만족감도 나타낼 수 있고,
비밀이나 악의를 드러낼 수도 있다.
그런데 웃음을 띨 뿐(笑而)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다(不答)는
이 성어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요즘 정가에서 딱 잘라 이야기할 수 없을 때
미소로 답하는 때가 많았는데 질문이 단순하여
대답할 가치를 못 느끼거나 어처구니 없을경우,
또는 긍정을 의미할 때도 있고, 반대의 경우라도
굳이 표현하기 싫을 때 등등이겠다.
詩仙(시선)으로 일컬어지는 唐(당)나라 李白
(이백, 701~762)의 시 구절에서 나왔다.
그는 詩聖(시성) 杜甫(두보)와 함께 李杜(이두)로 불린다.
이백은 술에 취해 일필휘지로 시를 썼고
두보는 推敲(퇴고)를 거듭하여 완성했다고 한다.
이백의 대표적인 시 ‘山中問答(산중문답)’은
궁중을 떠나 산속에 조용히 묻혀 살면서
자연과 함께 悠悠自適(유유자적)하는
심정이 잘 나타나있다. 4구절로 된 전문을 보자.
‘왜 푸른 산속에 사느냐고 내게 묻기에,
나는 웃을 뿐 대답은 않지만 마음은 한가롭네,
복사꽃잎이 떠 흐르는 물 아득히 내려가니,
여기는 신선 사는 별천지지 인간 세상이 아니로구나
(問余何事栖碧山 笑而不答心自閑
桃花流水窅然去 別有天地非人間/
문여하사서벽산 소이부답심자한
도화류수요연거 별유천지비인간).’
栖는 棲와 같이 깃들일 서, 窅는 깊고멀 요.
아득할 苗(묘)라 쓴 판본도 있다.
속세의 사람들이 물어도 대답을 않고
빙그레 웃기만 하는 것은 산속에 사는 사람의
즐거움은 본인만 느껴 알뿐 무어라 표현할 수 있으랴
하는 심정이다.
別有天地非人間(별유천지비인간) 마지막 구절도
자주 인용되는데 武陵桃源(무릉도원)같은
별천지를 가리킨다.
웃을 뿐 대답하지 않은 정치인은 많더라도
자신의 회고록 이름으로 쓴 김종필 전 총리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정치는 虛業(허업)’이라면서 즉답을 회피하고
미소로 답하는 것을 본뜨는 것은 아니겠지만
함께 하자고 했을 때 웃음 짓기만 했다고 한다.
왜 깊은 뜻을 모르고 자꾸 묻는가 하는 뜻도
있겠다. 그래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해석은 구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