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요 앞, 시궁창에서
오전에 부화한 하루살이는
점심 때 사춘기를 지나고
오후에 짝을 만나
저녁에 결혼했으며
자정에 새끼를 쳤고
새벽이 오자 천천히
해진 날개를 접으며 외쳤다.
춤추며 왔다가 춤추며 가노라.
미루나무 밑에서 날개를 얻어
칠일을 산 늙은 매미가 말했다.
득음도 있었고 지음이 있었다.
꼬박 이레 동안 노래를 불렀으나
한 번도 나뭇잎들이
박수를 아낀 적은 없었다.
칠십을 산 노인이 중얼거렸다.
춤출 일 있으면
내일로 미뤄두고
노래할 일 있으면
모레로 미뤄두고
모든 좋은 일은
좋은 날 오면 하고 미뤘더니,
가뿐 숨만 남았구나.
그 즈음
어느 바닷가에선
천 년을 산 거북이가
느릿느릿 천 년째
걸어가고 있었다.
모두 한평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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