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한국인 팔자를 고친 역사적 베팅

우현 띵호와 2023. 9. 5. 15:41

한국인 팔자를 고친 역사적 베팅

로제타 홀 여사

세계에서 나라 팔자 가장 사나웠던 우리
​자유 민주에 베팅하고서

2천년 악몽 벗어나 세계 10위권 국가 도약
​中과 우호 관계 바라지만 中 공산당에 베팅하라면

‘꿈 깨라’고 하고 싶다​
​사주(四柱)라고도 하는 팔자(八字)는

흔히 타고난 운명이나 숙명을 뜻한다.

사람은 누구나 타고난 삶의 조건이 있다.
​부잣집에서 태어나기도 하고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기도 한다.
​이 조건이 운명이자 숙명이기는 하겠지만 

절대 바뀔 수 없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은 모두가 안다.
​사람만이 아니라 나라에도 운명이나 숙명과 같은 팔자가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팔자가 가장 사나운 나라 중 하나일 것이다.

오랜 역사를 통해 중국과 같은 대륙 세력에 

끊임없이 시달림을 당했다.
​일본 같은 해양 세력에서 본 피해도 이루 말할 수 없다.
​큰 전쟁만 50여 차례 당했다.
​중국이 김일성과 모의한 6·25 남침은 한 사례일 뿐이다.
​왜구 정도의 침략은 헤아릴 수도 없다.
​나라를 통째로 들어 이사를 갈 수 있다면 

정말 이사 가고 싶은 숙명을 안고 살아온 것이 우리다.

그 숙명 중에 가장 가혹했던 것은 중국이라는 존재였다.
​육지로 바로 연결된 중국은 수천 년간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다.
​조선은 생존 전략으로 사실상 무력을 포기하고 

중국 밑으로 들어갔다.
​그에 따른 피해나 수모도 전쟁 못지않게 고통스러웠다.
​처녀들을 바치라, 금을 바치라, 은을 바치라, 

사냥용 매를 바치라, 말을 바치라는 등 

조공 요구는 끝이 없었다.
​바치라는 단위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안 그래도 물산이 부족한 나라가 거덜 날 지경일 때도 있었다.
​이 가혹한 조공을 피하고자 조선은 중국 조정을 

속이기 위한 거짓말이 생존 수단이 됐고 
그 잔재가 아직까지 남아 있다는 글도 읽은 적이 있다.
​뇌물로 조선에 가는 사신이 된 중국인들이 조선에 와서 

금과 은을 내놓으라며 부린 행패는 끔찍한 재앙이었다.
​중국이 러시아의 연해주 진입을 막는다고 

조선군 부대 파병을 요구하고선 조선군이 총을 잘 쏘자 
조선군 총을 다 뺏고 무장 해제한 일을 다룬 내용도 읽었다.

조선이 미국에 외교관을 파견하자 가로막고 

미국 대통령도 만나지 못하게 방해했다.
​20대 중국 애송이가 조선에 와 대신들을 때리고 

조선 왕 위에 군림하기도 했다.
​중국이라는 숙명 속에서 우리는 한 순간도 

빛나는 순간을 누리지 못했다.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 때

구한말 한국에 와 뼈를 묻은 미국 선교사들을 언급하는 것을

들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언더우드, 아펜젤러, 스크랜턴과 같은 분들은 

환생한 예수가 아닐까 느낀 적도 많다.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의 가장 뛰어난 사람들이 왜,

무엇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못살고, 가장 더럽고, 

가장 희망 없는 나라에 와서 자신과 가족의 모든 것을

바쳐 희생했을까.
​이들이 세운 학교와 병원은 

지금 우리나라의 한 뼈대를 이루고 있다.
​로제타 홀 여사는 가족 전체가 한국에서 봉사하다 

전염병으로 남편과 딸을 잃었다.
​둘을 한국 땅에 묻고도 한국을 떠나지 않고 

“한국에서 더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고대 병원, 이대 병원을 세우는 등 43년간 봉사하다 

미국으로 돌아갔지만 죽으면 한국에 묻어달라고 유언했다.
​지금 서울 양화진엔 홀 여사와 아들 부부까지 5명이 묻혀 있다.
​고개가 숙여지고 목이 멘다.

조선일보가 홀 여사를 보도했더니 한 분이 이런 의견을 보내주셨다.
​‘우리는 중국과 2000년 이상 관계를 맺어왔지만 

미국 선교사들과 같은 도움을 준 중국인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제 지식으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단 한 명 없습니다.
​그들의 억압과 행패만이 기억납니다.
​그런데 우리가 불과 100여 년 관계를 맺은 미국은 

세계 변방의 이 나라에 말로 다할 수 없는 도움을 주었습니다.
​우리와 함께 피 흘려 싸우고, 식량을 주고, 돈을 주고, 

미국으로 불러 가르쳤습니다.
​미국 세계 전략의 한 부분이기도 했겠지만 

중국과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지금 세계 10위권 국가가 된 것은 

우리 지도자들과 우리 국민의 노력 덕분입니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마침내 중국에서 벗어나 

미국을 만났다는 우리의 역사적 선택과 행운이 있습니다.’
​한국은 과거와 차원이 다른 나라가 됐지만 

중국은 한국과 맺은 관계를 과거 조선과 맺었던 관계로 

고착시키려 하고 있다.

한국 대통령 특사를 중국 지방 장관이 앉는 자리에 앉혔다.
​시진핑은 미국 대통령에게 “한반도는 중국의 일부였다”고 했다.
​주한 중국 대사는 계속 부국장급 정도의 하급 관리를 보내고 있다.
​모두 의도하고 계산한 행동이다.
​그 중국 대사가 얼마 전

“한국이 중국에 베팅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앞으로도 중국과 정상적이고 대등한 우호 관계를 맺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 특히 중공(중국 공산당)에 ‘베팅’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미국에 베팅한 것도 아니다.
​정확히는 한국과 미국 모두 같은 베팅을 했다.
​그것은 자유와 민주주의에 한 베팅이다.
​이 베팅으로 한국은 팔자를 고쳤다.
​2000년 악몽을 벗어났다.
​중국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면 꿈을 깨야 한다.

양상훈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