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글

자식이 뭘까

우현 띵호와 2023. 12. 10. 18:21

자식이 뭘까

남편을 먼저 떠나 보내고 해녀질로

물 숨 참으며 숨비소리 한 번이

자식들의 연필이 되고 공책이 되어가며

참을 수 있었던 만큼의 행복은 간 곳 없이.

 

'형~ 엄마가 암이래"

지금 이 상태로는 수술도 힘들고

길어봐야 6개월이라며 집에 모셔서 맛있는거나

많이 해드리라고 방금 의사가 말씀하고 가셨어요."

"그럼 간병은 누가 하지"

"난 간병 못 해요."

"저도 못 해요.

수빈이 학원 여섯 군데 따라 다니는 것만 해도

하루가 모자랄판인데, 간병할 시간이 어디 있어요"

"그럼 요양병원으로 모시는 건 어때?"

"미쳤어 형! 요양병원에 매달 들어가는 돈은 어쩌고?"

"어머니 집 있잖아요 그거 팔아서 하면 되겠네요."

 

이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유일한 별이라 말 해주던 

내 아들들의 입에서 나온 말을 병실 안에서

듣고 있던 엄마의 두 빰에 흘러내리고 있는

눈물이 강이 되어 흐르다 하얗게 밝아온 다음 날

"엄마가 사라졌어..."

"병원에서도 모른대"

 

자식 없는 엄마는 있어도 엄마 없는 자식은 없다 했건만

엄마라고 애 터지게 부르던  그 때의 자식들이 맞는지

때가 되어야 분명해지는 것들이 주는 앎 속에사

회한의 눈물을 머금고 떠나간 엄마의 상처는 아랑곳 없이

세상 이곳저곳을 찾아 다니던 두 아들은

어둠이 먹칠한 하늘을 따라 사라진 엄마의 흔적을 쫒다

결국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기에 이으렀다.

 

"5년이 지나야 사망신고를 할 수 있대.

그러려면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 근거가 있어야 한대."

"저도 알아 봤는데 재산 상속을 받으려면

해 놓는게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전단 같은 거 돌리는 것도 법적인 근거가 된대요."

찾는 척이라도 해야지 주위 이목도 있는데..."

"이런 자식들 키우느라 애터지게 내 목에 들어가는

물 한 모금 아껴가며 산 시간을 더듬어 보며 이름 모를

거리를 헤매 다니고 있을 엄마의 슬픔은 타다 만

종이 위 그림자들 처럼 까만 그을음으로 남겨지던 어느 날, 

자식을 먼저 떠나 보내지 않으면 부모가 버려진다는

세상 떠도는 이야기를 밑천 삼아 전단지를 들고

지하철 근처에서 뿌려대는 시늉을 해대던 두 아들 내외는

"형! 밥 먹고 하자"

"일단 네 형수하고 뿌리는 거 사진이나 찍어줘."

"아 ~ 힘들어! 이 짓 죽어도 못 하겠다."

"애들 학교에서 오면 배 고플텐데,

도련님 그냥 업체에 맡기는 게 어때요?"

 

지나면 희미해질 이 순간을 가슴에 담아 놓고 싶지 않았던

두 아들 내외 앞에  엄마의 이름 없는 날들이

37일째 흐르다 멈춰 서던 날 고시텔에서 쓰레기를 버리려

나오는 비슷한 사람을 봤다는 제보를 듣고 달려간 두 아들은

"엄마"

"어머니"

"누구세요?"

본인들을 알아보지 못하는엄마를 두고 마실나간

바람을 따라 집으로 돌아온  두 아들은 소주잔을

사이에 두고 앉았습니다.

"형~ 차라리 잘 된거 아냐"

"..........."

"엄마 치매로 요양병원 입원 시키고 법원에

후견인 신청해 이집 처분하는게 어때?"

"내 생각도 그렇긴 한데....."

"형도 어차피 사업 자금이 더 필요하잖아"

"나도 애들 유학 보내달라는 성화에 하루하루가 지옥 같아"

"도련님~ 뭘 복잡하게 그렇게까지 해요

어차피 얼마 못 사실텐데..."

이 슬픔이 슬픔으로 끝나지 않기를 기도하며

떨어져 갔을 엄마의 아픔보다

자신들의 살길이 먼저인 두 아들 내외의 귀에

((딩~동))

"누구세요?"

"천마 복지재단에서 나왔습니다."

"무슨일로 오셨는데요?"

"어머니 되시는 김복녀여사께서 한 달 전 이 집을

우리 복지 재단에 기부하셨습니다."

"네~에?"

 

새벽불 밝히고 서 있는 가로등을 디딤돌 삼아

엄마가 머물렀던 쪽방촌으로 찾아 온 두 아들은

흐르는 물에는 뿌리 내릴 수 없는 나무가 되어

사라진 자리에 놓여있는 손편지 위 열쇠를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미쳤군 미쳤어! 그냥 조용히 죽지,

왜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래..."

"엄마가 우릴 못 알아본 게 아니었어"

 

자식 사랑의 끝에서 다 타고 하얗게 재만 남은 것 같은

후회를 안고 멀어진 엄마가 선택한 건 행복이었다는 걸

모르는 두 아들은

"내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거든

그 열쇠 안에 있는 것과 함께 묻어다오"

죽음도 삶의 한 조각이라며 쪽지에 적힌 엄마의 마음보다

열쇠 하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두 아들은 삶의 무게를

쥐고 나간 엄마의 아픔을 가슴에 담아 놓기 싫은 듯

하얗게 밝아오는 새벽까지 술로 지워 내더니

"맞아요... 설마 자식인데 아무것도 남겨주지 않겠어요"

"분명 땅 문서나 유언장 그런게 든 열쇠 같아요"

 

어디가 내가 버려질 곳인지 보이는 곳마다

지뢰밭 같은 불안을 안고 사는 노인들의 이야기가

눈물이 되어 바다로 흘러갔을 엄마 보다 그 열쇠가

지하철 물품 보관함 열쇠란 걸 더 먼저 알아낸

두 아들 내외는 "설마 어머니가 자식들과 손자들 한테

십원도 안 남기고 다 줄리 없잖아"라며

열어본 사물함에는 자신들이 돌리던 전단지 한 장이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습니다.

 

내 아들들이 날 찾고 있었구나"

내 아들들이 찾고 있는 그 모습이 이승에서 느끼는

마지막 행복이었다며 빨간 노을에 멍든 계절이 지는

어느 이름없는 가을날을 따라 세상을 떠나가고

있었습니다.

 

자식 사랑은 바람에 그린 그림이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