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글

한평생

우현 띵호와 2024. 1. 23. 17:55

한평생  

요 앞, 
시궁창에서 
오전에 부화한 하루살이는

점심 때 사춘기를 지나고
오후에 짝을 만나 
저녁에 결혼했으며
자정에 새끼를 쳤고
새벽이 오자 천천히 
해진 날개를 접으며 외쳤다. 

"춤추며 왔다가 춤추며 가노라!"

미루나무 밑에서 날개를 얻어 
칠일을 산 늙은 매미가 말했다.

"득음도 있었고 지음이 있었다." 

꼬박 이레 동안 노래를 불렀으나 

한 번도 나뭇잎들이 박수를 

아낀 적은 없었다.

칠십을 산 노인이 중얼거렸다. 
"춤출 일 있으면 내일로 미뤄두고
노래할 일 있으면 모레로 미뤄두고
모든 좋은 일은 좋은 날 오면 하고 

미뤘더니 가뿐 숨만 남았구나."

그 즈음 
어느 바닷가에선 천 년을 산 거북이가

 느릿느릿 천 년째 걸어가고 있었다.
"모두 한평생이다!"


재미있고 해학적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큰 詩다. 

하루를 살았건 천 년을 살았건 
한평생이다. 

하루살이는 시궁창에서 태어나 
하루를 살았지만 
제 몫을 다하고 갔다. 

춤추며 왔다가 춤추며 간다고 외쳤다니, 
그 삶은 즐겁고 행복한 삶이었을 것이다.

매미는 7년을 넘게 땅 속에서 굼벵이로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7일을 살고 가지만 
득음도 있었고 지음도 있었다니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인간은 음을 알고 이해하는데 

10년은 걸리고 소리를 얻어 자유자재로 
노래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자면 
한평생도 부족하다는데, 
매미는 짧은 生에서 다 이루었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사람은 
기쁘거나 즐거운 일이 있어도 
즐기지 못하고 
모두 다음으로 미룬다.
 
모든 좋은 일은 
좋은 날이 오면 하고 미뤘더니 
가뿐 숨만 남았다니 
이 얼마나 허망하고 황당한 일인가. 

무엇이 그리 바쁜지 
맹목적으로 허둥대며 살다가 

후회만 남기고 가는 게 
우리네 인생인가보다.

천 년을 산 거북이는 
모든 걸 달관한 듯 
세상에 바쁜 일이 없어 보인다.

느릿느릿 걸어도 제 갈 길 다 가고 
제 할 일 다 하며 건강까지 지키니 
천 년을 사나 보다. 

그러니까 
하루를 살던 천 년을 살던 
허긴 모두가 일평생이다.

이 詩에서 보면 
하루살이는 하루살이대로 
매미는 매미대로 
거북이는 거북이답게 
모두가 후회 없는 삶인데 
유독 인간만이 
후회를 남기는 것 같다. 

사람이 죽은 뒤 무덤에 가보면 
껄 껄 껄 하는 소리가 난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

웃는 소리가 아니라 
좀 더 사랑할 껄
좀 더 즐길 껄
좀 더 베풀며 살 껄
이렇게 껄껄껄 하면서 
후회를 한다니 
이 얼마나 어리석고 미련한 일인가. 

일면, 
재미있어 보이는 이 詩가 
사람들에게 많은 교훈과 
깨달음을 주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은가?
만물의 영장인 인간만이  
깨달음을 알기까지 
한 평생 살아도 모자라는 
시사점을 주는 점, 

이글 읽고 
인생은 마음에 따라서 
변하는 욕심이 아니겠는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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