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처작주(隨處作主)
어느 곳이든 주인이 된다.
[따를 수(阝/13) 곳 처(虍/5) 지을 작(亻/5) 주인 주(主/0)]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는 자기 자신이다.
동물까지도 그렇다.
‘어떤 여우도 자기 꼬리를 자랑한다’는 몽고 속담이 말해준다.
아무리 남을 위하고 도와주는 것을 천직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자기가 있고 난 연후에 가능하다.
우주 가운데 자기보다 더 존귀한 존재는 없다는
唯我獨尊 (유아독존)은 석가모니가
처음 태어났을 때 한 말이라 한다.
이런 말을 믿고 세상에서 자기 혼자 잘 났다고
뽐낸다면 자신을 잘 모르는 사람이다.
부처님은 자기의 육체만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라
天上天下 (천상천하)의 모든 생명이 존귀하다는 뜻의
말씀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귀중한 존재라면 어느 곳에 가더라도(隨處) 주인이 되라
(作主)고 한 좋은 말도 불교 어록에서 나왔다.
중국 唐(당) 나라의 선승 義玄(의현)선사는
禪宗(선종)의 한 파인 臨濟宗 (임제종)을 융성시켰다는 평을 듣는다.
스님이 입적한 후 제자 三聖慧然(삼성혜연)이 스승의
언행을 모아 수록한 ‘臨濟錄(임제록)’에 이 성어가 들어 있다.
이어지는 말은 어디를 가든지 주인이 된다면
立處皆眞(입처개진) 이라며 서 있는 그곳이 바로
진리의 자리라고 깨우친다.
어디에 가더라도 주체적으로 살고 어디서나 주인 노릇을 할 때
하는 일이 온전한 나의 일이 되고 삶이 될수 있다고 풀이한다
隨處爲主(수처위주)라고도 한다
앞뒤 내용을 더 살펴보자.
‘밖을 향해서 공부하지 말라, 그것은 어리석은 자의 짓일 뿐이다.
(向外作工夫 總是癡頑漢/ 향외작공부 총시치완한),
그대들이 어디를 가나 주인이 된다면,
서있는 곳마다 그대로가 모두 참된 것이 된다
(爾且隨處作主 立處皆眞/ 이차수처작주 입처개진),
어떤 경계가 다가온다 해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境來回換不得/ 경내회환부득).’
어떤 상황에 놓이더라도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창의적으로
행동하면 그 자리가 행복을 가져 온다는 말씀이다.
이렇게 보면 주변 환경이 어렵더라도 자신이 만족하여
사는 곳이 제일이라는 당나라 시인 劉禹錫(유우석)은
陋室銘 (누실명)의 구절과 통한다.
‘이 집은 누추하더라도 덕이 있어 향기롭다.
(斯是陋室 唯吾德馨/ 사시누실 유오덕형).’
어느 곳에나 주체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하는
주인의식을 갖는다면 그 사람이 속한 단체나 조직은 발전할 것이다.
주인이 된 마음자세는 무엇에 의지하지 않고 행동하며
잘 안 되더라도 핑계를 대지 않아야 빨리 일을 익히고 성공할 수 있다.
지금 있는 곳이 마음에 들지 않아 불평만 늘어놓는다면 상황을
벗어나는 시간만 지연될 뿐이다.
주인의식을 가질 곳도 없다고 환경만 탓해서는
있는 곳이 진리가 아니고 행복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