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병촉지명(炳燭之明)

우현 띵호와 2021. 7. 19. 20:37

병촉지명(炳燭之明)

밝은 촛불의 빛, 노년의 배움의 재미

[불꽃 병(火/5) 촛불 촉(火/13) 갈 지(丿/3)

밝을 명(日/4)]

 

자그마한 초 하나가 빛을 발한다.

자신의 몸을 태우면서 스스로는 비추지 않고

주위를 환하게 밝힌다.

 

시인들은 그것을 겉으로는 눈물짓고 속이 탄다고 했고,

타인을 위한 희생으로 느낀다.

 

‘촛불 하나가 다른 촛불에게 불을 옮겨 준다고

그 불빛이 사그라지는 건 아니다’고

박노해 시인이 잘 표현했다.

 

그뿐 아니다.

색깔을 입힌 신방의 華燭(화촉)은 가냘프지만,

촛불이 하나둘 야간의 광장에 모이면 추모하는

의미에서 거대한 혁명을 이뤄내는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렇게 촛불의 다양한 의미를 사그라지는

절망속에 희망을 갖다 주는 존재로 표현한 것이

초의 불꽃(炳燭)이란 이 성어다.

 

중국의 악성으로 불리는 師曠(사광)은

소리만 듣고도 길흉을 점치는 능력을 가진 현인이었다.

 

하지만 그는 마음을 집중하기 위해 쑥 잎을 태운

연기를 눈에 씌어 앞을 못 보는 장님이었다.

 

그래서 사광은 春秋時代(춘추시대) 晉(진)나라의

平公(평공)을 도와 즉위 초기에는 주변 여러 나라가

감히 엿보지 못하는 강국으로 위세를 떨치게 했다.

 

새소리만 듣고도 적의 침입을 알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평공이 나이가 들어 노쇠했을 때 사광과 나눈

대화에서 초의 불꽃 비유가 나온다.

 

戰國策(전국책), 新序(신서) 등 많은 저작을 남긴

前漢(전한)의 학자 劉向(유향)의 ‘說苑(설원)’에 실려 있다.

 

고대의 제후나 선현들의 행적을 모은 이 책의

建本(건본)편을 보자.

평공이 70이 되어 공부를 하려 해도 늦은 것이

아닐까 하자 촛불을 밝혀보라고 사광이 답한다.

 

말장난 같다며 화를 내는 평공에게 차근차근 설명했다.

 

‘젊어서 배우기를 좋아하는 것은 떠오르는 아침 햇살과 같고

(少而好學 如日出之陽/소이호학 여일출지양),

 

장년에 좋아 하면 중천에 떠 있는 해와 같으며

(壯而好學 如日中之光/장이호학 여일중지광),

 

노년에 공부함은 촛불의 밝음과 같습니다

(老而好學 如炳燭之明/ 노이호학 여병촉지명).’

 

사광의 지혜에 평공이 감탄했음은 물론이다.

가냘픈 몸집에 희생만 하다 힘을 모으면

거대한 힘을 발휘하는 촛불이 노년층에

희망을 주는 상징이 되니 흥미롭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평균수명이 늘어난 데다

출산율은 점차 줄어 급속도로 고령사회에

진입했기에 더욱 관심을 끈다.

 

노인 빈곤층이 어느 나라보다 높다는 악조건에도

활동하는 노인층이 늘어나는 것은 건강한 사회를

이루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뒷방 늙은이로 퇴물 취급당하는 것보다 생활이든,

취미든 어떤 방면이든지 촛불이 밝히는 희망을

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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