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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사는 게지

우현 띵호와 2022. 10. 23. 18:15

그렇게 사는 게지~

​세수 남 보라고 씻는가?
머리 감으면 모자는 털어서 쓰고 싶고
목욕하면 헌 옷 입기 싫은 기 사람 마음이다.

​그기 얼마나 가겠노만은 날마다 새 날로 살라꼬
아침마다 낯도 씻고 그런 거 아이가.
안 그러면 내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낯을
왜 만날 씻겠노?

​고추 모종은 아카시 핀 뒤에 심어야 된다.
배꽃 필 때 한 번은 더 추위가 있다.

​뻐꾸기가 처음 울고 세 장날이 지나야
풋보리라도 베서 먹을 수 있는데 처서 지나면
솔나무 밑이 훤한다 안 카더나.

​그래서
처서 전에 오는 비는 약비고, 

처섯비는 방 십리에 천 석을 까먹는다 안 카나.
나락이 피기 전에 비가 쫌 와얄 낀데....

​들깨는 해 뜨기 전에 털어야 꼬타리가 안 뿌사지서 일이 수월코,
참깨는 해가 나서 이슬이 말라야 꼬타리가 벌어져서 잘 털린다.

그나저나 무신 일이든 살펴봐 감서 해야 한다.
​까치가 집 짓는 나무는 베는 기 아니다.
뭐든지 밉다가 곱다가 하제.
밉다고 다 없애면 시상에 뭐가 남겠노?

낫이나 톱 들었다고
살아 있는 나무를 함부로 찍어 대면
나무가 앙 갚음하고

괭이나 삽 들었다고 막심으로 땅을 찍으면
땅도 가만히 있지 않는 기다.

​세상에 씰데 없는 말은 있어도
씰데없는 사람은 없는 기다.

​나뭇가지를 봐라.
곧은 건 괭이자루,
휘어진 건 톱자루,
갈라진 건 멍에,
벌어진 건 지게,
약한 건 빗자루,
곧은 건 울타리로 쓴다.

나무도 큰 넘이 있고 작은 넘이 있는 것이나,
여문 넘이나 무른 기 다 이유가 있는 기다.

​사람도 한가지다.생각해 봐라.
​다 글로 잘나면 농사는 누가 짓고,
변소는 누가 푸노?

​밥 하는 놈 있고 묵는 놈 있듯이,
말 잘 하는 놈 있고 힘 잘 쓰는 놈 있고,
헛간 짓는 사람 있고,

큰 집 짓는 사람 다 따로 있고,

돼지 잡는 사람,
장사 지낼 때 앞소리 하는 사람
다 있어야 하는 기다.

​하나라도 없어 봐라.
그 동네가 잘 되겠나.

​내 살아보니 짜달시리
잘난 넘도 못난 넘도 없더라
하기사 다 지나고 보니까
배우나 못 배우나 별 다른 게 없더라.
사람이 살고 지난 자리는,
사람마다 손 쓰고 마음 내기 나름이지
많이 배운 것과는 상관이 없는 갑더라.

​거둬감서 산 사람은 지난 자리도 따시고,
모질게 거둬들기만 한사람은
그 사람이 죽고 없어도 까시가 돋니라.

​우짜든지 서로 싸우지 말고 도와 감서 살아라 캐라.
다른 사람 눈에 눈물 빼고 득 본다 싶어도 

끝을 맞춰 보면 별 거 없니라.
누구나 눈은 앞에 달렸고,
팔다리는 두개라도 입은 한개니까

​사람이 욕심내 봐야 거기서 거기더라.
갈 때는 두손 두발 다 비었고.
말 못하는 나무나 짐승에게
베푸는 것도 우선 보기에는 어리석다 해도
길게 보면 득이라.

​모든 게 제 각각,
베풀면 베푼대로 받고,
해치면 해친 대로 받고 산지라.

​하매 사람한테야 말해서 뭐하겠노?
내사 이미 이리 살았지만 너그는 우짜든지
눈 똑바로 뜨고 단디 살펴서,

​마르고 다져진 땅만 밟고 살거라이.
개가 더버도 털 없이 못 살고, 

뱀이 춥다꼬 옷 입고 못 사는 기다.

​사람이 한 번 나면,
아아는 두 번 되고
어른은 한 번 된다더니,
어른은 되지도 못하고
아아만 또 됐다.

​인자 너그 아아들 타던 유모차에
손을 짚어야 걷는다.

세상에 수월한 일이 어디에 있나
하다 보면 손에 익고 또 몸에 익고
그러면 그렇게 용기가 생기는 게지
그렇게 사는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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