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수기포(割鬚棄袍)
수염을 자르고 도포를 버리다, 황망히 도주하다.
[벨 할(刂/10) 수염 수(髟/12) 버릴 기(木/8) 도포 포(衤/5)]
곤란에 처하거나 불리함을 알았을 때는
즉시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병서 三十六計(삼십육계)에 나오는
유명한 마지막 走爲上計(주위상계)다.
최후의 판단은 그렇더라도 사전에
잘 대비하는 것만 못함은 말할 것도 없다.
전장에서 판단을 잘못하여 후퇴를 할 때
어떻게 해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가는 장수에 달렸다.
모양 빠지게 우두머리가 먼저 황망히
도주하는 모습을 풍자하는 것이 이 성어다.
나중 삼국을 통일하게 되는 曹操(조조)가
한 싸움에서 패하여 달아날 때 수염을 자르고(割鬚)
홍포를 벗어버린(棄袍) 것을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삼국시대 蜀(촉)나라의 劉備(유비)는 關羽(관우),
張飛(장비)와 결의형제하고 세력을 떨치던 중
서기 219년 독립하여 한중왕에 올랐다.
유비가 전장에서 뛰어난 활약을 한 장수들을
오호장군이라 불렀는데 이 중에서 馬超(마초)가
바로 조조를 혼쭐나게 한 사람이다.
마초는 조조를 제거하려다 사전에 발각돼
처형된 부친 馬騰(마등)의 원수를 갚기 위해 눈에 불을 켰다.
마침내 潼關(동관, 潼은 물이름 동)이란 곳에서
복수할 기회가 왔다.
마초는 긴 창을 들고 조조를 호위하던 장수를 물리친 뒤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다.
조조군은 우왕좌왕하며 혼란에 빠지고,
조조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나기 바빴다.
마초의 군사가 쫓으며 붉은 전포를 입은 사람이
조조라 하자 깜짝 놀라 벗어버리고 도망쳤다.
수염이 긴 놈을 잡으라고 소리치자 조조가
이번엔 검으로 수염까지 자르고 달아났다.
이렇게 쫓기는 모습을 후세 사람들은 이렇게 노래했다.
‘정신없이 쫓긴 조조 비단 전포를 벗어던지고,
검으로 수염까지 잘랐으니 간담이 서늘했을 것
(孟德愴惶脫錦袍 劍割髭髯應喪膽/
맹덕창황탈금포 검할자염응상담).’
愴은 슬플 창, 惶은 두려울 황, 髭는 윗수염 자,
髯은 구레나룻 염. 孟德(맹덕)은 조조의 자.
‘三國演義(삼국연의)’에 실린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