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극필반의 원리
바야흐로 AI시대가 서서히 인간 앞으로
그림자처럼 다가오고 있다.
이를 방증하다시피 금년도 노벨상의
주요부문을 AI연구자들이 거머쥐었다.
인간의 편리와 효율을 위해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인간 대체인 AI가,
생성‧창조까지의 영역을 넘어
인간의 성역을 건드리고 있다는 사실은
생경스럽기도 하고, 인간 최고의
기술극치를 달성했다는 사실이 대단하다.
그러나 마냥 위대한 인류의 업적이라고만
치부하기에는 뭔가 꺼림칙하다.
모 영화의 한 장면이 눈앞에 그려지며
섬뜩한 불안감을 지울 수가 없다.
부모는 외로운 어린아이의 친구로 AI로봇을 들였고,
로봇은 아이에게 해코지하는 동물이나
다른 사람에 몰래 접근해 복수했다.
부모가 이를 눈치채고 로봇을 해체시키려 하자
생존위협을 느낀 AI가 거꾸로
그 부모를 해치려 하는 스토리다.
필자는 매일 글로벌시장에서 회자되는
AI 열광을 보고 머리에 두 가지가 떠올랐다.
하나는 긍정적 얘기고 다른 하나는 부정적 얘기다.
첫째는
인간의 한계는 끝이 없다.
상상하면 실현되고 만다.
기술이 다른 기술을 접목하여
또 다른 기술을 탄생시키고
이는 또 다른 기술을 뒷받침해
뜻밖의 기술을 생성시키는 연쇄적인
기술발달의 파급효과가 끝없이
펼쳐질 것임은 틀림없다.
AI 뒤의 어떤 기술이 또 체인저 역할을 할지
자못 궁금하다.
둘째는
물극필반(物極必反)의 두려움이다.
즉 어떠한 사물이 극에 도달하면
반드시 거꾸로 반전되어 부메랑효과가
온다는 자연의 섭리다.
건강한 사람이 갑자기 심정지가 오는 이유는
정신적‧육체적으로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한
물극필반의 현상이다.
자연의 복잡한 법칙을 넉 자로 기막히게
설명한 물극필반 이라는 고사성어는
중국 당나라 여황제로 등극해 최고 권력으로
나라를 독점한 측천무후 때
신하인 소안한이 만든 것이다.
무후는 본래 고구려를 침범하고
당나라를 태평성대로 이끌어 성군으로
추앙받고 있는 당태종의 후궁이었다.
당태종이 죽자 절에 비구니로 들어갔지만
곧이어 고종의 후궁으로 들어갔고 결국에는
어린 황제를 폐위시키고 스스로 황제자리에 올라
천하를 막강한 권력으로 통치했다.
이때 신하인 소안한은
“당신이 아직까지 황제자리에 있지만
사물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한다” 며 상소했다.
그러나 무후는 이를 듣지 않고 천하를
더 세게 호령했지만 결국 친위군에 의해
폐위되고 만다.
AI 기술이 지나치게 발전하면 부작용이
반드시 생겨난다는 점을 우리 인간은
절대 관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AI 때문에 전문지식을
독점하는 전문가의 경계가 사라지고
숙련도의 경계가 사라지며,
업무의 경계가 사라지며 또한 AI가
모든 것을 종합해 해석, 판단을 내리는
리더의 신분을 가지게 되어 인간은 단지
이의 결과를 지켜 보기만 할 뿐이다.
그런 까닭에 그로인한 도출물이 옳음인지
그름인지 판단하기 불가능하며 왜 그런지를
묻기도 어렵다.
결국에는 기술의 극치 AI로 인해 인간이
그에 종속 지배되고 무지무능으로 반전됨은
바로 물극필반의 당연한 자연법칙이라고 말할 수 있다.
슈바이처 박사는 인간의 진정한 비극은
몸이 병든 것이 아니라 인(仁)과 의(義)와 같은
인간 본연의 영혼이 죽어가는 것이 비극이라 했다.
인간이 만든 AI로 인해 스스로 나락을 자처한
피지배자로서의 우리 모습은, 어쩌면 인간이 만든
극치의 문명과 복잡세계에서 스스로
쉬어야 되겠다는 일종의 심정지 현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AI시대에 과연 어떤 AX(AI Tranformation)가
이루어질지 최대의 궁금증이고 관건이다.
다만 인간의 끝없는 오만과 욕망으로 인해
어느 정도까지 기술의 극치를 이룰지,
과연 신의 성역에도 도전하고 있는 이 마당에
인류의 운명이 물극 반전이 될지 아닐지
궁금하면서도 소름이 끼친다.
결국 인간은 신 앞에 겸손해져야 함을
주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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