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교취호탈(巧取豪奪)

우현 띵호와 2021. 7. 18. 23:25

교취호탈(巧取豪奪)

교묘한 수단으로 취하고 힘으로 빼앗다.

[공교할 교(工/2) 가질 취(又/6) 호걸 호(豕/7) 빼앗을
탈(大/11)]

‘눈 뜨고 도둑맞는다’란 속담은 알면서도 속거나
손해를 보는 어리석은 사람을 말한다. ‘눈 뜨고 코
베어 갈 세상’은 눈을 번연히 뜨고 있어도 손해를
끼치는 고약한 인심을 가리킨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욕하기 전에 알면서도 속아 넘어가게 하는 사람이나
남의 눈앞에서 자기의 이익을 챙길 수 있는 재주는
인정할 만하다.

교묘한 수단으로 남의 물건을 취하거나(巧取) 힘으로
눌러 억지로 빼앗는 것(豪奪)은 다른 사람의
귀중품을 가로채는 지탄받을 일인데, 처음 그림의
진품을 모사하여 가로챘다는 재주에서 유래한 점이
흥미롭다. 이 뜻이 확대되어 백성들의 재물을 빼앗는
탐관오리의 포악한 행위를 규탄하는 말로도 쓴다.

중국 北宋(북송) 때의 이름난 서화가 米芾(미불,
1051~1107, 芾은 우거질 불)은 수묵화의 대가였고
서예도 王羲之(왕희지)의 서풍을 이어받았다고 할
정도로 빼어났다. 규범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했고
기행을 일삼았던 그는 서화를 좋아하여 다른 사람의
명화를 빌려다가 하루 종일 본떠 그렸다. 그러고는
진본과 위조품을 갖고 주인에게 가서 ‘구분하지
못하는 새 빼돌리는 교묘한 방법으로 빼앗아 얻은
것이 아주 많았다(俾其自擇而莫辨也 巧偸豪奪
故所得爲多/ 비기자택이막변야 교투호탈
고소득위다).’ 송나라 사람들의 일화를 기록한
周煇(주휘)의 ‘淸波雜誌(청파잡지)’에 실린
내용이다. 巧偸豪奪(교투호탈)은 巧取(교취)와 같다.

東晉(동진)시대 왕희지와 서화로 쌍벽을 이루는
顧愷之(고개지, 345~406, 愷는 즐거울 개)에 관련된
일화도 있다. 그는 작품을 궤짝에다 잘 봉하여
당시의 세력가 桓玄(환현)의 집에 맡겼다. 그림에
식견이 있던 환현이 족자 뒤를 뜯고 몰래 가져갔다.
고개지는 뛰어난 그림 속의 사람은 신선으로
변한다고 생각했다.

이 일과 함께 위의 미불과 친교가 있던 시인
蘇東坡(소동파)가 시구를 남겼다. ‘교묘한 수단으로
남의 것을 빼앗는 것은 이전부터
있었으니(巧偸豪奪古來有/ 교투호탈고래유), 누가
치호두인가 한바탕 웃네(一笑誰似痴虎頭/
일소수사치호두).’ 痴虎頭(치호두)는 藝絶(예절),
才絶(재절), 痴絶(치절)의 三絶(삼절)로 불렸던
고개지의 자가 호두였다.

가짜 그림이라면 우리나라서도 유명한 사건이 있다.
세계적 여류화가 고 千鏡子(천경자, 1924~2015) 화백의
‘미인도’ 이야기다.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돼
있던 작품이 가짜라고 본인이 주장했고, 감정 끝에
진품이라는 논란은 법원 판정까지 갔으나 여전히
믿지 않는다. 진위는 몰라도 옛날의 미불이 나타나
그렸는지 재주는 기막힌 모양이다.

어느 정도 안목이 있고 기술이 있어야 교묘하게
빼앗는 것이 가능하지만 힘으로 빼앗는 것은
무지막지하다. 이전에는 총칼로 국민을 억압하던
것을 민주화가 된 후에는 다수결이라는 표로 누른다.
어느 것이나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것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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