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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장갑

우현 띵호와 2021. 9. 14. 05:09

고무장갑

남편의 고무장갑

어느 한가한 주말이었습니다.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대형할인점에
장을 보러 갈 때면

나는 으레 한 가지 물건에 시선이 머뭅니다.

그건 값 비싼 가전제품도,
자동차 용품도 아닌 빨간 고무장갑입니다

 

"여보 이것 좀 봐!......."
"또 고무장갑 제발 그만 좀 해요."
아내는 고무장갑만 보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지만

나는 할 수만 있다면 진열대의 고무장갑을 몽땅이라도
사고 싶은 심정을 억누를 길이 없었습니다.

 

초겨울부터 어머니의 손은 검붉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겨울이 깊어 갈수록
거북이등 처럼 쩍쩍 갈라졌습니다

 

그 시절 우리집은 야채 가게를 했는데
겨울장사 중 제일 잘 팔리는 것이
콩나물과 두부였습니다.

콩나물과 두부를 얼지 않게 보관하려면
콩나물은 헌 옷가지를 여러겹 두르면 되지만
두부는 큰 통에 물을 가득 붓고 그 속에 넣어 둬야했습니다

 

그렇게 해야 윗물은
꽁꽁 얼어도 밑은 얼지 않아서
두부를 오래두고 팔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얼음을 깨고
맨손으로 두부를 건져내야 했습니다.
"으.--.시리다..-시려."

쩍쩍 갈라진 상처 사이로 얼음물이 스며 쓰리고 아팠을때 어머니,

그때 고무장갑 한 켤레만 있었더라면
어머니의 손이 아내 처럼 고왔을 텐데

 

30년이 지난 지금도 고무장갑만 보면
마음이 아파견딜 수가 없는 못난 아들은 오늘도

아내 몰래 고무장갑 한 켤레를 쇼핑수레에 담고 말았습니다.

"이이가, 기어이..."
이쯤대면 아내도 더는 말릴 수 없다는 듯이 말합니다.
"당신 이러다 고무장갑 장수 되겠수."
고무장갑은 제게 가난 했던 시절의 어머니의 사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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