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화 김삿갓

방랑시인 김삿갓 (159)

우현 띵호와 2021. 9. 30. 23:06

방랑시인 김삿갓 (159)
*영변 약산 (榮邊 藥山)으로 가는길에 불당골에서..

안주에서 묘향산에 가려면 영변(榮邊) 땅을 거쳐야 한다.

또 영변의 약산동대(藥山東臺)는 이름난 절경으로,

김삿갓은 이번 기회에 약산동대를 구경하고 묘향산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옛날 부터 태산은 한 줌의 흙도 사양하지 않고

(태산불양토양 : 太山不讓土壤), 바다는 조그만 샘물도 가리지 않는다

(하해불택세류: 河海不澤細流)고 하였다.

또, 산고고불귀(山高故不貴 : 산이 높다고 귀한 것은 아니고),

이유수위귀(以有樹爲貴: 나무가 있어야 귀한 법이다) 라고 하였다.

영변 일대는 태백의 줄기여서 산은 갈수록 험했고 물은 깊고 풍부했다.
김삿갓이 구름을 바라보며 한없이 산비탈을 걸어 오르고 있노라니,

문득 어디선가 두견새 우는 소리가 들려 오고 있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김삿갓은 숲속에서는 두견새 소리가 들려오고,

목동의 피리소리 조차 들려 오므로,

여기가 도원경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밀려왔다.

사람이 아프면 약국(藥局)을 가게 된다.

혹자는 모든 중생의 질병을 고쳐 주는 약사여래(藥師如來)
부처님에게 질병으로 부터 벗어나기 위한 간절한 구원(求願)을 청하게 된다.

김삿갓은 영변의 약산을 향하는 길에,

산수(山水)가 황홀한 곳에서는 모든 병(病)이 자연치유가
될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죽하면 사람들이 약산(藥山)이라 하겠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약산 동대를 향해 진종일 걷던 김삿갓은

저녁 노을이 붉게 물들기 시작할 무렵에 불당골(佛堂谷) 이라는

마을로 찾아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하여 어느 사랑방에서 저녁을 얻어먹고 초저녁부터 잠을 자고 있는데,

난데없이 동네 사람들이 사랑방으로 꾸역꾸역 몰려들기 시작 하였다.

김삿갓은 한참을 자다 말고, 놀라 일어나 앉았다.
"이 마을에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

밤도 매우 늦은 것 같은데, 왜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요?"

마을 사람 하나가 대답했다.
"마을에 그동안 보도 듣도 못 한, 큰 일이 생겼다오."
어느덧 마을 사람들은 이십여 명이나 모여들었다.
그렇게 모여든 사람들은 사랑방 가운데 등잔불을 중심으로 빙 둘러앉더니

 긴급 회의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육십을 넘어 보이는 향장(鄕長)인 듯한 노인이 일동을 둘러보며,
"그놈들이 순천댁을 꼭 죽일 것만 같으니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 "
하고 서두를 꺼내 놓았으나, 모든 사람들은 한숨만 쉴 뿐 말이 없었다.

그러자 한 노인이 말했다.
"돈 천 냥이 있어야만 순천댁을 구해 낼 수가 있겠는데,

우리한테 그만한 돈이 있어야 말이지."

그러자 이번에는 다른 노인이 말했다.
" 이 사람아 ! 그렇다고 순천댁을

그놈들의 손에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 "

"누가 아니래 ! 그러나 돈이 없이는 그놈들의 행패를 무슨 수로

막아낼 수 있겠냐는 말일쎄."

김삿갓은 마을 사람들이 무엇때문에 그토록 걱정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사건이 중요해 보이기에 등 뒤에서 넌즈시 물어 보았다.
"동네에 어떤 중대한 사건이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알아서는 안 될 일입니까 ? "

그러자 향장 노인이 대답한다.
"지금 우리 마을에는 굉장한 사건이 하나 생겼다오."
그러면서 사건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말해 주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