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쇠 금빛 열쇠
요양원에서 장기 요양 등급 재심사를 받는
할아버지에게 아들 며느리가 교육한다
아버님 제가 하는 대로 따라해 보셔요
나이는 몇살이에요 물으면 어떻게 하라고 했어요
모른다고요? 네~ 아주 잘하셨어요
이름이 뭐냐고 물어도 대답하면 안 돼요
건강보험공단 선생님 앞에서 생각 안 난다고 하셔야 해요
치매를 연기해야 요양원에 계속 살 수 있어요
아들이 부리부리한 눈을 부라리며 입에서 침이 튀긴다
할아버지가 모르쇠를 연발하자
예~ 아주 잘하셨어요
며느리가 손뼉을 치며 칭찬한다
등급 심사관이 큰 소리로 묻는다
오백 원짜리 동전 일곱 개는 얼마예요
이십 원이지
이름이 뭐예요
몰라 모른다니까, 귀가 어두워 안 들려
할아버지 목소리도 점점 커진다
아~ 모른다니까 역정을 내신다
나무, 자동차, 소나무, 따라해 보셔요
......
오 분 후 다시 물어 볼게요
노망기를 코뚜레에 스스로 꿴 할아버지가
도살장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황소같이
자식의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운명에 순종적이 된다
아는 소리라도 하면 아들 며느리가 눈을 부라린다
눈으로 고함치는 소리가 귀청을 쩡쩡 울린다
마음속 마그마로 흐르는 슬픔이 분출하지 못하게
야윈 가슴의 지각을 무덤으로 덮는다
집으로 보낼까 봐 험한 눈초리를 보내는 자식을
천상의 드높은 사랑으로 품으며 세상을 자물쇠로 닫는 모르쇠,
금빛 열쇠로 찬란한 은하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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