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혜(成蹊)
지름길이 생기다, 덕이 있으면 흠모하는 사람이 찾는다.
[이룰 성(戈/3) 지름길 혜(足/10)]
사람들은 모두 지름길을 좋아한다.
老子(노자)가 ‘큰 길이 평탄하고 쉬운데도
사람들은 지름길을 좋아한다
(大道甚夷 而民好徑/ 대도심이 이민호경)’고 말한 것은
당장의 작은 안일을 경계했다.
같은 목적지를 갈 때 이왕이면 빨리 도착하려 지름길을 찾는다.
지름길을 나타내는 어려운 글자 蹊(혜)는
사람의 다리와 배가 이어지는 홈 부분 샅고랑을
나타내는 鼠蹊部(서혜부)와 ‘샛길이 생긴다(成蹊)’는 뜻의
이 성어 외에는 쓰임이 적다.
물론 이 말은 밑에 저절로 지름길이 생긴다는
下自成蹊(하자성혜)의 준말이고,
또 이 구의 앞에 桃李不言(도리불언)이
와야 완전하게 뜻이 통한다.
이 난에서 앞서 桃李滿天下(도리만천하)나
桃李不言(도리불언)을 소개할 때 나온 그대로
복숭아와 자두는 꽃과 열매가 아주 좋아 가만있어도
찾는 사람이 줄을 잇는다.
이 나무 아래로 지름길이 생기듯이 덕이 높은 사람은
자기선전을 하지 않아도 흠모하는 사람들이
모여든다는 의미를 가졌다.
李廣(이광)이란 사람은 중국 前漢(전한)의 6대 景帝
(경제, 재위 기원전 157∼141)때 명장으로 활을 잘 쏘아
호랑이라 여긴 바위에 화살을 꽂는
中石沒鏃(중석몰촉)의 이야기가 따른다.
변방의 匈奴(흉노)족을 70여 차례나 물리쳐 飛將軍(비장군)이라
불리며 그가 지키는 곳에는 국경을 넘보지 못할 정도였다.
이광 장군이 100여기만 이끌고 적진을 기습했다가
곧 포위당했을 때 이야기다.
정면 돌파가 불가능하다고 여긴 이광은 부하들에게
내려 안장을 풀라고 명령했다.
대담한 행동에 계략이 있을 것으로 여겨 적군이 주춤할 때
장군은 10여기를 이끌고 질풍처럼 돌진하여 적장을 베었다.
혼비백산 적이 달아날 사이 이광은 한 사람의 병사도 잃지 않고
무사히 개선했다.
‘史記(사기)’의 李將軍(이장군) 열전이나 ‘漢書(한서)’의
李廣蘇建傳(이광소건전) 등에 예부터 내려오는 말이라며 이광을 평했다.
‘복숭아와 오얏은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아래 저절로 길이 생긴다
(桃李不言 下自成蹊/ 도리불언 하자성혜).’
孔子(공자)의 ‘몸이 바르면 영을 내리지 않아도 실행된다
(其身正 不令而行/ 기신정 불령이행)’는 말을 실천한 셈이라 했다.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큰 성과만 노려 지름길을 찾는다면 오래 가지 못한다.
빨리 가는 길을 찾다가 숲에 갇히고 물에 빠질 수도 있으니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라고 했다.
오늘날은 자기 PR시대라며 기초를 충분히 닦지 않고서
대가연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많은 사람이 찾았다가 일시적인 지름길이라
밑천을 알고선 금방 흩어진다.
조급히 서두르지 말고 실력을 갖춘다면 지름길이 생기고
찾는 사람이 생기는 법이다.
그러니까 찾는 사람도 무작정 빠른 길만 찾지 말고
어떤 지름길인지 살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