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계단미(雄鷄斷尾)
수탉이 제 꼬리를 끊다, 재주를 숨기고 화를 피하여 숨다.
[수컷 웅(隹/4) 닭 계(鳥/10) 끊을 단(斤/14) 꼬리 미(尸/4)]
암탉과 수탉이 들어가는 속담 중에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있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은 여권이 신장된 오늘날
여성들은 펄쩍 뛸 일이고 기죽은 남성들도 인정 못할 것이다.
부인이 좌우하면 집안이 시끄럽다고 한 케케묵은 이야기인데
중국 폭군 紂王(주왕)을 좌우한 요부 妲己(달기, 妲은여자이름 달)
를 쫓기 위한 牝鷄司晨(빈계사신)에서 나온 말이라니
분개할 일만은 아니다.
‘수탉이 울어야 날이 새지’는 권위를 갖고 주장하는 사람이
일을 처리하면 잘 풀린다는 뜻이다.
수탉은 암탉과 달리 화려한 꽁지에서 권위가 나온다고 생각하여
‘꽁지 빠진 새’라고 하면 위신이 추락하여 볼품없는 것을 가리켰다.
꽁무니에 붙은 화려한 깃, 尾羽(미우)라고도 하는 꽁지는
수탉의 자랑거리다.
그런데 수탉(雄鷄)이 제 스스로 꼬리를 물어뜯어 끊는다면(斷尾)
무슨 연유일까. 아름다운 꽁지를 지닌 수탉일수록 먼저 눈에 띄어
희생으로 목숨을 내놓게 되니 그것을 없애려는 몸부림으로 봤다.
훌륭한 재주를 지닌 선비가 화를 피하여 그것을 숨기고
초야에 은거하는 것을 비유했다.
험한 세상에서 재주를 시기하여 참소나 비방이 난무할 때는
스스로 쓸모없는 사람으로 자처하는 것이 목숨을 부지하는
일이기도 했다. 左丘明(좌구명)이 春秋(춘추)를 해석한
‘春秋左氏傳(춘추좌씨전)’과 역시 春秋外傳(춘추외전)
이라고도 하는 ‘國語(국어)’에 같은 내용이 나온다.
周(주)나라 景王(경왕)때의 대부 賓孟(빈맹)은
왕자 子朝(자조)의 스승이었다.
‘어느 때 교외에 나갔다가 수탉이 부리로 자기의 꼬리를
물어뜯는 것을 보았다
(賓孟適郊 見雄雞自斷其尾/ 빈맹적교 견웅계자단기미).’
이상하게 여겨 시종에게 물으니 답한다.
‘제물의 희생이 되기 싫어서 스스로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自憚其犧也/ 자탄기희야).’ 고운 꽁지를 지니고 있으면
종묘 제사에 사용되는 희생에 가장 먼저 바쳐진다는 설명이다.
빈맹은 그러나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자조를 후사로 내세우려다
반대파에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昭公(소공) 22년 조에 들어있다.
수탉은 목숨을 지키려 꽁지를 쪼는데 배에 麝香(사향)주머니를
가진 사향노루는 그것을 물어뜯으려 해도 닿지 못한다.
噬臍莫及(서제막급, 噬는 씹을 서)은 기회를 잃으면
뒤늦게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교훈이다.
곳곳에 인재가 있는데 나라를 위해 필요한 사람은 때가 아니라며
화려한 재주를 숨기고 있는지 등장하는 사람마다 문제투성이다.
나설 때나 나서지 않을 때나 앞장서는 사람들은 별 재주가
있는 것 같지도 않는데 주군에 충성하여 승승장구한다.
인사가 만사라는데 숨어 있거나 나대거나 재주만 소진되니 불행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