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성진(弄假成眞)
장난삼아 한 일이 실제로 이루어진다.
[희롱할 롱(廾/4) 거짓 가(亻/9) 이룰 성(戈/3) 참 진(目/5)]
말이나 행동을 조심하라는 선현의 말은 숱하다.
가장 널리 알려진 말이 입에서 모든 재앙이 나오는 문이라는
口禍之門(구화지문), 禍生於口(화생어구)이고,
남을 해칠 수 있다고 舌劍脣槍(설검순창)이란 섬뜩한 표현도 있다.
孔子(공자)는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행동하지도 말라고
非禮勿言 非禮勿動(비례물언 비례물동)이라 가르쳤다.
모두 거짓이 아닌 참된 말이라도 조심하라는 뜻인데
사실이 아니거나 장난스럽게 행동하고 말한다면
용서가 될까. 속담에 ‘말이 씨가 된다’는 것이 있다.
늘 말하던 일이 사실대로 되었을 때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이 뒤따르니 농담이라도 역시 조심하라는 말이다.
장난삼아 한 일(弄假)이 실제로 이루어진다(成眞)는
성어도 같은 뜻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한 일이 뚜렷한 결과를 가져오게 한다.
假弄成眞(가롱성진), 弄過成嗔(농과성진, 嗔은 성낼 진)이라고도 쓴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羅貫中(나관중)의
‘三國志演義(삼국지연의)’에 나온다.
吳(오)나라의 孫權(손권)이 劉備(유비)가 차지하고 있는
荊州(형주) 땅을 차지하기 위해 미인계를 쓴다.
명신 周瑜(주유)가 절세의 미인인 손권의 누이동생을
유비의 배필로 준다고 꾀어 오게 되면 인질로 잡자는 계획이었다.
유비는 諸葛亮(제갈량)의 계책대로
손권의 모친을 먼저 뵙고 허락을 받았다.
영웅을 알아본 모친 뜻에 따라
여동생을 유비에 보내게 된 손권이 후회했다.
‘뜻밖에 우스갯말이 실제로 되었으니
이 일을 어떻게 되돌리겠소
(不想弄假成真 此事還復如何/ 불상롱가성진 차사환부여하)?’
주유와 함께 거짓으로 시작된 제 꾀에 넘어가 군사까지 잃는다.
말의 무게를 실감하는 周公(주공)의 일화도 있다.
주공은 어린 조카 成王(성왕)을 잘 보좌하여 나라의 기틀을 세웠다.
성왕이 동생에게 오동잎을 주며 왕으로 봉한다고 하자
주공은 천자의 말은 농담으로 해서는 안 된다며
실제 唐王(당왕)으로 봉하게 했다.
우리 高句麗(고구려)의 溫達(온달)장군도
거짓으로 한 말의 덕을 봤다.
平原王(평원왕)의 딸이 어릴 때 자주 울자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낸다고 한 말을 듣고
王不食言(왕불식언)이라며 제 발로 찾아갔던 것이다.
유비나 온달 등의 경우는 장난스럽게 한 말의 덕을 본 경우다.
하지만 별 생각 없이 한 말이라도 듣는 사람에게는
치명적이 된다는 ‘웃느라 한 말에 초상난다’는
말이 있으니 조심할 일이다.
가벼운 거짓말로 장난을 치는 萬愚節(만우절)에도
남에게 피해를 끼칠 때는 당연히 제재를 받는다.
선거철에 대표자로 뽑아달라고 호소하면서
후보자들이 쏟아내는 각종 공약이 대부분 空約(공약)이 된다.
물론 거짓으로 속인 것은 아니겠지만 뒤돌아서면 못 본 척하고,
실천 의지도 보이지 않아 신뢰를 깎아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