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강랑재진(江郞才盡)

우현 띵호와 2022. 4. 25. 22:23

강랑재진(江郞才盡)

강랑의 재주가 다하다, 뛰어난 재능이 갑자기 무능해지다.
[강 강(氵/3) 사내 랑(邑/7) 재주 재(手/0) 다할 진(皿/9)]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이다.

모든 방면에 통달하는 재주가 없더라도

어떤 한 가지 방면에는 잘 하는 분야가 있기에 그럴만하다.

속담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하듯이

제 잘난 맛에 산다고 하여

各者以爲大將(각자이위대장)이란 말도 생겼다.

이렇게 한 가지 재주로 우쭐할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의 몫을 해내는 재주꾼도 있다.
 
세 개의 머리와 여섯 개의 팔을 가진

능력자 三頭六臂(삼두육비)다.

이렇게 하늘이 여러 재주를 가능하게 해 준 천재는

甘井先竭(감정선갈)이라고 빨리 시드니 또한 공평하다고 할까.

이와 비슷하게 뛰어났던 재능이 쇠퇴한다고

강랑(江郞)의 재주가 다했다(才盡)는 성어가 있다.
 
강랑의 본명은 江淹(강엄, 444~505, 淹은 담글 엄)으로

중국 南北朝(남북조) 시대 梁(양)나라의 문인이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피눈물 나는 노력으로

이름난 문장가가 되고, 宋(송)과 南齊(남제) 등

세 왕조를 섬기는 동안 光祿大夫(광록대부)란

벼슬자리까지 올랐다.
 
강엄은 儒彿道(유불도)에 능통했고

전대 시인의 문체를 바탕으로 독특하게 표현하는

擬古詩(의고시)를 잘 지었다는데

어느 때부터 그의 글은 차차 퇴보하여 아무리 애써도

좋은 글이 나오지 않았다.

唐(당)나라 李延壽(이연수)가 南朝(남조) 네 왕조의

역사를 기록한 ‘南史(남사)’에 이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따른다.
 
글재주가 마른 연유로 두 가지가 실려 있다.

강엄이 태수 벼슬을 끝내고 배를 타고 여행하다

강기슭에 있는 禪靈寺(선령사)란 곳에 도착했을 때

깜빡 잠이 들었다.

꿈에 張景陽(장경양)이란 자가 나타나 전에 맡긴

비단을 돌려 달라고 하기에 품에서 꺼내 준 뒤부터

좋은 글을 쓰지 못했다.

더 기이하게 꿈에 晉(진)나라의 유명시인 겸 학자 郭璞(곽박)을

凉亭(양정)이란 곳에서 만난 것이 이어진다.
 
자기 붓이 오랫동안 그대에게 있었으니

돌려달라고 하기에 찾아줬다.

‘그 이후부터 좋은 시 구절은 나오지 않았고

당시 사람들은 재능이 다했다고 말했다

(爾後爲詩絕無美句 時人謂之才盡/

이후위시절무미구 시인위지재진).’
 
한 가지를 잘 하는 사람은 다른 방면에도

그만큼 재주를 나타낼 수는 없다.

뿔이 있는 짐승은 날카로운 이빨이 없다고

角者無齒(각자무치)란 말이 그래서 나왔다.

천재적인 머리를 타고 나와 지능지수가 200이 넘는다는 사람도

재주를 다 발휘할 수 없어 일찍 시든다.
 
뛰어난 글재주로 일찍부터 많은 인기를 끌다가

재주가 다하여 스스로 절필을 하는 작가가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재주로, 또는 한 가지 업적으로

두고두고 써먹는 사람은 주위에서 지겹다고

싫증을 내는데도 느끼지 못하니 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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