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가색(務玆稼穡)
씨 뿌리고 거두어 농사에 힘쓰다.
[힘쓸 무(力/9) 이 자(玄/5) 심을 가(禾/10) 거둘 색(禾/13)]
‘농사가 천하 모든 사람들의 근본(農者天下之大本/ 농자천하지대본)’이란
말이 귀에 많이 익을 것이다.
요즘이야 농악 공연 때 펄럭이는 깃발에서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서 한두 세대 이전만 해도 농민이 다수고 농사가 가장 중시됐다.
이 말을 사시사철 계절 변화를 알아야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데서
하늘과 땅의 진리를 깨닫게 하려는 지혜가 담겼다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어떻게 보든 이 말은 後漢(후한) 역사가
班固(반고)의 ‘漢書(한서)’에
백성을 다스리는 근본이 된다고 실린 부분에서 왔다.
‘농사는 천하의 큰 근본으로 백성들은 이에 의지하여 살아간다
(農天下之大本也 民所恃以生也/ 농천하지대본야 민소시이생야).’
文帝紀(문제기)에 있다.
恃는 믿을 시.
백성들의 살아가는 근본인 농사를 위정자들이 중시하는 것은 당연하다.
農政(농정)을 통해 농토를 개간하고 식량을 자급자족해야
富國(부국)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성들에게 근본인 농사에
힘써(務玆) 봄에 씨 뿌리고 가을에
거두는(稼穡)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된다고 했다.
이 성어는 ‘千字文(천자문)’에 나오는 구절이다.
중국 南朝(남조) 梁(양)나라의 周興嗣(주흥사)가
하룻밤에 다 쓰고 나니 머리가 허옇게 셌다고
白首文(백수문)이라고도 하며 옛날 학동들이 처음 배우는 교재였다.
입문서라 쉽게 여겨서는 안 되는 것이 250句(구)에 2구씩
125聯(련)으로 된 명시를 모아 아주 어려운 한자도 다수다.
天地玄黃(천지현황)에서 시작하여 4개 장으로 분류되는
1000자에서 네 번째인 處身治家之道(처신치가지도)에 성어가 나온다.
‘농사짓는 일로 나라 다스리는 근본을 삼아(治本於農/ 치본어농),
이에 씨 뿌리고 거두는 일에 힘쓰게 한다(務玆稼穡/ 무자가색)’로
짝이 되어 있다.
심을 稼(가)는 이삭이나 씨, 거둘 穡(색)은 수확한다는 것을
나타내다가 합쳐 농사를 의미했다고 한다.
‘社稷署儀軌(사직서의궤)’란 조선시대 각종 의식을 기록한
책에서도 이 말이 등장한다.
‘좋은 종자를 내려주니 농사에 힘을 쓰고
(誕降嘉種 務玆稼穡/ 탄강가종 무자가색),
온갖 곡식이잘 영그니 많은 백성이 두루 혜택을 받도다
(百穀用成 群黎徧德/ 백곡용성군려편덕).’
농사가 천하의 근본에서 지금은 그렇게 중시 하지 않는다 해도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음식이 가장 소중하다.
먹는 것을 하늘로 여긴다는 以食爲天(이식위천)이 그것이다.
먹는 음식이 노력을 곁들이지 않고 나오지 않으니
그 과정인 농사가 중요하다.
찬 기운이 오면 더운 여름이 가고 그렇게 결실을 맺은 곡식은
가을에 거두어들여 겨울에 갈무리한다는 구절
寒來暑往秋收冬藏(한래서왕 추수동장)도 의미가 상통한다.
일상에서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좋은 결실만
욕심내지는 않는지 곰곰이 생각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