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

우현 띵호와 2022. 4. 25. 23:04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간다,

허무한 인생 욕심은 멀리해야 한다.
[빌 공(穴/3) 손 수(手/0) 올 래(人/6) 빌 공(穴/3) 손 수(手/0) 갈 거(厶/3)]
 
사람의 삶이 허무하고 덧없다는 것을 나타낼 때

꿈이나 이슬에 비유한 것이 유난히 많다.

꿈이 든 말로 자주 쓰이는 것이 南柯一夢(남가일몽)과

役夫之夢(역부지몽), 邯鄲之夢(한단지몽),

黃粱一夢(황량일몽) 등 이외에도 부지기수다.

아침 이슬은 해가 뜨면 스러지니 인생에 비유해 人生朝露(인생조로),
草露人生(초로인생)이다.
 
이보다 더 쉬우면서 자주 인용되는 것이

빈손으로 와서(空手來) 빈손으로 간다(空手去)는 이 성어다.

갓난아이로 태어날 때 맨 손이고, 한 평생 모은 재산으로

떵떵거리고 살았더라도 저 세상으로 갈 때는 맨주먹이다.

인생무상과 허무를 말하면서 물질적인 것에

얽매이지 말라는 가르침을 준다.
 
쉬운 비유라 보통 사람들도 불교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데 정작 출처는 의외로 뚜렷하지 않다.

불교 의식을 집대성한 ‘釋門儀範(석문의범)’의

永嘉法文(영가법문)에 수록돼 있다는데

이는 근대의 승려 錫贊(석찬)이 1935년 편찬했으니 물론 최초는 아니다.
 
고려 말의 懶翁和尙(나옹화상)이나 임진왜란 때

승병의 총수 西山大師(서산대사)가 원작자로 자주 거론된다.

하지만 문헌상으로 나옹의 법통을 잇는 無學(무학)의 제자

己和(기화)의 涵虛堂得通和尙語錄(함허당득통화상어록)에서

처음 확인된다는 연구가 있다.

일반에도 익은 만큼 원저자 찾기는 어렵지만 실제 그것이

원뜻대로 부질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보다 허무한 인생을 노래한 시 구절은

세월이 지날수록 의미가 변하지 않는다.

부분을 보자.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여

(空手來空手去 是人生/ 공수래공수거 시인생),

날 때에는 어디서 왔으며, 죽을 때는 어디로 가는 것인가

(生從何處來 死向何處去/ 생종하처래 사향하처거),
나는 것은 뜬구름 한 조각이 일어나는 듯하고,

죽음은 그 구름이 사라지는 것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생야일편부운기 사야일편부운멸),

뜬 구름이 본래 실체가 없듯, 삶과 죽음도 실체가 없기는 마찬가지라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然/ 부운자체본무실 생사거래역여연).’
 
돌아갈 때 빈손으로 가는 것을 일찍 깨우친 고승들은

무소유의 삶을 살아 불도들의 우러름을 받는다.

덜 깨우친 승려는 이면으로

풀소유의 호화생활을 했다고 지탄받기도 한다.

굳이 불도가 아니라도 ‘인생은 나그네길’이라

빈손으로 가는 삶을 실천한 이름 내세우지 않는 사람들은 주위에 숱하다.
 
일전에 세상을 뜬 한국 최고의 재벌은 한 회사 주식만 30조원이고

그 절반이 상속세가 된다고 했다.

이런 막대한 재산도 갈 때는 한 푼 노잣돈이면 된다.

이익을 앞세워 눈이 시뻘건 대다수의 중생들은

이를 보고도 깨닫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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