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고영신(送故迎新)
낡은 것을 보내고 새 것을 맞이함
[보낼 송(辶/6) 연고 고(攵/5) 맞을 영(辶/4) 새 신(斤/9)]
2022년 한 해가 저문다.
느끼기에 따라 세월이 더디 가는 사람도,
살보다 더 빨리 지나간다고 아우성인 사람도 있겠다.
매년 연말이면 국내외 큼직한 뉴스를 정리하며
多事多難(다사다난)이란 단골표현을 사용하는데
올해도 답답한 정치권이야기와 안타까운
이태원 참사 소식으로 마음이 아프다.
하루 빨리 지난 것을 보내고(送故) 미래의 희망을 그리며
새 것을 맞이하는(迎新) 이 말이 이 즈음에 딱 맞는 말이다.
원래의 뜻은 구관을 보내고 신관을 맞이한다는 뜻에서
새해맞이로 의미가 넓어졌다.
送舊迎新(송구영신), 送往迎來(송왕영래)라 써도 똑 같은 뜻이다.
後漢(후한)시대 班固(반고)의 ‘漢書(한서)’에 이 성어가 먼저 사용됐다.
王嘉(왕가)란 사람은 자가 公仲(공중)으로 어릴 때부터
성격이 강직하고 할 말은 과감하게 하여 주위의 신망을 받았다.
西漢(서한)의 13대 왕 哀帝(애제)에 의해 재상으로 발탁됐다.
왕가는 바른 의견을 제시하며 인재도 잘 골라 추천했기 때문에
왕도 크게 신임했다.
그가 올린 상소문 중에 구임자를 보내고 신임자를 맞는다는 뜻으로
쓴 예가 처음 나온다.
‘이전부터 관직은 대대로 맡았는데 倉(창)씨나 庫(고)씨처럼
창고 일을 맡아보던 집안에서의 성씨가 됐습니다.
관리가 수개월만 직책에 있다가 물러나도 보내고 맞이하느라
서로 뒤섞여 도로가 혼잡했습니다
(吏或居官數月而退 送故迎新 交錯道路/
이혹거관수월이퇴 송고영신 교착도로).’ 왕가전에 실려 있다.
애제는 董賢(동현)이란 미소년을 사랑하여 동성애를 뜻하는
斷袖之嬖(단수지폐)의 유래가 된 바로 그 왕이다.
동현을 가까이 두고 정사를 팽개쳐 여론이 좋지 않자
왕가는 이 꼴을 보다 못해
‘천 사람이 손가락질을 하면 병이 없어도 죽는다
(千人所指 無病而死/ 천인소지 무병이사)’고 하며 깨우쳤다.
그러다 도리어 왕의 미움을 받아
감옥에 갇히고 20일 동안 굶어 아사했다.
南唐北宋(남당북송) 초기의 관리이자 문학가인 徐鉉(서현)의
‘除夜(제야)’란 시에 등장하는 구절을 보자.
‘찬 겨울 밤 등불은 깜빡이고 시간은 더디 가건만,
옛 것을 보내고 새 것을 맞는 일은 속임이 없구나
(寒燈耿耿漏遲遲 送故迎新了不欺/
한등경경루지지 송고영신료불기).’
가는 해 오는 해 마찬가지이지만 올해의 고초는 잊고
희망과 함께 새해를 맞이하려는 사람이 많다.
모두 복 된 새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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