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삭족적리(削足適履)

우현 띵호와 2023. 7. 23. 22:53

삭족적리(削足適履)   

발을 깎아 신발에 맞추다,

불합리한 방법을 억지로 적용하다. 
[깎을 삭(刂/7) 발 족(足/0) 맞을 적(辶/11) 밟을 리(尸/12)] 
 
신발을 살 때 자기 발에 꼭 맞는 것을 고른다.

누구나 아는 이것을 지키지 못해 오랫동안

웃음거리가 된 것이 鄭人買履(정인매리)의 고사다.

鄭(정)나라 사람이 신발을 사러 장에 갈 때

발 치수를 잰 것을 깜빡 잊고 갔다가

도로 집으로 가서 갖고 오니 장이 파한 뒤였다.

이보다 더한 것이 비유이긴 하지만 발을 깎아(削足)

신발에 알맞게 맞춘다면(適履) 끔찍하다. 
 
밟을 履(리)는 신발의 뜻도 있다.

그리스 신화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Procrustean bed)’와 같다. 지나가는 나그네를

집으로 초대한 뒤 침대 길이에 맞춰 크면 자르고,

작으면 늘린다는 악당이다.

융통성이 없거나 자기가 세운 일방적인 기준에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억지로 맞추려 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이 성어가 처음 등장하는 곳은 劉安(유안)의 ‘淮南子(회남자)’다.

前漢(전한)을 세운 劉邦(유방)의 손자 유안은

또한 문학애호가로도 알려져 있다.

그가 많은 빈객과 방술가들의 지혜를 모아 편찬한 것이 이 책이다.

모두 21편이 전하는 이 책은 도가에서 음양가,

유가 등 거의 모든 방면에 대해 언급하여

백과사전적 구실을 한다는 평을 듣는다.

17편의 說林訓(설림훈) 내용을 보자. 
 
사람은 허황되고 실속 없는 것은 배우려하지 않는다.

사람이 용 부리기보다 말 타기를 배우려 하고

귀신 부리기보다 사람 다스리는 것을 배우려 하는 것은

소용되는 것을 급선무로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짝을 부수어 땔나무를 만들고,

우물을 폐쇄하여 절구로 이용하기도 하는 등

사람은 어리석은 짓을 하기도 한다면서 설명을 잇는다. 
 
마찬가지로 길러야 할 백성들을 해치는 것은

‘비유컨대 발을 깎아 짚신에다 맞추고,

머리를 깎아 갓에다 맞추는 것과 같다

(譬猶削足而適履 殺頭而便冠/

비유삭족이적리 살두이편관)’고 했다.

선후를 무시하고 부적합한 규정에 얽매여 무리하게

추진하면 일을 망친다는 이야기다. 
 
학의 긴 다리를 잘라 짧은 오리에 붙여 준다는

斷鶴續鳧(단학속부)란 말도 생각해서 해 준 일이

본래의 모습을 도로 해친다는 뜻을 지녔다.

선의로 시작한 정의로운 어떤 정책이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을 가져와 일이 뒤틀릴 때가 있다.

그럴 경우 여기를 잘라 저기를 땜질하는 등

임기응변으로 갖다 붙이기를 일삼는다면

학도 오리도 살아남지 못한다.

신발에 억지로 맞춘 발도 정상이 아닌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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