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곽남우(南郭濫竽)
- 남곽이 함부로 피리를 불다,
무능한 자가 높은 자리를 차지하다.
[남녘 남(十/7) 둘레 곽(阝/8) 넘칠 람(氵/14) 피리 우(竹/3)]
사람의 능력은 천차만별이다.
자신의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대체적으로 알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한 분야에서 어느 정도 종사한 사람은
분수를 잃고 자기가 가장 앞섰다고 착각하기 쉽다.
북한에서 사용되는 속담이라며 표준국어사전에 오른
‘모자라는 사람에게는 세 가지 체병이 있다’란 말은
어느 곳에서나 통용될듯하다.
모르면서도 아는 체하고 없으면서도 있는 체하며
못난 주제에 잘난 체하는 사람이 주변에 많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의 대표가 南郭(남곽)이란 사람이다.
竽(우)라는 피리를 불 줄도 모르면서
숫자를 채웠다는 濫竽充數(남우충수) 고사의
바로 그 사람이다.
‘韓非子(한비자)’의 여러 편 중에서
內儲說(내저설)은 司馬遷(사마천)도 史記
(사기)에서 가장 중요한 세 편 중의 한 편으로 꼽았다.
儲(저)는 ‘비축하다’, ‘준비하다’라는 뜻으로
설화의 내용을 항목 별로 분류 정리돼 있다.
임금이 신하를 다스리는 일곱 가지 술법을 말하고 있는데
그 중 네 번째로 든 것이 一聽(일청)이다.
하나하나 의견을 듣고 판단하면 어리석은 자와
지혜로운 자를 혼동하지 않을 수 있다며
예를 든 것이 바로 엉터리 연주자 남곽을 가려낸 이야기다.
戰國時代(전국시대) 齊(제)나라의 宣王
(선왕)은 관악기 우의 300명 합주를 즐겼다.
남곽 선생이 ‘왕을 위해 연주하고 싶다고 희망하자
선왕은 기뻐하며 수백 명분의 곡식을 내렸다
(請爲王吹竽 宣王說之 廩食以數百人/
청위왕취우 선왕열지 름식이수백인).’
廩은 곳집 름. 선왕이 죽고 아들 湣王(민왕)이즉위했다.
민왕은 閔王(민왕), 愍王(민왕, 愍은 슬퍼할 민),
緡王(민왕, 緡은 돈꿰미 민)이라고도 한다.
민왕은 합주를 싫어하고 독주를 원했다.
그러자 남곽은 실력이 드러날까 두려워하여 달아났다.
쟁쟁한 실력자들이 모인 집단에서 한 사람,
한 사람씩의 뛰어난 재주를 아는 수가 없다.
높은 사람들이 실력을 발휘하여 정책을 집행할 때는
누구나 그럴 듯이 포장한다.
그것이 부작용이 드러나면 아무도
자기 잘못이라고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정책 잘못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하지만
여기에 묻혀 남곽 같은 사람들이 판치지 않을까.
이럴 때는 피리를 각 개인에게 불도록 시켜 들어봐야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