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장광설(長廣舌)

우현 띵호와 2024. 4. 26. 23:02

장광설(長廣舌) 

길고도 조리 있게 잘 하는 말솜씨,

쓸데없이 장황하게 늘어놓는 말
[긴 장(長/0) 넓을 광(广/12) 혀 설(舌/0)] 
 
말을 잘 하면 모두들 부러워한다.

이에 관해 속담도 많고, 성어도 많이 전한다.

‘말만 잘하면 천 냥 빚도 가린다’고

값어치로 따지는가 하면 듣기만 해도 즐겁다고 한다.

말을 잘 하면 靑山流水(청산유수)와 같다고 하고,

나아가 폭포서 떨어지는 듯 시원하다고

口若懸河(구약현하)라 한 것이 그것이다. 
 
또 ‘말 잘 하기는 소진 장의로군’이라며

중국 戰國時代(전국시대)때 合從連衡(합종연횡)으로 설득하여

각국을 흔들었던 蘇秦(소진)과 張儀(장의)에 비유한다.

반면 말을 꼭 해야 할 때 입을 다물고 있으면

찬바람 맞은 매미 같다며 噤若寒蟬(금약한선,

噤은 입다물 금)이라 핀잔 받고 나중에 왜 참았지
후회한다. 말을 잘 하기도, 때를 잘 가리기도 어렵다. 
 
말을 힘차게 또 길게 잘하는 솜씨,

또는 쓸데없이 장황하게 늘어놓는 말을 흔히

長廣舌(장광설)이라 한다.

말솜씨인데 말씀 說(설)이 아니고 혀 舌(설)이 사용돼

어리둥절하지만 연유가 있다.

혀가 길고 넓다고 한 것은 부처님의 모습이

일반 사람들과 다른 용모상의 특징 三十二相(삼십이상)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불교 경전에 따라 廣長舌(광장설),

大舌相(대설상)이라고도 하는 부처님 혀의 특징은

넓고 길어 내밀면 이마 부분까지 닿을 정도라 했다.

겉으로 드러난 32가지 相(상)은 부처님과

인도 신화 속의 正法(정법)으로 온 세계를 통솔한다는

轉輪聖王(전륜성왕)도 갖고 있지만 부처에겐 보이지 않는
八十種好(팔십종호)가 따로 있단다. 
 
이처럼 거룩한 부처님의 장광설은 넓고

긴 혀로 부드럽게 중생에게 지혜를

널리 알리는 가르침을 말했다.

혀가 코에 닿는 긴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고 했으니

이마까지 늘일 수 있는 부처야말로 진실하고

알찬 말만 했을 것은 당연하다. 
 
길고 넓은 혀는 뛰어난 지혜와 웅변의 상징이다.

宋(송)나라 시인인 蘇東坡(소동파)가 깨달음을 얻고

照覺禪師(조각선사)에게 준 시에서도 이렇게 말한다.

"시냇물 소리는 부처의 설법이요,

산 빛은 어찌 청정한 부처의 몸이 아니리

(溪聲便是廣長舌 山色豈非清淨身/

계성편시광장설 산색기비청정신)." 
 
좋은 뜻의 이 말이 언젠가부터 끝도 없이

지루하게 늘어놓는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굳어졌다.

우리의 사전에도 1960년대 이후에 이 뜻이

추가됐다고 하니 멀지도 않다.

바쁜 현대인이 남의 말을 귀담아들을 여유가 없어져

옳은 말이라도 귀찮게 여겼을 법하다. 
 
부처님의 옳은 말이라도 계속되면 귀를 닫는데

범인들이야 말할 것이 없다.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다’고 하고,

言甘家 醬不甘(언감가 장불감)이라며

‘말 많은 집은 장맛도 쓰다’고 했다.

하물며 서로가 자기만 옳고 처지가 바뀌면

어김없이 ‘내로남불’이 판치니

어떻게 들을 이야기가 많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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