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대분망천(戴盆望天)

우현 띵호와 2024. 4. 26. 22:39

대분망천(戴盆望天) 

물동이를 이고서 하늘을 바라보지 못한다,

두 가지 일을 한 번에 하기 어렵다.
[일 대(戈/13) 동이 분(皿/4) 바랄 망(月/7) 하늘 천(大/1)] 
 
한 사람이 두 가지 일을 할 때 一人二役(일인이역),

또는 一身兩役(일신양역)이란 말을 쓴다.

게임이나 음악 연주에서의 멀티 플레이어(multiplayer)같이

능력이 있는 사람은 한꺼번에 두 가지 일보다

더 많은 일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도 할 수 없는 것이

머리에 물동이를 이고(戴盆) 하늘을
바라보는(望天) 일이다. 
 
머리에 물동이를 얹고서 하늘을 바라볼 수는 없고

억지로 보려다가는 물이 와르르 쏟아진다.

두 가지를 잘한다는 사람도 한 가지가 더 뛰어날 것이며

욕심내어 두 가지 일을 한꺼번에 이루려 하다간

되레 망칠 수가 있다. 
 
불후의 紀傳體(기전체) 역사서 史記(사기)를 남긴

司馬遷(사마천)은 중과부적으로 흉노에 사로잡힌

친구 李陵(이릉) 장군을 변호하다 생식기를 잘리는

宮刑(궁형)을 당했다.

치욕스런 나날을 죽은 듯이 보내는 그에게

이번에는 任安(임안)이란 친구에게서

도움을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자가 少卿(소경)인 친구는 前漢(전한) 武帝(무제)때

일어난 巫蠱(무고, 蠱는 독벌레 고)의 난에 휩쓸려

억울하게 처형될 위기에 처했다.

딱한 처지에 있는 사마천도 답을 미루면

한이 될 것 같아 쓴 것이 ‘報任少卿書(보임소경서)’다.

자신이 청을 들어줄 입장이 아니란 것을

구구절절 설명한 부분에 성어가 나온다. 
 
사마천은 구차한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것은

선친의 유업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며 말한다.

‘나는 물동이를 이고 어떻게 하늘을 볼까 하는

속담을 옳게 여겨 손님과의 왕래도 끊고

집안일도 잊어 버렸습니다

(僕以爲戴盆何以望天 故絶賓客之知 亡室家之業/

복이위대분하이망천 고절빈객지지 망실가지업).’

임안은 마음에 위로는 됐겠지만 그 얼마 뒤

허리가 잘리는 腰斬刑(요참형)을 당했다. 
 
같은 말은 아니라도 비슷한 뜻의 재미있는 비유가 있다.

‘오른손으로 원을 그리고 왼손으로 사각형을 그리면

모두 이룰 수 없다

(左手畵圓 右手畵方 不能兩成/

좌수화원 우수화방 불능양성)’는 말은

韓非子(한비자) 功名(공명)편에 있다. 
 
說苑(설원) 談叢(담총)편에는

‘왼쪽이 길면 오른쪽은 짧을 수밖에 없고,

밤에 누워 뒤척이기 좋아하는 자는 아침 일찍

일어날 수가 없다

(長於左者 必短於右 喜夜臥者 不能蚤起/

장어좌자 필단어우 희야와자 불능조기)’는 말이 나온다.

벼룩 蚤(조)에는 일찍 早(조)의 뜻도 있다. 
 
다방면에 두루 재능을 떨치는 八方美人(팔방미인)은

필시 어느 부분에선 수준 이하의 성적을 받는다.

양손에 떡이 있다고 한꺼번에 먹다간 체한다.

두 가지 일이 닥쳤을 때 우물쭈물 선후를

가리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자신도 없으면서

한꺼번에 하려다간 모두 실패한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부터
확실하게 처리해야 뒤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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