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영설지재(詠雪之才)

우현 띵호와 2024. 6. 4. 01:28

영설지재 (詠雪之才)

여자의 뛰어난 글재주
[읊을 영(言/5) 눈 설(雨/3) 갈 지(丿/3) 재주 재(手/0)] 
 
눈이 내리면 무딘 사람이라도 감성에 젖는다.

시인이야 말할 것도 없이 시상이 줄줄 떠오를 것이다.

몇 구절만 인용해 보자.

‘어느 먼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

(金東鳴 踏雪賦/ 김동명 답설부)’,

‘젊음의 개가와도 같고,

사랑의 축가와도 같다(田惠麟/ 전혜린)‘,
’그대는 내리면서, 만나는 사물마다 악보를 그려놓고,

나는 그 악보에 맞춰, 회한의 노래 부르고(이재무).

‘ 첫눈에 대해 노래하는 표현은 고금이 따로 없다.

눈을 읊는(詠雪) 뛰어난 재주(之才)를 뜻하는

이 말은 어린 여아가 바람에 날리는 버들가지에

비유하여 유명해진 뒤 글재주가 뛰어난 여자를
가리키게 됐다. 
 
어릴 때부터 지혜롭고 날카로운 표현력을

지닌  주인공은 중국 東晋(동진)의

謝道韞(사도온, 韞은 감출 온)이다.

그는 해서, 행서와 초서의 서체를 완성했다고

書聖(서성)으로 불리는 王羲之(왕희지)의 아들

王凝之(왕응지)의 부인이고, 또한 명망이 높고

강직한 재상 謝安(사안)의 질녀로 유명하다. 
 
사안은 前秦(전진)의 苻堅(부견) 대군을 격파하고,

당시의 세력가 桓溫(환온)이 제위까지 탐하자

그 음모를 막았다.

이 사안이 어느 날 가족들을 불러 문장에 대해서

토론을 할 때 눈이 펄펄 내렸다.

‘흰 눈이 분분하니 무엇과 같은가

(白雪紛紛何所似/ 백설분분하소사)?’ 
 
사안의 형 謝奕(사혁)의 자제들이 대답했다.

조카 謝朗(사랑)은

‘소금을 공중에 흩뿌리는 것과 비슷합니다

(散鹽空中差可擬/ 산염공중차가의)’라고 말했다.

질녀 사도온이 말하기를 ‘그것보다는

버드나무가지가 바람에 불려 춤을 추며

나는 듯합니다

(未若柳絮因風起/ 미약유서인풍기)’라고 했다.
絮는 솜 서. 사안이 그 자리에서 금방 멋진

비유를 하는 사도온을 크게 칭찬했다. 
 
‘晉書(진서)’ 열전에 실려 있는 이야기다.

여기에서 여성의 뛰어난 문재를 詠絮之才(영서지재),

柳絮之才(유서지재), 輕瓊冷絮(경경냉서) 등으로 부르게 됐다. 
 
재주를 모두 가진 여인을 질투하기 때문인가.

이런 문재를 가진 사도온은 그러나 평탄하지 못했다.

남편 왕응지가 반란군을 막다 살해되고

자신은 적에게 끌려갔다.

적장과 담판하여 당당히 맞서는 그녀를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서도 재주가 넘치는 여성 문사들은

불우한 인생을 살았다.

다만 근래에 들어 베스트셀러 작가가 다수

배출되는 등 실력을 꽃피우는 중이다.

세계를 향해 더욱 뻗어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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