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니가 대통령 각하세요?"

우현 띵호와 2021. 9. 24. 22:50

"니가 대통령 각하세요?"
얼마 전 미국에서도 상영된 한국영화 <극한직업>은

관객 동원 1600만, 박스 오피스 역대 2위를 기록한

대박 영화입니다.

5명의 경찰 마약반원들이 국제 마약조직 아지트 앞에

위장 치킨집을 운영하며 범인들과 벌이는 소동을 그린

코믹 액션물입니다.

영화는 그렇다치고 실제로 인간이 먹고 살기위해

갖는 직업 중 최고의 극한직업은 뭘까요?

EBS 교육방송은 '태국 푸크리등 산 국립공원의 짐꾼들'을

극한직업 랭킹 1위로 선정했습니다.

이 방송 리얼 다큐 프로그램에 소개된 수백 개의

각국 극한직업 중 이 태국 짐꾼들의 고단한 삶의 방식이

'영예의' 1등을 차지했지요.

많은 태국 청년들은 이 나라에서 유일하게 겨울을

느낄 수 있는 해발 1360미터의 푸크리등 산 정상에서

성인식을 갖습니다.

12월에서 2월까지 매일 600여 명의 청년들이 몰려오는데

이들이 바리바리 싸 온 짐을 산 정상까지 실어 나르는 게

짐꾼들이 삶의 무게와 함께 짊어지는 고된 직업입니다.

2미터가 넘는 길이의 대나무 장대 앞 뒤에 자기보다 훨씬

무거운 짐을 지고 산 정상까지 5시간을 뛰어 올라가는 일로,

하루 수입은 30 밧, 60달러 정도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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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과 조국--.

석 달 가까이 허접스런 이 두 인간의 얘기를 글로 쓰며

내 직업(?)의 모진 '극한성'을 실감했습니다.

한 평생 글을 써 왔지만 글쓰는 일이 태국 푸크리등 산

짐꾼들이 짊어지는 삶의 지독한 고달픔 못지않은

Extreme Job, 즉 '극한직업'임을 처음 깨달았습니다.

대통령 같지않은 인간한테 대통령 호칭 붙여주고,

사기 범죄조직의 두목같은 인간을 법무장관으로 불러주며,

지난 두 달 '절제하고 성찰하는 착한 글쟁이'

코스프레를 해봤습니다.

대도(大盜) 법무장관과 그와의 공범관계를 사실상

커밍아웃한 대통령 얘기를 쓰는 내내 기분은

참 엿같았습니다.

문재인 이름 뒤에 붙는 대통령 호칭이,

지난 석 달 사이 언론과 시중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의

뒷담화에서 슬그머니 사라져갔습니다.

한겨레같은 일부 '대깨문'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유튜브, 중립-보수계 언론 등에서

대통령은 호칭없이 그냥 문재인으로 불리기 시작했지요.

딱하게도 그는 허구헌날 술 마시고 마누라 두들겨패는

동네 골칫덩이 '문씨 영감' 정도로 폄하됐습니다.

문재인은 '조국 한 놈' 살리려 스스로를 이렇게

업화(業火)의 나락에 내 던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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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법무장관 임명에 절망하며

문재인을 떠나기 시작한 민심은,

문이 갖은 협박 꼼수로 윤석열 검찰에 사법훼방 공세를

가하면서, 그를 아예 포기하는 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

그 단초(端初)가 단일 시위로는 단군 이래 최대라는 500만

'광화문 민심'으로 폭발했지요.

그 무렵 동아일보 권순활 논설주간이 쓴

<나는 문재인을 더는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라는

제목의 칼럼이 큰 울림을 줬습니다.

"아무리 국정운영 능력이 떨어지고 온갖 문제가 많은

대통령이지만,

그래도 대통령이라는 점을 감안해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글 쓸 때는 기본적인 예우를 갖췄지만

이번엔 도저히 그럴 수 없다.

도대체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문재인은 지금 제 정신인가?

저런 사람이 국가원수인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부끄럽기 짝이 없다--.

최소한의 염치도 없다--.

이런 함량미달의 대통령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권 위원 칼럼의 결론부분은 '국민저항권'을 언급합니다.

"이제 법치주위는 죽었다. 의식있는 국민이라면

국민저항권을 발동하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할 시점이 됐다.

적어도 현 정권이 야당 시절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온갖 거짓말을 근거로 소리높여 외쳤던 촛불혁명보다는

훨씬 권력에 대한 저항이 정당한 시점이라고 확신한다.

나는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더는 인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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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퇴와 그의 처 정경심의 구속으로

문재인은 다시 한 번 정치적 리더십과 도덕성에

치명적 내상(內傷)을 입었습니다.

정경심 구속에 이어질 조국에 대한 검찰의 본격 조사,

그리고 광화문에서 다시 타오르기 시작한 하야 촛불을

보면서 문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아직도 '지못미' 조국에 '열나' 분통을 터뜨리고 있을까요?

배신자 윤석열을 향한 울분과 적개심에 어벤저스의

고뇌하는 빌런(villain) 타너스처럼 씩씩대며

날 밤을 새고 있을까요?

조국 이슈로 지난 몇 달 대한민국을 잿빛 세상으로 만들더니

이제는 검찰개혁과 공수처 문제로 나라를 또다시

분탕질하기 시작했습니다.

끊임없이 갈등을 유발해 편을 가르고,

자기네 편의 배타적 결속력으로 국가경영의 동력을

충전하는 문재인식 갈라치기 통치술이,

이번에는 뜬금없는 검찰개혁과 공수처(고위공직자수사처)

문제를 소환해 냈습니다.
검찰개혁은 99%의 국민에겐 관심이 별로 없는 이슈입니다.

정치개혁, 사법개혁, 교육개혁, 재벌개혁, 노동개혁 같은

여러 개혁 이슈 중 하나 일 뿐입니다.

헌데 문재인은 검찰개혁 안 하면 나라의 존립 근거가

무너진다는 식으로 여론을 오도하며,

헌법에도 배치되고 세계에도 유례가 없는

'옥상 옥 검찰'인 공수처 신설을 밀어부치고 있습니다.

문재인은 애초 조국을 법무장관에 앉히기 위한

당위적 근거로 검찰개혁 카드를 꺼냈었지요.
헌데 조국이 여론에 밀려 낙마하자 이제는

'미운 털 검찰총장' 윤석열을 '숙청'하기 위해

조자룡 헌 칼 휘두르듯 검찰개혁 칼 춤을 추고 있습니다.

문재인은 검찰총장 윤석열을 몰아내고 검찰의 힘을 빼는

일에 최우선 국정 목표를 정한 것 같습니다.

어떤 시급한 안건보다 먼저 공수처법 국회통과를

서두르는 이유입니다.

공수처가 출범하면 조국은 사법처리를 피할 수 있습니다.

퇴임 후 문재인이 구속을 모면할 수 있는 확실한 장치도

공수처입니다.

대통령 딸 가족 등 친인척 수사, 586 권력 실세들의

엄청난 비리도 공수처를 통해 조작 축소 은폐될 수 있습니다.
공수처는 문재인같은 부도덕한 대통령 권력엔 꽃놀이패입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이같은 칼 춤에서

비켜 나 2년의 임기를 채울 수 있을까요?

아마도 어려울 겁니다.

허지만 조국의 구속 등 대통령의 역린까지 건드리는

과감한 윤석열식 대시로 국민의 박수를 받은 후

'장엄하게 쫓겨나는' 길을 택하게 될 겁니다.

윤석열 검찰은 이번 조국 게이트 수사에서 문재인 정권을

뒤흔들 고급정보를 엄청 취득했습니다.

조국 게이트는 문재인 일가가 포함된 현 정권 586실세들의

권력형 부패와 연계된 다층적 국정농단 사건입니다.

최순실과는 차원이 다른 메가톤급 폭발성을 안고 있습니다.

지난 석 달 조국 사태로 언론에도 엄청난 정보가 쌓였습니다.

여러 민관 조직내의 휘슬 블로어들은 법정에 불려다니는 것을

꺼려 검찰보다는 언론에 고급정보를 제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문재인이 무리수를 써 윤석열을 끌어내리면?

만만찮은 후폭풍이 몰아칠 겁니다.

광화문과 윤석열과 언론의 3각동맹이 문재인 진영을 포위하는 상황,

윤석열의 대반격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조국 사태로 정치적 도덕적 치명상을 입은데다

임기 후반 레임덕에 빠진 대통령 문재인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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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제 안에서의 자신의 위상을

'대통령 기관설(機關說)'의 부정에서 찾는 것 같습니다.

"짐이 곧 국가다"라는 루이14세식 통치관입니다.

생시몽 대공의 수기엔 이런 대목이 있다지요.

"루이14세는 칭찬 감언 아첨을 좋아했다.

뻔히 아는 거짓말, 너무나 비열한 겉치례 인사도 즐겼다.
순종적이며 비굴한 신하들만 국왕 주변에 들끌었다."

요즘 청와대 꼬락서니가 딱 이짝입니다.

대통령은 혼밥 혼술 즐기고 직언하는 참모는 씨가 말랐습니다.

조국과 김정은과 일본 얘기를 '삐딱하게' 꺼냈다가

대통령 눈에서 발사되는 레이저 빔을 맞고 혼비백산했다는

누구누구의 얘기가 전설따라 삼천리처럼 전해집니다.

내 아내는 요즘 TV에서 문재인 얼굴이 나오면

김수미 반찬같은 데로 채널을 돌립니다.

어제 중앙일보 배명복 대기자가 쓴 칼럼에도

문재인 얼굴이 TV에 뜨면 사람들이 일제히 채널을

돌린다는 얘기가 쓰여있더군요.

시중의 장삼이사들로부터 이처럼 외면 당하고

대통령 호칭까지 몰수당한 대통령.

그러면서도 제왕적 권력을 탐닉해 점점 더 국민들로부터

멀어져 가는 대통령. 그에게 묻고 싶습니다.

"니가 대통령 각하세요?"

<임춘훈(전 KBS미주지사장) 2019년 10월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