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화 김삿갓

방랑시인 김삿갓 (142) *혼자는 무서워서 잠도 못자는 여인.

우현 띵호와 2021. 9. 29. 23:04

방랑시인 김삿갓 (142)
*혼자는 무서워서 잠도 못자는 여인.

주인 아낙네는 씽긋 웃으며 대답한다.
"남편이 없기는 왜 없갔시오. 아이도 머슴아가 둘 씩이나 있디요."
김삿갓은 그 말을 듣고, 내심 크게 실망하였다.

유부녀라면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되겠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도 혹시나 거짓말이 아닌가 싶어,
"남편과 아이들까지 있는데, 모두 어디를 가고, 혼자뿐이오 ?"
하고 다시 한 번 물어 보았다.

"시아버지가 위독하다는 기별을 받고,

오늘 아침에 큰댁으로 떠났고,

오고 가는데만 사흘이 걸리니 한참이 지나야 돌아 오갔디요."
김삿갓은 주인 아낙네가 혼자 있는 이유를 그제야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녀가 어엿한 유뷰녀임을 안 이상,

그녀를 건드려 볼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그리하여 저녁을 먹기가 무섭게,
"나는 몸이 고단해 그만 자야 하겠소. 아주머니는 안방에 건너가 볼일 보시오."
하고 주인 아낙네를 안방으로 쫒아 보내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김삿갓은 자리에 누웠어도,

멀뚱멀뚱 천정만 바라 보일 뿐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아까 저녁 밥을 먹으면서 ,
"상대자도 없는 이 밤에,양기만 왕성해지면 무얼 하오."
하고 말했을 때 그녀가 대뜸,
"상대자가 없기는 왜 없시요. 마음만 맞으면 누구든지 상대자가 될 수 있디요."
하고 대답하던 말이 새삼스럽게 귓전을 울려 왔기 때문이었다.

김삿갓은 어둠 속에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된다! 유부녀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

용서받지 못할 죄를 범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김삿갓이 이런 속마음을 새기면서 욕망을 억누르고 있는 이때,

주인 아낙네는 안방에서 무슨 신호를 보내는 듯 연신 잔기침을 하고 있었다.
김삿갓은 재우쳐 오는 정염을 줄기차게 억제해 가며 잠을 청했다.

워낙 고단하던 판이라 쉽게 잠이 들 것 같았는데,

이 궁상 저 궁상에 한동안 몸을 뒤척거리다가 가까스로 잠이 들었다.

잠을 얼마나 잤을까, 옆에서 이상한 인기척이 느껴지기에 문득 깨어 보니,

이불 속에 난데없는 여인이 자신의 옆에 누워 있는 것이 아닌가.

"아이구 깜짝이야 ! 이게 누구야! "
김삿갓은 잠결에 소리를 지르며 일어 나려고 하였다.
그러자 여인은 사내의 몸을 힘차게 부등켜 잡으며,
"놀라지 마시라우요. 내라요,내 ! 안방에서 혼자 자기가 무수와서 건너왔시오."
하고 말하는 소리는 틀림없는 주인 아낙네의 목소리였다.

순간, 김삿갓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흥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입으로는 여인을 책망하듯 이렇게 말했다.
"아니, 남편이 있는 여인이 이래서야 되겠는가 ?"
그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였다.

그러자 여인은 약간은 무안스러운 듯 어둠 속에서 조그맣게 속삭인다.
"혼자서는 무수와서 잠이 안 오는 걸 어케합네까."
너무도 엉터리 같은 황당한 핑게에 김삿갓은 어이가 없었다.
저녁 상을 받을 때 부터 여인의 심상치 않은 가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유부녀임을 알고 있었기에

김삿갓은 욕망이 꿈틀거려도 억누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여자 편에서 한밤중에 이불 속으로 쳐들어 왔으니,

김삿갓으로서는 난감한 일이었다.
더구나 혼자 잠자기가 무서워서 건너왔다는 말은

속이 뻔히 들여다 보이는 거짓말이 아닌가.
"혼자 자기가 무서우니, 나하고 같이 자자는 말인가 ?"
김삿갓은 약간은 밉살스러운 생각이 들어, 짖궂은 소리로 비꼬아대었다.
그러자 여인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혼자 자기는 무수우니끼, 둘이 잘밖에 없지 않갔시오 ?"

"허허허, 말인즉 옳은 말이군그래, ...

그런데 둘이 함께 자다가, 내가 자네를 무섭게하면 어떡 하지 ?"

김삿갓은 여인을 겁탈이라도 할 듯이,

이제와는 다른 한결, 겁주는 어조로 말을했다.
그러자 여인은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한다.
"무숩긴 뭐가 무수와요 ? 좋기만 할 것 같구만 .... "
"이 사람아 ! 자네는 남편이 있는 몸이 아닌가?

남편이 있는 여인이 외방 남자와 한 이불 속에 있어서야 될 일인가 ?"

김삿갓은 목구멍이 타도록, 솟구쳐 오르는 욕정을

끈질기게 억제하며 의식적으로 다그쳤다.
어쩌면 그것은 자신의 패륜 행위를 스스로 경고하는 수단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주인 아낙네는 정조관 같은 것은 손톱만큼도 없는지,
"아이참, 그 양반 까탈스럽게구네 !

오밤중에 단둘이 하는 짓을 누구래 알갔시오 ! ...

아닌말로 대동강에 배 한 번 지나 갔다고,

표신들 나갔시오 ? 흔적인들 남갔시오 ?"

그러면서 어둠 속에서 손을 뻣어

대뜸 김삿갓의 사타구니를 더듬어 보는 것이 아닌가.

김삿갓의 물건은 아까부터 잔뜩 흥분되어,

남성이 발기 충천 되어 있던 판인지라,
여인의 손길이 사타구니에 와닿자, 기절초풍을 할 듯이 놀랐다.
"어,어..왜 이래 ! 무슨 여편네가 이런 게 다 있어 ! "

그러나 여인은 코웃음을 치며 이렇게 뇌까려대는 것이었다.
"앗 - 쭈 ! ... 물건이 제대로 발동했으면서,

괜스레 입으로만 까다롭게 구시네.
요롯케, 사람이 솔직하지 않으면 못쓰는거야요."
김삿갓은 마치 농락을 당하고 있는 것 같은 꼴이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