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화 김삿갓

방랑시인 김삿갓 (144) *"날계란 또 가져 올까요 ?"

우현 띵호와 2021. 9. 29. 23:05

방랑시인 김삿갓 (144)
*"날계란 또 가져 올까요 ?"

주인 아낙네는 김삿갓의 질문에 대답할 생각은 안 하고,
"당신은 글을 잘 알고 계시갔디요 ?" 하고 엉뚱한 말을 물었다.
"글이라면 알고 있지.

그 사건을 해결하려면 글을 꼭 알아야만 하는가 ?"
여인은 그 대답을 듣자 크게 기뻐하면서,

"그럼 됐시요. 방문(榜文)을 읽어 보아,

사건의 내용을 자세하게 알아 보려면 무엇보다도

글을 알아야 할 게 아니갔시오 ?"

김삿갓은 그 말을 듣고 기가막혔다.
"아니 그럼 자네는 사건의 내용도 모르면서,

현상금을 타먹자고 하는 것인가 ?"

"사건의 내용은 몰라도 현상금은 탐이 나거든요.

글은 당신이 잘 아신다니까 문제는 당신이 풀고,
상금은 둘이 나눠 먹으면 되지 않갔시오 ?"

"그게 무슨 소리야 ? 문제를 내가 풀면,

의당 상금도 나 혼자 먹어야 하는 것이 아니겠나 ?"

김삿갓은 여인의 반응을 알아 보고 싶어, 일부러 말을 비틀어 던졌다.
그러자 여인은 펄쩍 뛰며 놀란다.
"그건 말도 안되요 ! "
"말이 안 되다니 ? 문제를 내가 풀었으면 상금도

나 혼자 타먹어야 옳은 일이 아닌가,

자네까지 끼어 들어 나눠 먹자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지 않나 ? "
"아이참, 기가막혀서 ... 당신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시나봐 ! "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다니 ? 그건 또 무슨 소리야 ?"
"생각해 보시라우요.

당신한테 돈벌이가 있다고 알려 준 사람은 바로 내가 아니갔시오 ?

내가 당신에게 이런 이야기를 알려 주지 않았다면,

당신은 상금을 탈 일도 없을 게 아니갔시오 !

그러니까 상금을 타게 되면,

아무 소리 말고 그 돈을 절반씩 나눠 먹어야 하는 것이야요."

"허허허 ... 그런 돈벌이가 있다고 말을 해 준 사람이 자네니까,

구문(口文)을 절반씩이나 내 놓으라는 말인가 ?

그래도 구문을 절반이나 달라는 것은 너무 심한데... 아무려나

내가 한번 풀어 보기로 할 테니 그럼,

사건이 어떤 내용인지 자세히 말이나 해보게."

김삿갓은 얼토당토 않은 제안을 받고 기가막혀 하면서도

사건의 내막이 워낙 궁금하였다.
그러자 대답하는 아낙네의 말은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나는 그 사건에 일백 냥이라는 상금이 걸려 있다는 말만 들었디

사건의 내용은 어떠 것인지는 잘 알지 못하디요.

그러니까 당신은 지금부터 나와 함께 읍내에 들어가

그 방문을 읽어 보기로 해요."

"뭐야 ? 현상금이 걸린 방문을 읽으러 자네와 함께 읍내에 들어가자고?

이런 제길, 그렇다면 나는 상금을 못 타면 못 탓지,

자네와 함께 읍내에 들어 갈 생각은 조금도 없네."
김삿갓은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 일언지하에 거절해 버렸다.

그러나 김삿갓이 거절한다고 고분고분 물러설 여인이 아니었다.
"일백 냥이나 되는 큰돈을 포기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요.

당신이 안 간다면 내가 멱살이라도 끌고 갈 테니, 그리아시라요.

그리고 우리 사이에 당신이 내 말을 거역할 처지는 아니쟎아요 ?"

김삿갓은 객줏집 아낙네가 라는 말을 하며 노골적으로 내세우며

고집을 부리는 데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날계란을 또 가져 올까요 ?"
지난 밤 재미를 본 것이 날계란 탓 이라고 믿는 객줏집 여인은

조반을 다 먹은 김삿갓을 씽긋 쳐다 보며 말한다.

"뭐야 ! " ...
김삿갓은 기가막혀 놀라기만 할 뿐, 다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날래 날래 나오라우 ! "
여인의 기막힌 소리를 들은 김삿갓은 배낭을 걸머지고

먼저 밖으로 나와, 기가막힌 평안도 말로 여인을 재촉했다.

객줏집에서 순천(順天) 읍내까지는 십 리가 넘었다.
김삿갓은 객줏집 아낙네와 함께 읍내로 걸어 가면서도,

내심으로는 고소(苦笑)를 금할 길이 없었다.
(세상에 공짜란 없는가 보구나, 어쩌자고 이런 계집을 건드려 가지고,

꼼짝없이 읍내까지 볼모로 끌려가게 되었단 말인가 ? )

어쩌면 계집은 이런 일에 이용해 먹으려고

김삿갓의 행태를 면밀하게 살펴, 계획적으로 유혹을 한 것 아닌가 싶었다.

물론 김삿갓이 지금이라도 도망을 가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깊은 숲속으로 줄행랑을 쳐버리면,
제아무리 극성스러운 계집이기로 끝까지 따라 오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김삿갓은 굳이 도망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사또가 상금을 내걸은 미제(未濟) 살인 사건을

자기 자신이 한번 멋지게 해결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