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서중사치(書中四痴)

우현 띵호와 2022. 4. 25. 23:51

서중사치(書中四痴)  
책과 관련된 네 바보,

책을 빌리거나 빌려주거나 찾거나 돌려주는 바보  
[글 서(曰/6) 가운데 중(丨/3) 넉 사(囗/2) 어리석을 치(疒/8)]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다.’

이전의 우리 선조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책이 귀했던 옛날에 이렇게 믿었다니 이해되지 않으나

책은 지식을 위한 것이고,

그 지식이 필요한 사람에게 가면

그만큼 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
 
실제 중세 서양의 한 수도원에서 먼지를 덮어쓰고 있던

장서를 몰래 빼내 널리 퍼뜨린 포조 브라촐리니

(Poggio Bracciolini, 1380∼1459)란 필경사는

인문학 대중화에 기여했다고 평가받기도 한단다.

책과 관련한 이야기 중에(書中) 네 가지 바보(四痴)가

있다는 말이 전하는데 책 소유에 대해 관대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우선 이 네 바보부터 보자.

‘책을 빌리는 놈 바보, 빌려주는 사람도 바보

(借一痴 借二痴/ 차일치 차이치),

자기 책 찾는 사람 바보, 돌려주는 놈 바보

(索三痴 還四痴/ 색삼치 환사치)’, 모두 바보 천지다.

빌 借(차)는 ‘빌려주다’의 뜻도 있다.

중국 唐(당)나라 후기 昭宗(소종) 때 宗正少卿(종정소경)을 지낸

李匡文(이광문)의‘資暇集(자가집)’에 시속의 얘기라며
처음 썼다고 한다.
 
조금 앞서 학자 段成式(단성식)은

‘책을 빌려주는 것도, 돌려주는 것도 똑같은 바보

(借書還書 等爲二癡/ 차서환서 등위이치)’라고

‘酉陽雜俎(유양잡조)’에서 말했다.

北宋(북송)의 呂希哲(여희철)도 같은 뜻의

‘빌려주고 돌려주는 둘 다 바보

(借書而與之 借人書而歸之 二者皆痴也/

차서이여지 차인서이귀지 이자개치야)’라며

‘呂氏雜記(여씨잡기)’에 썼다고 한다.
 
이처럼 바보 소리 들으며 책을 빌리는 사람도,

빌려주는 사람도 늘어나지 않으면 오히려 독서에 나쁜 영향이 왔겠다.

그런데 실제 이 네 바보 이야기는 정반대로 오해에서 온 표현이라니

이 말을 더 믿어야 하겠다.

南宋(남송) 때의 문인 嚴有翼(엄유익)이

‘藝苑雌黃(예원자황)’이란 글에서 이런 표현을 썼다고 한다.
 
‘옛날에는 책을 빌리러 갈 때 술 한 병,

책을 돌려줄 때 술 한 병을 들고 갔다

(借書一瓻 還書一瓻/ 차서일치 환서일치).’

瓻는 술단지 치, 목이 짧고 배가 부른 작은 항아리를 가리켰다.

책이 귀했던 시절에 고맙게도 책을 빌려 보고 돌려주지 않는 것을

도둑의 심보라며 술 한 병이라도 사례하는 것이 예의라는 것이다.
 
술단지를 뜻하는 어려운 글자 瓻(치)가 누군가의 장난으로

음이 같은 어리석을 痴(치)로 바꾼 것이 더 재미가 있어

후세로 내려온 셈이다.

자가 濟翁(제옹)인 이광문의 글에서는 책이 있어도

빌려주거나 돌려받는 것이 모두 어리석다며

有書借索(유서차색)이라고도 하는데

엄유익이 말한 술 한 병의
借書一瓻(차서일치)란 성어가 물론 더 훈훈하다.
 
이렇게 되면 책은 남에게 빌려주지 않는다는

書勿借人(서물차인)이란 말이 사라지지 않을까.

아니 그보다 책을 빌리거나 빌려 주거나

책을 옆에 두고 독서를 생활화하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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