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대불핍인(代不乏人)

우현 띵호와 2023. 9. 8. 23:47

대불핍인(代不乏人)  
어느 시대나 인재가 부족한 적은 없다, 인물은 곳곳에 있다.  
[대신할 대(亻/3) 아닐 불(一/3) 모자랄 핍(丿/4) 사람 인(人/0)] 

‘사람 살 곳은 골골이 있다’란 속담이 있다.
人間到處 有靑山(인간도처 유청산)이란 구절과 같이

사람 닿는 곳 어디에나 푸른 산이 있다는 말인데

여러 뜻을 가진다.  
 
세상 어디에 나가도 살 길이 있으니 큰 뜻을 품어라,

어디에 가도 몸 눕힐 곳은 있다, 죽으라는 법은 없어

도와주는 사람이 나타난다는 등등의 희망을 북돋운다.
 
곳곳에 재주를 가진 인물이 있다.

다만 때를 만나지 못하거나 알아보는 사람이 없어

묻혀 있을 뿐이다.  
 
늙은 천리마가 구유에 엎드려 있으면 재능을 펼치지 못한다는

老驥伏櫪(노기복력, 櫪은 말구유 력)의 성어가 말해주는 것과 같다.
 
어느 시대이든 재주 가진 사람이 모자라지 않는다(不乏人)는

말도 마찬가지다.  
 
시대에 적합한 인재가 나오기 마련인데

알아보지 못하거나 소인배들이 날뛰는 곳에는

섞이지 않으니 찾기 어려울 따름이다.  
 
이 말이 그대로 사용되지 않았지만

예를 든 것이 중국 前漢(전한)의 劉向(유향)이 쓴
‘戰國策(전국책)’이다.
 
강국 秦(진)나라에 진사 사절로 온 趙(조)나라

변사 諒毅(양의)는 조왕의 동생을 죽여야 한다는

昭襄王(소양왕)의 강압에 차분히 설득한다. 
 
‘둥지가 뒤집히고 알이 깨질 곳에는 봉황이 날지 않고 
 (有覆巢毀卵 而鳳皇不翔/ 유복소훼란 이봉황불상), 
태를 가르고 어린 새끼를 구워먹는 곳에

기린은 가지 않는 법입니다 
 
(刳胎焚夭 而騏驎不至/ 고태분요 이기린부지).’

刳는 가를 고.
 
살벌한 풍토에는 인재가 곳곳에 있어도 모이지 않으나

진왕은 그렇지 않아 주변에 인물이 많다는 칭찬에

흐뭇해져 소국 조나라를 침범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무리한 해석 말고 우리 고전에는 멋진 글귀가 많다.

고려 李穡(이색)의 ‘牧隱藁(목은고)’에는

‘우리 삼한에는 고아한 유풍이 있어
예로부터 인재가 많다고 일컬었다 
 
(三韓儒雅 古稱多士/  삼한유아 고칭다사),  
그리하여 고상하고 탁월한 시문을 짓는 이들이

시대마다 모자람이 없이 배출되었다 
 
(高風絶響 代不乏人/ 고풍절향 대불핍인)’고 했다.
다른 예로 鄭道傳(정도전)의 ‘三峰集(삼봉집)’에도 있다.

‘우리 산수의 아름다움은 천하에 제일이라 산악의 기운이 모여 
 
(山水之美甲天下 氣鍾岳降/ 산수지미갑천하 기종악강),  
문무의 훌륭한 인재가 대대로 끊어지지 않았다 
 
(文武英材 代不乏人/ 문무영재 대불핍인).’
도처에 인재는 넘쳐도 필요한 자리에 실제 발탁되어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일이 흔히 일어난다.  
 
이것은 지도자가 사람을 보는 안목이 모자라거나

주변에 아첨배나 간신배들이 막아서기 때문이다.  
 
전문 지식이 필요한 곳에서도 좁은 시야의 안목으로

끼리끼리 노른자 자리를 주고받으면 싹수가 노랗다.  

이런 곳에서는 봉황의 알이 깨지니

깃들지 못하고 기린이 모일 턱이 없다.  
 
無虎洞中 狸作虎(무호동중 이작호)란 말대로

‘호랑이 없는 골에 토끼가 왕 노릇 한다’는 말이

그른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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