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세사부운 하족문(世事浮雲 何足問)

우현 띵호와 2023. 10. 2. 23:28

세사부운 하족문(世事浮雲 何足問)  
세상일 뜬구름이니 어찌 물을 가치 있겠는가 

[인간 세(一/4) 일 사(亅/7) 뜰 부(氵/7) 구름 운(雨/4)

어찌 하(亻/5) 발 족(足/0) 물을 문(口/8)] 
 
뜬 구름은 막연하거나 허황된 것을 가리킨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영원한 것이 없다.

변하지 않는 것은 바로 ‘세상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 뿐이란다. 
 
그래서 모든 존재는 허망하다.

짧은 인생은 말할 것도 없다.

삶과 죽음에 대해 조선 중기 고승 西山大師

(서산대사, 1520~1604)는 딱 맞아 떨어지는 글을 남겼다. 
 
‘삶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라,

구름은 본래 실체가 없으니,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러하다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然/
생야일편부운기 사야일편부운멸
부운자체본무실 생사거래역여연).  
 
부질없는 것을 뜬 구름에 비유한 것은 孔子(공자)가 먼저다.  
‘論語(논어)’ 述而(술이)편에서 나물 먹고 물마시고

팔베개하여 누워도 즐거움은 그 가운데 있다고 한

구절 뒤에 이어진다.  
 
‘의롭지 않으면서 부귀를 누리는 것은

나에게는 뜬 구름과 같다 
(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
불의이부차귀 어아여부운).’  
 
옳지 못한 방법으로 얻은 부귀는 뜬 구름같이

허망한 것이란 가르침이다. 
唐(당)나라의 화가이자 자연시인인 王維(왕유, 701~761)도

세상일이란 뜬 구름과 같다는 명구를 남겼다.  
 
왕유는 維摩經(유마경)에 나오는 거사 이름을 따 자를

摩詰(마힐)로 지을 정도로 불교에 심취한 시를 많이 써

詩佛(시불)이라 불린다. 
 
산수화에도 뛰어나 宋(송)나라 문호 蘇軾
(소식)은 그의 시를 평하여 ‘시 가운데 그림이 있고,

그림 가운데 시가 있다 
 
(詩中有畵 畵中有詩/
시중유화 화중유시)’고 극찬하기도 했다. 
왕유가 낙향해 살 때 시를 주고받으며 함께 지낸 친구

裵迪(배적)이 과거에 계속 낙방하자

‘酌酒與裵迪(작주여배적)’을 지어 위로했다. 
 
‘그대에게 술 부어 권하니 마음 너그럽게 가지게,

인정이란 출렁이는 물결처럼 뒤집히는 것 
(酌酒與君君自寬 人情翻覆似波瀾/
작주여군군자관 인정번복사파란)’으로 시작하여 
 
‘세상일 뜬구름만 같으니 물어 무엇 하리오,

높이 누워 조용히 맛있는 것 먹느니만 못하다네 
(世事浮雲何足問 不如高臥且加餐/
세사부운하족문 불여고와차가찬)’로 마무리한다.  
이런저런 일로 부대끼지 말고 관조하며 살자는 내용이다. 
 
옳으니 그르니 하는 것은 본래 실상이 없어

결국에는 다 부질없는 것이 된다.  

부를 위해, 명예를 위해 앞만 보고 아등바등 살아도

갈 때는 올 때와 마찬가지로 빈손으로 간다. 
선인들의 가르침으로 이런 교훈을 잘 새기면서도

실제 부닥치면 욕심이 앞서니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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