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능파미보(凌波微步)

우현 띵호와 2023. 12. 11. 16:16

능파미보(凌波微步)   
물 위로 걷는 듯한 가벼운 걸음, 미인의 우아한 걸음 
[업신여길 릉(冫/8) 물결 파(氵/5) 작을 미(彳/10) 걸음 보(止/3)]  

미인을 가리키는 수많은 성어 중에

붉은 입술과 하얀 치아라는 뜻의

丹脣皓齒(단순호치)가 있다.  
 
이 말은 천하의 글재주를 모두 한 섬으로 볼 때

여덟 말을 차지한다고 八斗之才(팔두지재)라

칭송을 받은 曹植(조식)이 ‘洛神賦(낙신부)’
에서 표현했다.  
 
중국 三國時代(삼국시대)의 풍운아 曹操(조조)

25명의 아들 중에서 가장 시재가 뛰어나 부친의

총애를 받았지만 文帝(문제)에 오르는 형 曹丕(조비)의

구박을 받아 七步詩(칠보시)를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콩대를 태워서 콩을 삶아 고통을 안기는 형제간의 다툼

煮豆燃萁(자두연기, 萁는 콩대 기)가 나오는 바로 그 시다.  
 
물결 위로(凌波) 가볍게 걸어 다닌다(微步)는 이 말은

미인의 가볍고 우아한 걸음걸이를 나타내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조식이 낙신부에서 묘사했는데

대상은 형수가 되는 조비의 왕비 甄后(견후)다. 
 
견후는 원래 袁紹(원소)의 며느리로 미모를 뽐냈지만

조조에 패한 후 전리품으로 끌려간 신세였다. 
 
조조는 아들 조비에 처로 삼게 했고,

어린 조식은 전장으로 다니기 바쁜 형보다

형수와 시간을 더 많이 보냈다.  
 
조식은 견후가 조비의 郭皇后(곽황후)에게

비참하게 죽음을 당하자 애도하여 ‘感甄賦
(감견부)’를 지었다. 
 
賦(부)는 낭송이 가능한 운문과

산문의 중간형태의 문학을 말한다. 
 
현존하는 중국시 중에서 여인의 아름다움을

가장 많이 잘 묘사했다는 평을 받는 장편의

이 작품에서 후반부에 성어가 나온다. 
 
‘몸은 날아가는 물오리처럼 날렵하고,

빠르기는 신선과 같구나 
(體迅飛鳧 飄忽若神/ 체신비부 표홀약신).  
 
물결을 밟아 사뿐히 걸으니,

비단 버선에 안개가 날리네 
(凌波微步 羅襪生塵/능파미보 라말생진).’  
 
三皇(삼황) 중의 한 사람인 伏羲氏(복희씨)의 딸이

洛水(낙수)의 신이 됐다는 전설이 있다. 
 
조식이 봉지로 갈 때 낙수를 건너면서

견후와 함께 떠올린 것이다.  
하지만 조비와 견후의 아들 曹睿(조예)는

감견부가 좋지 않은 기억을 떠올린다며

낙신부로 고쳤다고 한다. 
 
미인의 가벼운 걸음걸이는

보는 사람까지 경쾌하게 만든다.  
의상 디자이너의 발표회는 팔등신 모델들의 워킹에

시선이 집중된다.  
 
하지만 여성들의 미는 겉보기에만 머무는 것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온다.  
가벼운 걸음걸이를 위해 억지로 몸매를 가꾸는

무리는 하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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