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간어제초 (間於齊楚)

우현 띵호와 2024. 4. 30. 21:47

간어제초 (間於齊楚)

제나라와 초나라에 사이하다,

강자들 틈에 끼여 괴로움을 겪다.
[사이 간(門/4) 어조사 어(方/4)

가지런할 제(齊/0) 초나라 초(木/9)] 
 
덩치가 크고 강한 자들의 사이에 끼여 있으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우리 속담

그대로고 한역으로 鯨戰鰕死(경전하사)는

이전에 소개했다. 재미있는 비유가 또 있다. 
 
많은 땔나무를 써서 늙은 거북을 삶는데도

잘 되지 않아 늙은 뽕나무를 베어와 때면

잘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엉뚱한 뽕나무가

화를 입는다는 老龜烹不爛 延禍及枯桑

(노귀팽불란 연화급고상)이란 말이다.

성 안에서 난 불을 끄려고 연못물을 퍼내다 죽은

殃及池魚(앙급지어)의 물고기도 억울하기는
마찬가지다.

같은 뜻으로 齊(제)나라와 楚(초)나라에 끼인

신세라는 이 성어다. 
 
중국 戰國時代(전국시대)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패권을 다투었던 제나라와 초나라는

七雄(칠웅)에도 올랐던 강국이었다.

북쪽의 산둥[山東/ 산동]반도를 중심으로 한

제나라는 물산이 풍부했고,

양쯔강[揚子江(양자강)] 중하류 지역에 위치한

초나라는 가장 광대한 영토를 자랑했다. 
 
이 사이에 낀 사방 오십리의 조그만 제후국 滕(등)나라는

墨子(묵자)가 태어난 나라로 알려졌지만

주변국의 침략으로 멸망과 복국을 거듭했다.

이 나라의 文公(문공)은 세자 때부터

孟子(맹자)의 王道政治(왕도정치)에 심취했고

왕위에 오르자 초청하여 가르침을 구했다. 
 
여러 나라를 돌며 자신의 정치를 설파하던

맹자에게 문공이 물었다.

‘등나라는 작은 나라로서 제나라와 초나라의

사이에 끼여 있습니다

(滕小國也 間於齊楚/ 등소국야 간어제초).

제나라를 섬겨야 할까요, 초나라를 섬겨야 할까요

(事齊乎 事楚乎/ 사제호 사초호)?’

맹자도 명쾌하게 말할 수는 없어
다른 해법을 제시한다. 
 
꼭 해결하려 한다면 성 밑에 해자를 깊이 파고

성을 높이 쌓은 후 백성과 함께 굳게 지키든지,

그렇지 않으면 떠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는 선한 정치로 백성들을 이끌어 목숨을

바칠 각오로 지킨다면 당당히 맞서고,

눈치만 보며 비굴하게 살 바엔 버리는 게

낫다고 한 것이다. 梁惠王(양혜왕)
하편에 실려 있다. 
 
우리나라는 영토는 작아도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당당히 독립을 유지해 왔다.

일본에 합병된 35년을 제외하면 민족의

고유성을 잘 지킨 셈이다.

하지만 한국전쟁 때 우리를 지켰던 미국과

우리를 조공국이라 얕잡아보던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커지자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간섭을 한다.  
 
영토를 방어하기 위한 사드 배치 때 온갖 얄팍한 수로

제재를 가한 중국이나 주한미군 유지비 문제로

억지를 쓰는 미국이나 강대국 사이에서

우리만 죽을 맛이다.

전후를 잘 파악해 의연하게 대처해야

등나라의 처지를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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