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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불리신(影不離身)

우현 띵호와 2021. 7. 17. 23:14

영불리신(影不離身)

그림자가 몸을 떠나지 않다,

자신의 허물을 모르고 엉뚱하게 해결하려 하다

[그림자 영(彡/12) 아닐 불(一/3) 떠날 리(隹/11) 몸 신(身/0)]

어떤 물체에 빛이 통과하지 못해서 뒷면에 생기는

그늘은 당연히 일관성이 있다.

그림자를 쫓아가면 도망가고 반대로 도망가면 쫓아온다.

‘굽은 지팡이는 그림자도 굽어 비친다’란 속담에서는

그래서 본디 나쁜 모습은 아무리 분칠을 하고

숨겨 봐도 드러난다는 뜻이다.

한낮에 그림자를 피하고자 한다는 日中途影(일중도영)

이라는 말은 한 손으로 하늘을 떠받치는 一手托天(일수탁천)과

같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나 무모한 일을 가리킨다.

그림자가 몸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는 이 성어도 허

물이 있을 때 고치지 않고 비난만 해서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깨우침을 준다.

寓言(우언)이 넘치는 ‘莊子(장자)’에 이 그림자 이야기도 등장한다.

그림자를 향해 아까는 걷더니 지금은 멈춰 섰다고 꾸짖어봐야

주인이 하는 대로 따라할 뿐이라고 齊物論(제물론)에서 말했다.

사람이 아무리 빨리 뛰어도 그림자는 따라 온다는 비유는

한 어부를 등장시켜 孔子(공자)에게 또 한 말씀하는

‘漁父(어부)’편에 들어 있다.

 

유교의 원조인 공자를 향해 천자도 아니고 군주도 아니면서

제멋대로 예악을 손질하고, 인륜을 들먹이면서 백성을

교화시키려 한다고 꼬집는다.

‘어질기는 하지만 몸에 닥칠 화를 피하기 힘들 것

(仁則仁矣 恐不免其身/ 인즉인의 공불면기신)’이라 말한 것을

제자가 전하자 공자가 어부를 찾았다.

 

어부가 여덟 가지 허물(八疵/ 팔자)과 네 가지 걱정(四患/ 사환)이

있다고 하니 공자는 떨치는 법을 구한다.

‘옛날 어느 사람이 제 그림자가 두렵고 발자국을 미워해서

그것을 피하려 도망갔다

(人有畏影惡跡 而去之走者/ 인유외영오적 이거지주자),

발을 자주 놀릴수록 발자국이 많아졌고 빨리 뛸수록

그림자는 그의 몸을 떠나지 않았다

(擧足愈數而跡愈多 走愈疾而影不離身/

거족유삭이적유다 주유질이영불리신).’

그 사람은 어떻게 됐을까.

그늘 속에 있으면 그림자가 없어지고 가만히 있으면

발자국도 그칠 텐데 어리석게도 그것을 몰라

그 사람은 자꾸 달리다 지쳐 죽고 말았다고 했다.

자기 허물을 깨닫지 못하고 엉뚱하게 해결하려는 것을 꼬집었다.

그림자는 실체와 분리하지 못하는 한 몸이다.

떼어내려면 그늘 속에 들어갔을 때 사라진다.

자신의 허물을 아무리 떼려 해도

그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항상 따라다닌다.

잘못은 숨길수록 그림자가 길어지듯 나중에 더 크게 드러난다.

자기 잘못이 아니라며 다른 사람에 덮어씌운다고

없어지지 않고 더 오랫동안 남는 법이다.

그림자가 두려워 도망하는 畏影惡迹(외영오적), ++

畏影 走(외영이주)도 같은 말인데 피하는 법을 +

잘 알면 겁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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