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완육의창(剜肉醫瘡)

우현 띵호와 2021. 7. 17. 23:14

완육의창(剜肉醫瘡)

살을 도려 종기를 치료하다,
무리한 방법을 써 일을 더욱 망치다.

[깎을 완(刂/8) 고기 육(肉/0) 의원 의(酉/11) 부스럼
창(疒/10)]

앞날의 일에 미리 대비하면 좋으련만 보통 사람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허둥지둥한다. 그렇게 되면
차근차근 처리하지 못하고 악화시킬 때가 많다. 좋은
비유의 속담이 있다. ‘옴딱지 떼고 비상 칠한다’란
말은 가려운 피부병 옴을 빨리 고치겠다는 욕심에
독성이 있는 砒霜(비상)을 칠해 상처를 덧나게
한다는 말이다.

글자는 어렵지만 이와 비슷한 말로 자기의 살을
도려내어(剜肉) 다른 상처 치료에 쓴다(醫瘡)는 것이
있다. 당장의 아픔을 참지 못해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무리한 방법을 써서 일을 더욱 망친다는
의미다. 순서를 바꿔 療瘡剜肉(요창완육)이나
剜肉補瘡(완육보창)이라 해도 뜻이 같다.

중국 晩唐(만당)의 시인 聶夷中(섭이중)은 출신이
빈한했던 때문인지 혼란한 사회 속에서 농민의
곤경을 동정하는 시를 많이 썼다. 오랫동안 벼슬을
못하고 고생하다 17대 懿宗(의종) 때인 871년 진사로
임관되어 縣尉(현위)로 지방 근무를 했다.

고통 받는 농민들과 생활하면서 씨 뿌리고 거두는
어려움을 직접 체험한 그는 농가를 읊은 대표작
‘詠田家(영전가)’에서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누에치기를 시작해서 새 명주가 나오기도 전에,
본격적으로 모를 심을 시기에 양식이 떨어져 관가에
담보로 잡히고 돈을 빌린다. 우리의 보릿고개와 같이
立稻先賣(입도선매)의 애달픔이 절절하다.

앞의 부분을 보자. ‘2월에 미리 새 명주실을 팔고
5월에 햇곡식을 팔아 돈을 빌리네(二月賣新絲
五月糶新穀/ 이월매신사 오월조신곡), 눈앞의
부스럼은 고쳐질지라도 심장의 살점을 도려내는
격이라(醫得眼前瘡 剜卻心頭肉/ 의득안전창
완각심두육).’ 누에를 치기 시작하며 새 명주가
나오기도 전에 담보로 돈을 빌려 賣新絲(매신사)라
했고, 糶는 ‘쌀팔 조’인데 역시 쌀을 수확하기 전
잡혀 糶新穀(조신곡)이 됐다. 쪼들리는 춘궁기의
고달픈 생활에 가을걷이해서 갚기로 하고 높은
이자로 미리 당겨쓰는 일을 눈앞의 고통
眼前瘡(안전창)을 막으려 심장의 살점
心頭肉(심두육)을 도려내는 아픔이라 비유한 것이다.

어리석거나 방법을 잘못 택하여 일을 돌이키지
못하게 그르친다는 또 하나의 비유
負薪救火(부신구화)가 있다. 불이 활활 타고 있는데
끈다는 사람이 땔나무 짐을 진 채 달려든다는 ‘섶을
지고 불로 들어가려 한다’는 속담과 같다. 이는
앞뒤 가리지 못하는 어리석음에서 왔으니 알고도
살점을 도려내는 성어와는 격이 다르다.

전번 세계적으로 번진 코로나19로 각국에서 재난
지원금으로 급한 불을 껐다. 우리나라에선 여기에
더해 온 국민에 기본소득까지 줘야 한다며 논란이
됐다. 임시처방에 부채는 급증하는데 불을 끌지,
살을 도려낼지 어느 것이나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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