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포두서찬(抱頭鼠竄)

우현 띵호와 2021. 7. 17. 23:17

포두서찬(抱頭鼠竄)

머리를 감싸 쥐고 쥐처럼 숨다,
낭패를 당해 몰골사납게 피하다

[안을 포(扌/5) 머리 두(頁/7) 쥐 서(鼠/0) 도망할
찬(穴/13)]

조그만 몸집의 포유동물 쥐는 실험용이나
애완용으로 기르는 소수를 빼고는 인간에 해를
끼치기만 한다. 병균을 옮기고 음식을 훔쳐 먹고
농작물을 갉는다. 동작은 재빨라서 고양이를
만나거나 인기척이 들리면 어느새 달아나
쥐구멍에서 눈만 끔벅인다.

무서운 적이 나타났거나 아주 부끄러운 일을 들켜
어디에라도 숨고 싶을 때 ‘쥐구멍을 찾는다’고
한다. 여기서 나온 같은 뜻의 성어가 머리를 감싸
쥐고(抱頭) 쥐가 쥐구멍으로 도망하듯이(鼠竄)
숨는다는 이 말이다. 낭패를 당하여 몰골사납게
자리를 피하는 것을 잘 비유한 것이 속담을 한역한
것 같으나 중국 고전에도 종종 사용됐다.

이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중국 齊(제)나라의
변설가 蒯通(괴통, 蒯는 기름새 괴)이었다. 최초의
통일제국 秦(진)나라는 시황제가 죽자 분열되어
제후와 농민군이 각지에서 봉기했다. 15년 만에
진나라를 항복시키고 들어선 漢(한)의 劉邦(유방)은
무적의 項羽(항우)에 적수가 되지 못했지만 전장에서
연전연승한 韓信(한신) 등 공신의 도움을 받아
高祖(고조)가 될 수 있었다.

한신이 동부의 제나라 땅을 평정하고 齊王(제왕)에
봉해졌을 때 괴통이 찾아와 계책을 건의했다.
後漢(후한)의 班固(반고)가 쓴 역사서
‘漢書(한서)’의 열전에 실려 있다.

괴통은 한신에게 항우와 유방에 맞서 천하를
삼분하면 왕이 될 수 있다며 독립을 권했다. 한신이
자신을 잘 대해주는 유방을 배신할 수 없다고 하자
괴통이 설득한다. 진나라 말기 어지러울 때
陳餘(진여)와 절친했던 張耳(장이)는 함께 군사를
일으켜 항우를 도왔는데 구원요청을 거절했다가
원수가 됐다.

나중에 진여가 장이를 공격하자 ‘장이는 머리를
감싸고 쥐구멍을 찾듯 도주하여 한왕에
귀순(常山王奉頭鼠竄 以歸漢王/ 상산왕봉두서찬
이귀한왕)’했다고 설명했다. 常山王(상산왕)은
항우가 분봉한 장이를 말한다. 의리를 앞세우는
사이라도 한 순간에 벌어진다는 이야기다.
奉頭(봉두), 捧頭(봉두)로 써도 같다.

의리를 잘 지킨 한신은 잘 알려진 대로 후일
淮陰侯(회음후)로 강등됐다가 呂后(여후)에 의해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전장에서는 종횡무진의
장수였던 한신이라도 괴통이 알려준 천명을 따르지
못한 결과였다. 한신은 토끼가 죽으면 사냥개도 삶아
먹힌다고 한탄했지만 뒤늦은 후회였다.

괴통은 모반 혐의로 잡혀 와서 고조에 남긴 말도
유명하다. 跖狗吠堯(척구폐요, 跖은 발바닥 척)라고
어진 요임금도 모르면 짖을 수밖에 없다며 주인향한
개는 죄가 없다는 것이다. 살벌한 경쟁사회에서
우직하게 의리를 지킨 사람이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없는지 윗사람은 잘 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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