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신풍절비옹(新豊折臂翁)

우현 띵호와 2021. 7. 17. 23:17

신풍절비옹(新豊折臂翁)

신풍의 팔 부러진 늙은이,
전쟁으로 고통 받는 백성의 고단한 삶

[새 신(斤/9) 풍년 풍(豆/6) 꺾을 절(扌/4) 팔 비(肉/13)
늙은이 옹(羽/4)]

전쟁은 평화를 위해서 있고, 비참한 평화보다는
낫다. 외적이 침입했을 때 나라를 지키기 위한
전쟁은 온 국민이 힘을 합쳐 막는다. 이런 당연한
전쟁에는 싸우다 죽거나 전상을 입은 영웅을 기린다.
하지만 권력자가 실정을 무마하기 위해서나 공을
세우기 위해 일으킨 명분 없는 전쟁도 많다. 이럴 때
비자발적으로 끌려간 백성들은 죽음을 당하고,
살아서도 피눈물 나는 고생이 따른다.

新豊(신풍)이란 지역에서 팔을 부러뜨린
노인(折臂翁)의 절절한 이야기는 전장에서 고생한
민초들의 고생을 그대로 전한다. 중국 唐(당)나라
시인 白居易(백거이, 772~846)의 시 제목이기도 한 이
말은 전쟁으로 인한 백성들의 험난한 삶을 비유한다.

아호인 樂天(낙천)으로 잘 알려진 백거이는
李白(이백), 杜甫(두보)를 잇는 대시인으로
比翼連理(비익연리)가 나오는 長恨歌(장한가)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쉽고 매끄러운 문체로
일반인도 애송하는 시를 많이 남긴 한편 정치 사회의
현실을 반영하고 모순을 고발하는 新樂府(신악부)
운동으로 더 평가를 받는다.

성어에 나오는 노인의 생김새는 이렇다. ‘신풍의
노인장 나이 여든 여덟인데, 머리며 귀밑 눈썹 모두
눈같이 새하얗네(新豐老翁八十八 頭鬢眉須皆似雪/
신풍로옹팔십팔 두빈미수개사설).’ 鬢은 귀밑털 빈.
그런데 ‘왼쪽 팔은 있어도 오른쪽 팔이 부러져
있어(左臂憑肩右臂折/ 좌비빙견우비절)’ 연유를
물었다.

玄宗(현종) 연간 이십대에 수만리 남방의 전장으로
끌려가는데 국경을 건너기도 전에 열에 두셋은 죽고
돌아온 사람은 없다고 했다. ‘한 밤중에 아무도
모르게, 살짝 큰 돌로 팔을 쳐서
부러뜨렸소(夜深不敢使人知 偷將大石捶折臂/
야심불감사인지 투장대석추절비).’ 捶는 때릴 추.
그래서 징집 면제돼 예순 해를 팔 하나 없이 고통
속에 살지만 후회는 없다고 했다.

다른 신악부 시로 유명한 賣炭翁(매탄옹)에서 숯
파는 노인을 묘사한 부분도 안쓰럽다. ‘온 얼굴
먼지와 재 뒤집어써 연기와 불빛이며, 양 귀밑머리
희끗하고 열 손가락 새카맣네(滿面塵灰煙火色
兩鬢蒼蒼十指黑/ 만면진회연화색
양빈창창십지흑).’

밑바닥에서 고생하는 백성들은 이기적인 권력자나
무능한 관료들의 욕심과 잘못된 판단으로 시키는
대로 내몰려 고생한다. 오늘날 전쟁까지는 아니라도
집권층에서 눈앞의 이익이나 국면 전환을 위해
제도를 바꾸거나 정책을 뒤집는 일은 숱하다.

국민들에게 어떤 영향이나 피해가 돌아가는지 깊이
연구하지도 않고 즉흥적으로 시행하다 부작용이
많으면 쉽게 바꾼다. 팔 부러뜨린 노인장 같은
원망이 하늘을 찌르기 전에 국민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책은 숙고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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