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고금소총21-30화

우현 띵호와 2021. 9. 25. 23:00

고금소총21-30화

제21화 둘 다 그렇고 그렇다(甲乙兩人)

갑(甲)과 을(乙) 두 사람이 옥중에 함께 있으면서

서로 위로하여 갑이 을에세 물었다.

"당신은 무슨 죄로 이렇게 되었소 ?"

"나는 엎드려 자다가 이렇게 되었소."

갑이 궁금해 물었다.

"아니 엎드려 잔 것이 왜 죄가 되오 ?"

"배 밑에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당신은 어떤 연고로 여기에 왔소?"

갑이 답했다,

"나는 어떤 밧줄의 끝을 잡고 간 이유로 왔지요"

"아니 밧줄을 잡은 것도 죄가 되오?"

갑이 답했다,

"밧줄의 끝에 어떤 짐승이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오"

을은 남의 유부녀를 간통하다가 들어왔고

갑은 남의 소를 훔치다가 들어온 것이었다.

 

제22화 세 사람의 소원(三者所願)

세 소년이 이야기 하던 중 각자의 소원을 서로 물었다.

한 소년이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후생(後生)에 명창(名唱)으로 태어나,

위로는 정승판서로부터 밑으로는

시정아치에 이르기까지 애간장을 녹여 내 손안에 놀게 하고,

사치와 행락을 마음대로 하여 이름을

일국(一國)에 날린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겠다."

또 한 소년이 말하였다.

"나는 후생에 솔개가 되어 푸른 하늘을

높이 날며 사방을 유람하고,

혹시 명가(名家)의 예쁜 여종이 고기 광우리를 이고

오는 것을 보면 가볍게 날아 내려가서

그 고기를 가로채어 다시 높이 날고 싶다.

그러면 그 예쁜 여종이 크게 놀라 어머니를 부르다가

나를 우럴어보면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것을 본다면 얼마나 통쾌하겠는가?"

그러자 남은 한 소년이 말하였다.

"나는 후생에 돼지가 되고자 한다."

두 소년이 웃으며 "이건 정말 별다른 소원이다. 그

이유는 뭐냐?" 하고 물었다.

그러자 그 소년이 말했다.

"돼지새끼는 태어난지 불과 대여섯달이면

충분히 색(色)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제23화 늙는데는 약도 소용없다(老子藥亦無用)

어떤 나이든 재상(宰相)이 젊은 첩을 두고

심히 사랑하여 밤마다 잠자리를 같이 하였다.

그러나 첩을 기쁘게 하지 못해 한탄하다가

신묘하다는 가루약을 구하여 베개 곁에 두고

아침마다 따뜻한 술어 타서 마시기를 몇 달 동안

하였으나 조금도 효험이 없었다.

그런데 마당쇠가 주인이 아침마다 약 먹는 것을 엿보고는

틀림없이 좋은 약이리라 생각하여

한번 먹어보아야 하겠다고 노리던 중 어느 날

재상이 아침 일찍이 공무로 출타한 틈을 타

그 약을 따뜻한 술에 두어 숟갈 타 마시고 나서

며칠 후부터 십여 일 간 나타나지 않았다.

재상이 마당쇠가 십여 일이나 되도록 보이지 않자

다른 종에게 불러 오라 하였다.

잠시 후 마당쇠가 들어와서 재상이 묻자

그러자 종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소인이 감히 무엇을 속이겠습니까?

대감마님께서 아침마다 잡수시던 약을

두어 숟갈 훔쳐 따뜻한 술에 타서 마셨는데,

며칠 후 갑자기 양기(陽氣)가 크게 성하여져

참을 수가 없어 소인의 처와 밤낮으로 화합하여

십여 일이 지나도 조금도 굽힐 줄 모르니

이대로 가다가는 곧 죽을 것만 같아 참으로 후회막급입니다."

재상은 그 말을 듣고 한타하며 말한 후

그 약을 모두 분뇨(糞尿)속에 부어 버렸다.

"원래부터 이 약은 늙은 사람에게는 전혀 쓸모가 없는 약이로구나."

 

제24화 때가 묻어 있었다(何而有垢)

제주도에 사는 어떤 어부가 많은 돈을 가지고

서울에 와서 여관에 투숙하였다.

그 여관 주인 부부는 원래 성품이 간악하여

간계를 써서 어부가 가진 돈을 빼앗고자 하여

그 처에게 나그네가 깊이 잠든 사이에 살짝 들어가

나그네 곁에 눕도록 하였다.

남자 주인은 나그네가 잠이 깰 때를 기다렸다가

짐짓 노발대발하며 큰 소리로 말했다.,

"너는 남의 아내를 유인하여 간통을 하였으니

세상에 이런 사악한 일이 어디 있는가 !"

주인은 관가에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한편

짐짓 자기 처를 때리니 처가 울며불며 말했다.

"나그네가 꾀어 방으로 끌고 가 강제로 겁간(劫姦)을 하였소."

생각지도 않았던 봉변을 당하게 된 나그에에게

주인 남자가 시킨 사람이 와서 말했다.

"관가에 고소당하게 되면 돈을 잃고도

망신을 당하게 되니 지금 곧 돈으로 사과하고

서로 화해하는 것이 어떻소?"

나그네는 억울하기 그지없어 망설이고 있던 참에

아침나절에 관가에 소환을 당하게 되었다.

나그네는 사또 앞에서 변명할 말이 없던 중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어 말했다.

"방사(房事)를 한 양물(陽物)에 때(垢)가

끼어있을 수가 있겠사옵니까?"

"어찌 때가 묻어 있을 수가 있겠는고?

절대로 때는 묻어 있지 않다."

힘을 얻은 나그네가 말했다.

"그러면 저의 양물을 검사하여 주옵소서."

사또가 나그네의 양경(陽莖)을 자세히 보니

때가 잔뜩 끼어 있고 고약한 냄새까지 났다.

사또느 여관 주인 부부를 국문하여 나그네의 돈을

탐내어 무고(誣告)한 것이라 자백을 받았다.

 

제25화 관찰사가 되고자 한다(欲作觀察使)

조운흘(趙云흘)이 황해도 관찰사로 있을 때에

새벽이면 꼭 "아미타불"을 염송하였다.

하루는 관내 군현을 순시 중 배천(白川)에 당도하여

잠을 자다 새벽이 되자 밖에서 갑자기,

"조운흘 !" "조운흘 !" 을 염송하는 소리가 들려와

가만히 살피니 배천 현감 박희문 이었다.

조운흘이 괴이하여 그 연유를 물으니 박희문이 말하기를,

"관찰사께서는 '아미타불'을 염송하여 성불(成佛)코저 하시니

저는 '조운흘'을 염송하여 관찰사가 되고저 그리 했나이다."

라고 답하니 후일 이 이야기를 듣는 이 모두 웃었다.

 

제26화 그것 또한 좋은 축수로다(如是祝壽)

어떤 사람이 회갑을 맞아 자손들이 잔을 들어

헌수(獻壽)하는데 맏며느리가 잔을 올렸다.

"네가 이미 잔을 들었으니 복되이 경사스러운 말로

헌배(獻杯)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며느리는 잔을 잡고 꿇어앉아 말했다.

"바라건대 시아버님께서는 천황씨(天皇氏)가 되시옵소서."

"무슨 연고냐?"

"천황씨는 일만팔천세를 누리었으니 이와 같이 축수 합니다."

"좋다."

둘째 며느리가 잔을 들고 꿇어앉아 말했다.

"바라건대 시아버님께서는 지황씨(地皇氏)가 되시옵소서."

"너는 무슨 연고냐?"

"지황씨 또한 일만팔천세를 살았으니 이와 같이 비옵니다."

"역시 좋다."

셋째 며느리가 잔을 들고 꿇어앉아 말하였다.

"바라건대 시아버님께옵서는 양물(陽物)이 되시옵소서."

"그 까닭은 무엇이냐 ?"

"남자의 양물은 한때 죽었다가도 곧 바로 또 다시

살아나니 그렇게 되시길 바라는 것이옵니다."

"네 말 또한 좋도다. 좋은 축수로다."

 

제27화 오늘은 빌려가지 않을텐가?(今日不借去耶)

어떤 시골 마을에 머슴살이 총각이 소죽통을 빌리러

울타리 너머 이웃 과부의 집에 갔다.

그 때 과부는 엷은 홑치마를 입고 창가 봉당에 누워 자고 있었다.

흰 살결의 허벅지가 반쯤 드러난 것을 본 총각은

음욕(淫慾)을 이기지 못하고 드디어 양물(陽物)을

맹렬히 들이밀자, 과부가 놀라 눈을 떠보니 이웃집 총각머슴이 아닌가.

과부는 노하여 꾸짖었다.

"네가 이런 짓을 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은가 !"

그러자 총각이 말했다.

"내가 소죽통을 빌리러 왔다가 우연히 이런 죄를 짓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만 그칠까요?"

과부는 두 손으로 총각의 허리를 끌어 안으며

"네가 마음대로 겁탈을 하고, 또 네 마음대로 그치려 하느냐!"

드디어 극음(極淫)에 이른 후에야 총각을 보내었다.

이튿날 저녁에 과부가 울타리 밖에서 다시 총각머슴을 만나자,

"총각 ! 오늘은 왜 소죽통을 빌리러 오지 않는가?"

총각은 과부의 뜻을 알아내고 밤이 깊어지자

또 가서 어제처럼 즐겼다.

 

제28화 동방삭 류의 음담익살이로다.(東方朔滑稽之類)

비록 사정이 있어 대궐에서 사가(私家)로 내보냈거나

내쳐진 궁녀라 하더라도 상통(相通)하면 중죄로 다스렸는데,

그 이유는 대궐에 살 때 왕이나 왕세자 등과 관계를 맺은

전력이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어서 평생을 홀로 살아야 하였다.

선조(宣祖)때 오성(鰲城) 이항복(李恒福)이 "지신(知申)"이라는

관직에 있을 때 집 청지기가 궁녀와 상통하는 죄를 범하여

벌을 받게 되었는 데 불쌍히 여겼으나 해결할만한 계책이 없었다.

이때 마침 왕이 오성을 불렀다.

오성은 일부러 늦게 들어가서 입시하니

왕이 "경은 왜 이렇게 늦게 들어왔는고 ?" 하고 물었다.

"상명(上命)을 받자옵고 들어오는 데 종로거리에 많은

사람들이 떠들고 웃는 것을 보게 되어 신(臣)이 이상하게

생각하여 발길을 멈추고 들으니 한 사람이 말하기를,

말벌이 모기를 만나 '내 배가 너무 불러 수놈이 찔러야

배설을 하겠으니 시험삼아 너의 그 날카로운 주둥이로

구멍을 뚫어 주면 어떠한가?' 하자 모기가 말벌에게

'네 말이 어찌 나쁘다고만 할 수 있겠나.

그러나 요즈음 들리는 말에 이승지(李承旨)의 집 청지기가

본래부터 있는 구멍을 뚫었어도 중벌을 면치 못하는데,

만약 없는 구멍을 뚫는다면 그 죄 더욱 무거우리니

내 어찌 감히 감당 할 수 있겠는가' 하는 말을 듣느라고

이렇게 늦었사옵니다. 대죄를 지었사옵니다."

이에 왕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것은 동방삭의 골계(滑稽)에 속하는 말이로다.

그 청지기의 죄를 용서한다."

 

제29화 간밤에 겪은 봉변(去夜逢辱)

나이 80이 된 노인이 젊은 첩과 함께 밤일을 하는데, 그 첩이 말하였다.

"이렇게 일을 한 후에 만일 잉태하면 사슴을 낳겠어요."

"어째서 사슴을 낳는단 말인가 ?"

"사슴 가죽으로 밤일을 하시니 사슴을 낳지 않고 무엇을 낳겠나이까 ?"

사슴 가죽이란 부드러워 노인의 시들은 양물(陽物)을 빗대어 이른 말이었다.

이튿날 친구와 함께 술을 들다가 그 노인이 말하였다.

"나는 간밤에 큰 욕을 당했구려.

첩과 더불어 일을 하는 데 첩이 내 양물을 사슴가죽이라 말하니

그게 어찌 큰 욕이 아니고 무엇이겠소."

그러자 친구가 말하였다.

"내가 당한 욕은 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정도요.

내가 일전에 첩과 함께 밤일을 하는 데

첩이 말하기를 '지금 선친(先親)의 산소 곁을 헤매시옵니까?'

하기에 내가 무슨 말이냐고 물었더니, 첩이 이르기를

'시체를 이끌고 입장(入葬)하고 계시니 선영의 곁이 아니면

무슨 연고로 그리 어렵게 입장을 할 수 있겠사옵니까?'하더이다."

 

제30화 뼈 맛을 보지 못하니 그것이 한스럽다(惟未示骨味 是所恨也)

어떤 노인이 세 딸을 두었는데 집안이 넉넉할 때

장녀를 출가시켰으며 신랑의 나이는 22세였다.

그 후 가세가 기울어져 성례(成禮) 할 길이 없다가,

둘째 딸이 재취 자리 신랑을 맞이하게 되니 신랑의 나이 40세였다.

셋째 딸은 삼취 자리의 신랑을 맞이하게 되니 신랑의 나이 50세였다.

하루는 세 딸이 한 자리에 모일 기회가 있어

조용히 얘기를 나누는데, 장녀가 말하기를,

"남자의 양물(陽物)에는 뼈가 있더라." 고 하자,

둘째 딸이,"나는 힘줄이 있는 것 같았어요." 하였다.

그러자 셋째 딸이,

"나는 그것도 아니고, 다만 껍데기와 고기 뿐이던데요 ?" 라고 하였다.

그 때 노인이 우연히 세 딸들의 그 말을 엿듣고

크게 중얼거리며 말하였다.

"우리 집안 사정이 낭패를 보아 둘째와 셋째가

뼈맛을 보지 못하니 그것이 한스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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