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고금소총 11-20화

우현 띵호와 2021. 9. 25. 23:00

고금소총 11-20화

제11화 허구헌날 산나물만 드시니(日日喫山菜)

어느 집에 여종 한사람이 있었는데 그 자색이 아름다웠다.

그런데 여종의 주인 집 아들이 수시로 여종의 방에 와서 동침을 했다.

어느날 밤, 주인 아들이 아내가 깊이 잠든 틈을 타서

슬며시 행랑 여종의 방으로 건너갔다.

이때 그의 아내가 잠이 깨어 살금살금 남편의

뒤를 밟아 창틈으로 엿보았다.

여종과 남편이 서로 주고받았다.,

"서방님께서 어찌 흰떡같은 새아씨를 놔두시고 하필

이렇게 못난 저를 이리 못살게 구십니까?"

"새아씨가 흰떡과 같다면 너는 산나물과 같으니

음식으로 말한다면 떡을 먹은 후에는

산나물을 입가심으로 먹지 않을 수가 있겠느냐?"

이어 두사람은 입을 맞추며 운우지정(雲雨之情)

나누어 쾌락이 극치에 달하게 되었다.

이튿날 아들 부부가 아버지방에서 문안을 드리는 데

아들이 갑자기 기침을 심하게 하였다.

"요즘 제가 기침병에 걸렸으니 참으로 괴상합니다."

며느리가 이 말을 듣고 아들에게 눈을 흘기면서 말하였다 ,

"그건 다른 까닭이 있나요? 허구헌날 산나물만 너무 잡수시니까 그렇지요."

그러자 아버지가 그 말을 듣고 아들에게 호통을 쳤다.

"어디서 그 귀한 산나물이 생겼기에 너 혼자만 다 먹었단 말이냐?"

 

제12화 입을 맞추니 여생원 댁에 불이 난 것을 알다

(合口可知呂生員家)

어떤 소경이 자기 아내와 함께 방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이웃에서 떠드는 소리가 났다.

소경이 아내에게 "어디서 저렇게 떠드는 소리가 나오 ?"하고 묻자,

밖을 내다 본 아내가 한 손으로 남편의 두 젖 사이에 사람 인()자를 썼다.

그러자 소경이 "불이 났소 ? 어디서 불이 났소?"하고 다시 묻자,

아내는 남편의 손을 잡고 자신의 음문(陰門)을 만지게 했다.

소경이 "어허 진흙골(泥洞)에서 불이 났다고 ? 진흙골 누구의 집이요 ?"

소경이 또 그렇게 묻자 아내는 남편에게 입을 맞추었다.

"()생원 댁이라고 ? 그래 얼마나 탔소 ?"

소경의 이 말에 아내는 남편의 양물(陽物)을 꽉 잡았다.

그러자 소경이 장탄식을 하였다

"다 타고 기둥만 남았다고 ? 참으로 불쌍하구나 ! 불쌍해 !"

 

제13화 늙은 말이 집으로 돌아가듯 (老馬還家格)

한 선비가 여종과 더불어 자주 밀통(密通)하여 왔는데,

아내에게 한번 발각된 이후로는 사사건건 들통이 났다.

그래서 한 벗에게 상의했다.

"여종과 놀아나는게 재미치고는 별미인데

매양 아내에게 발각되니 무슨 수가 없겠는가 ?"

"내게 묘법(妙法)이 있으니 그대로 한번 실행 해 보게나."

여종과 밀통하는 열가지 요령이 있으니

이를 간비십격(奸婢十格)이라 한다.

그 첫째는, 굶주린 호랑이가 고기를 탐하듯 하는

기호탐육격(飢虎貪肉格)이니,

이건 그대가 여종을 품어보고자 하는

그 결심의 단계를 말하는 것이요,

둘째는 백로가 고기를 엿보듯 하는

백로규어격(白鷺窺魚格)이니,

이것은 품어보고자 하는 여종이 어디에 있는가를

잘 엿보아 두어야 함을 말함이요,

셋째는 늙은 여우가 얼음소리를 듣듯 하는

노호청빙격(狐聽氷格)이니,

아내가 깊은 잠이 들었는지를 엿보고 살핌이

물고기를 잡으려는 여우가 얼음판에 귀를 대고

얼음아래 노니는 고기 소리를 듣듯 하여야 함을 말함이요,

넷째는 매미가 껍질을 벗듯 하는 한선탈각격(寒蟬脫殼格)이니,

 

이것은 밤중에 아내 몰래 몸을 살그머니 이불에서

빼어내는 것이 매미가 허물을 벗듯 함이요,

다섯째는 고양이가 쥐를 희롱하듯 하는 영묘농서격(鼠格)이니,

이것은 여체를 여러 가지 기교로 희롱함이

마치 고양이가 쥐를 희롱하듯 하여야 함이요,

여섯째는 매가 꿩을 차듯 하는 창응박치격(蒼鷹搏雉格)이니,

이것은 여체를 희롱하다 번개처럼 빠르게 눕히는 과단성을 말함이요,

일곱째는 옥토끼가 약방아를 찧듯 하는 옥토도약격(玉兎搗藥格)이니,

이것은 눕혀놓은 여체의 옥문(玉門)에 양물(陽物)을 진퇴(進退) 시킴이

옥토끼가 약방아를 찧듯 하여야 함을 말함이요,

여덟째는 용이 여의주를 토하듯 하여야 하는 여룡토주격(龍吐珠格)이니,

이것은 양물을 진퇴 시키다 사정(射精)을 할때에 마치 용이 여의주를 토해내듯

시원하게 하여야 함을 말함이요,

아홉째는 오나라의 소가 달빛을 머금듯 하는 오우천월격(吳牛喘月格)이니,

이것은 사정 후에 피로하여 급해진 숨결을

이처럼 빨리 조용하게 안정시켜야 함을 말함이요,

열째는 늙은 말이 집으로 돌아가듯 하는 노마환가격(馬還家格)이니,

이것은 숨결을 고른 후에는 자기 방으로 돌아가

마침내 아내 옆에 조용히 잠들기를

늙은 말이 집에 돌아갈 때와 같이

조심스러이 하여야 함을 말함이라.

선비는 그 뒤로는 이를 일러준 친구를

십격선생(十格先生)이라 부르며 공경하였다 한다.

 

제14화 빨리 일을 마치라. (可速行事)

어떤 점장이 소경의 아내가 꽤나 아름답게 생겼었는 데,

이웃집 청년이 추파를 던져오는 그녀를 한번

품어보려 하였으나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았다.

기회를 엿보다 못하여 하루는 소경을 찾아가 속여 말하기를,

"나는 이미 어떤 여자를 사모하여 왔는데,

그 남편이 출타한 틈을 타서 한번 품어볼까 하오.

당신이 그 남편이 오겠는가 오지 않겠는가

그 집 문 앞에서 한번 점을 쳐주시오."

소경은 "그건 어렵지 않소"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청년은 소경을 데리고 여기저기

여러 모퉁이를 돌아다닌 후 다시 소경의 집으로 와서

소경을 문 옆에 있으라 해놓고 방으로 들어가

소경의 아내와 자리에 들었다.

소경이 문옆에 앉아 점괘를 뽑아 보다가

갑자기 청년을 부르면서 소리쳤다.,

"이번 점괘는 여인의 남편이 문밖에 와 있는 점괘다 !

빨리 일을 마치라 ! 빨리 일을 마치라!"

 

제15화 뭔지도 모르고 도망가다.(走去不知何故)

어떤 귀머거리가 길을 가다가 해가 지는 바람에

근처 인가에서 하룻밤을 묵어가게 되었다.

이때 또 한 사람의 소금장수가 투숙하게 되어

두 사람이 한방에 들게 되었다.

그런데 그 소금장수는 함께 자는 사람이

귀머거리인 줄을 모르고 있었다.

밤이 깊어지자 옆방의 주인 부부가 교접(交接)

시작하여 운우(雲雨)의 환성이 높았다.

소금장수는 재미가 나서 옆에 자고 있는

귀머거리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 깨웠다.

그러나 귀머거리에게는 그 환성이 들릴 리가 없었다.

그래서 귀머거리는 소금장수가 우연히 옆구리를

건드린 것이라 생각하며 그대로 잠을 잤다.

그런데 새벽이 되자 주인 부부가 또 교접을 시작하였다.

이에 소금장수는 재미가 나서 또다시

귀머거리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 깨웠다.

이에 대노한 귀머거리가 큰 소리로 나무랐다.

"이놈아, 이 늙은 개 같은 놈이 밤중에 쿡쿡 찌르더니,

새벽에도 또 쿡쿡 찌르느냐!"

옆방의 주인은 이 소리에 자기 내외 간의 방사(房事)

희롱하는 줄로 오인하고 화가 나서

큰 몽둥이를 들고 쫓아가,

"이놈아 ! 우리들의 일을 네놈이 웬 간섭이냐 !"

하고 호통치며 후려 패니 귀머거리는 무슨 연고인지

알지도 못한채 줄행랑을 쳐 도망갔다.

 

제16화 그 냄새 또한 향기롭더라(遺臭時流芳)

()씨 성을 가진 어느 벼슬아치가 있었다.

그는 일찍이 어떤 명기(名妓)에 완전히 빠지고 말았다.

친척과 친구들이 그 비행을 힐책하자, ()은 말했다.

"나도 경계하여 다시는 가까이 하지 않으려 하였으나,

그녀의 아리따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쁜데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으니 내 그녀를 어떻게 하면 좋은가?"

그러자 친구들이 책망하면서 물었다.

"그녀가 뒤를 볼 때 왜 그 더러운 것은 못보았는가?"

"왜 못볼 리가 있었겠는가 ?

그녀가 뒷간에 오를 때를 보면 마치 공작새가

오색 구름을 타고 깊은 계곡에 들어가는 것과 같고,

분홍색 치마를 걷어 올리고 아랫도리를 드러낼 때에는

그 엉덩이가 반쯤 구름 사이에 구르는 쟁반과 같고,

또 그 하부가 흩어지며 소변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 마치 운모(雲母)가 붉은 입술을 열고

구슬 같은 물을 토해 내는 것과 같고,

그녀의 방귀를 말하자면 날던 꾀꼬리가 꽃나무에 앉아

백가지 노래를 부르는 것과 같으며,

그녀가 대변을 쏟을 때면 노랑 장미꽃이 어지럽게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의심을 갖게 되고,

사타구니는 마치 붉은 모란과 같다.

그래서 그녀가 뒤를 볼 때에 더럽게 보인다기 보다는

서시(西施)가 얼굴을 찡그리면 찡그릴수록 왕의 총애를

더 받았다는 것과 조금도 다를바 없으니 이를 어찌 하겠나 ?"

친구들은 크게웃으며 희제(戱題)하여 시를 한수 지었다.

"미인이 백가지로 아름다우면(美人生百媚) 더러운 냄새도

곧 향기가 되니(遺臭時流芳) 어찌 화왕(모란)

욕하겠는가(獨花王辱) 또한 장미(가시)에 상할 것이로다(薔薇亦可傷)"

 

제17화 커야 할 건 작고(欲長大之物小而不大)

어떤 사람의 아내가 버선 한 켤레를 만들어 남편에게 주었다.

남편이 그 버선을 신으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버선이 작아서 발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혀를 차면서 크게 책망하기를,

"당신의 재주는 참으로 기괴 하구려.

마땅히 좁아야 할 건 너무 넓어서 쓸모가 없고,

마땅히 커야 할 건 좁아서 발에 맞지 않으니

무슨 놈의 재주가 이 모양이요 ?"

아내가 대답하여 말하기를,

"뭐요 ? 당신의 물건은 어떠한 줄 아시오 ?

길고 굵어야 할 건 작아서 쓸모가 없고,

마땅히 작아야 할 발만 나날이 커가니 그게 무슨 꼴이요?"

 

제18화 성인만이 능히 성인을 알아보도다(聖人能知聖人)

어떤 신부가 첫날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신랑집 종이

신부에게 절하고 뵙는데 신부가 종에게 물었다.,

"너의 집 서방님에게 첩이 있었더냐 ?"

"없습니다."

"너는 어이하여 속이느냐? 만약 첩이 없었다면

그 일 솜씨가 어찌 그리 익숙하시더란 말이냐?"

종은 속으로 '역시 성인(聖人)만이 능히 성인을

알아보는구나'하고 장탄식하였다.

 

제19화 누가 범인인줄 알 수 있다(知犯者何人)

소년, 장년, 노인이 함께 동행 하다가

남편이 출타한 어떤 촌가(村家)에서 자게 되었다.

장년이 그 집 부인의 반반한 얼굴에 반하여

캄캄한 밤중에 몰래 주인 방에 침입하여

잠시 잠자리를 같이 하고 객방(客房)으로 되돌아 왔다.

다음날 새벽에 귀가한 남편은 행동이 수상한

아내를 다그쳐 간통 사실을 자백 받았으나,

누구와 간통하였는지 알 수가 없어

세 나그네를 모두 관가에 고발 하였다.

그런데 사또 또한 진범인을 가려내지 못하고

퇴청하여 자기 부인에게 상의하자 부인은,

"그런 일이 뭐 그렇게 어렵습니까 ?

내일은 그 여인에게 이렇게 물어 보십시오.

몸을 섞을 때에 송곳으로 찌르는 것 같더냐,

쇠망치로 내리 치는 것 같더냐,

아니면 삶은 가지가 들어오는 것 같더냐 하고

물으시면 될 것입니다."

그러자 사또가,

"그것으로써 어떻게 진범인을 구별할 수 있소 ?" 하고 물었다.

이에 부인이 대답하였다,

"만약 송곳으로 찌르는 것 같았으면 소년이고,

쇠망치로 치는 것 같았으면 장년이요,

삶은 가지를 들이미는 것 같았으면 반드시 노인일 것입니다."

다음 날 사또가 간통한 여인에게 그 말대로 물으니 여인의 대답이,

"쇠망치로 치는 것 같았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리하여 장년 나그네를 엄하게 심문하여 자백을 받아냈다.

 

제20화 모두가 내 잘못이오(皆吾之過也)

한 부인이 있어 글을 잘 알지는 못하나 들으면

꼭 써먹어 보고야 마는데 어느날 아들이,

"오늘밤 몇몇 친구가 모이게 되어 있어 그냥 보내기 뭣하니

간단한 술상을 차려 주십시오" 하고 아뢴다.

어머니는 부탁대로 술상을 내놓고 창밖에서

우연히 아들 친구들의 취중 담화를 듣게 되었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 딸도 같이 듣는데서 아들에게 물었다.

"어제밤 창 밖에서 너희들의 문자 쓰는 것을 들은즉

모두 유식하여 가히 들을만 한데,

다만 용두질(到質), 비력질(臂力質), 요분질(搖奔質) 등에

이르러서는 그 문자와 뜻을 알 수가 없던데,

그것들은 어디에다 쓰는 말들이냐 ?"

대체로 용두질이라 함은 수음(手淫)을 말하며,

비력질이라 함은 남자끼리의 교합을 말함이요,

요분질이라 함은 남녀가 교접시 여자가 몸을

움직임을 이르는 말인지라,

아들이 기가 막혀 대답할 말이 없어 거짓으로 꾸며 말했다.,

"용두질, 비력질은 친구들 간에 담배를 피우거나

노름을 할 때 쓰는 말이며,

요분질은 바느질을 이를 때 쓰는 말입니다"

그 어머니는 그런 줄만 알고 있던 중,

딸이 출가한 후 사위와 함께 인사차 찾아 왔다.

어머니는 상을 잘 차려 대접하고 나서 사위에게 말했다.

"사랑방에 나가 처남과 더불어 용두질,

비력질을 하면서 종일 잘 놀다 가게나." .

그러자 딸이 나서며 말했다.

"그러면 그 사이에 비록 이렇다 할 솜씨는 없으나

어머니 대신 요분질만은 제가 해드리니요"

신랑이 들은즉 해괴망측 한지라 묵묵히 있다가

집으로 돌아오자 아내를 쫓아내 버렸다.

딸이 왜 쫓겨 왔는지 그 연고를 알 수 없던 차

아들이 짚이는 데가 있어 어머니에게,

"어제 매부가 왔을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요 ?" 하고 여쭌즉,

"이러이러 했을 뿐 다른 말은 없었느니라." 한다.

아들이 들은즉 참으로 낭패스럽게 되었거늘 매부를 찾아가 말했다

 

"이번 일은 여차여차 한즉 모두 나의 과실이니

부디 마음에 두지 마시게나".

이를 들은 매부는 크게 웃으며

곧 가마를 보내어 아내를 데려왔다.

'야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금소총 41-50화  (0) 2021.09.25
고금소총21-30화  (0) 2021.09.25
고금소총~1화~ 10화  (0) 2021.09.25
우가의 씨앗  (0) 2021.09.25
하우사족  (0) 2021.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