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야화(野話) 금시발복(今時 發福)

우현 띵호와 2021. 9. 25. 23:05

야화(野話) 금시발복(今時 發福)

10여년 끌어 온 노모의 병을 고치려고

집까지 날린 금복이는 서호댁 머슴이 되어

그 집 문간방에 노모를 업고 들어갔다.

선불로 받은 새경으로 거동 못 하는 노모를

봉양하면서도 머슴 일에 소홀함이 없이 밤 늦도록 일했다.

집주인 서호댁은 손이 귀한 집안에 시집와 1년도

못돼 청상과부가 되어 혼자서 살림살이를 꾸려 가고 있었다.

금복이가 노모까지 밥을 축내니
"새경을 적게 받겠다"고 했지만 서호댁은
오히려

새경을 후하게 쳐줘 금복이를 가슴 뭉클하게 했다.

어느날 밤
금복이 노모는 숨을 거뒀다.
서호댁의 배려로 뒤뜰에 차양을 치고 빈소를 지키고 있는데

웬 낯선 사람 하나가 들어와 문상을 하고

국밥에 술까지 벌컥벌컥 들이켰다.

금복이 다가가
“돌아가신 저의 노모와 어떻게 되시는지요?”
물었더니

엉뚱하게도 그는
“묏자리는 잡았소?”
되 물었다.

안 그래도 묏자리 때문에 고심하던, 금복이 고개를 젓자

그는 금복이의 소매를 잡아 끌며 뒷산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한참 걸어 올라 가다가 걸음을 멈췄다.

“이 자리가 천하명당이오
내가 금시발복지지(今時發福之地)를 발견하고,
당신을 찾은 것은 하늘이 시킨 일이오
서두르시오
오늘밤 인시(寅時)를
넘기면 안되오”

그 산은 마침 주인집 산이라 금복은 첫마디에

허락을 받고 귀신에 홀린 듯이 그 사람과

둘이서 모친의 관을 메고 산으로 향했다.

남향받이 사질토라 땅 파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는데 땅을 다지려니 공이가 없었다.

“인시가 되려면 아직 시간이 있으니

집에 가서 공이를 가지고 오시오”

달빛에 비친 그 사람의 얼굴에는 위엄이 가득했다.

금복이 산을 내려가 마당으로 들어서자

대청마루에 서 있던 서호댁이 버선발로

달려와 금복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다짜고짜 금복을 안방으로 끌고 간

서호댁은 가쁜 숨을 진정시키며

“내 말 잘 들으시오”

침을 꼴깍 삼키고는

“금복씨가 상중이기는 하지만 내 부탁을

내치면 안되오 시간이 없습니다”

그녀가 저고리를 벗고 금복이를 껴안는데

몸이 불덩어리다.

기가 막혔지만 금복이의 하초는 솟아 올랐다.

금복이 상복을 벗고...

두 불덩어리가 금침 속에서? 흐느꼈다.

일을 치른 후 금복이는 주섬주섬 옷을 입고

나가 공이를 들고 산으로 올라 갔다.

땅을 다지고 하관한 후 흙을 덮자

“꼬끼요~”

산 아래서 닭이 울었다.

두 사람이 산에서 내려와 집으로 들어 서자

서호댁이 뜨거운 국밥에 술상을 내왔다.

그 사람이 서호댁 얼굴을 자세히 보더니

“보통 좋은 꿈을 꾼 게 아니로군...”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술을 들이켜고는

휑하니 제 갈 길을 가 버렸다.

 

스물여덟 노총각 금복이와 서른한살 청상과부

서호댁은 자연스럽게 가시버시가 되었다.

처음 입덧을 한 날 밤 금복이 품에 안긴

서호댁이 그날 밤의 일을 털어놓았다.

“당신이 산에 간 사이 깜빡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 청룡이 내려와 내 치마 속으로 들어 갑디다.

예로부터 용꿈을 꾸면 세상을 호령할 귀한

자식을 낳는다 했으니 하늘이 준 그 기회를

놓칠 수 없었어요”

열달 후
서호댁은 달덩이 같은 아들을 낳았다.

살림은 불같이 일어나 천석꾼이 되었고

그 아들은 열여섯에 알성급제를 했다.

(묘를 쓰는 즉시 복이 나타난다는 뜻)
금시발복(今時 發福)

새벽 5시에 묘를 쓰고 아침 7시에 복이

들어온다는 그야말로 최고의 명당 자리란

뜻 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