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화 김삿갓

방랑시인 김삿갓 (155) *김삿갓의 송아지 사주 풀이.

우현 띵호와 2021. 9. 29. 23:08

방랑시인 김삿갓 (155)
*김삿갓의 송아지 사주 풀이.

김삿갓이 얼마를 가다 보니,

어느 농가의 마당 한쪽에 있는 외양간에서 중늙은이 하나가

부지런히 들락 거리는 것이 보였다.

까닭이 의아했던 김삿갓이 가던 발을 멈추고 한참을 쳐다 보다가 물었다.
"소가 새끼를 낳으려는 모양이죠 ? "
"아침부터 산고를 시작 했으니까, 아마 곧 낳게 될 것이오."

"그래요 ? 참 잘 된 일이군요.

그런데 주인 양반은 소가 아들을 낳기를 바라시오, 딸을 낳기를 바라시오 ? "

하고 우스갯 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그러자 주인 늙은이도 웃으며 농담으로 받아 넘긴다.
"그야 물론 딸보다는 아들을 낳기 바라지요.

암송아지 보다는 숫송아지 값이 더 하거든요."

"그러면 나도 아들 낳아 주기를 빌어 드려야 하겠군요.

아무튼 생명 하나가 새로 태어난다는 것은기쁜 일이 아닐 수 없소이다."

이렇게 실없는 소리를 주고 받는데, 마침 새끼가 나오게 되자,

주인은 부랴부랴 달려가 새끼를 받아내고 있었다.

"여보시오 ! 아들이오, 딸이오 ? "
김삿갓은 마치 자기 자신의 일을 만난 듯이 들뜬 소리로 물어 보았다.
주인 늙은이는 새끼 소의 몸을 천으로 닦아 주며, 큰 소리로 이렇게 대답했다.
"노형 덕택에 딸이 아닌 아들을 낳았소."
김삿갓은 그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말로 너스레를 쳐보았다,

"아들을 낳았으니 노형댁 금년 운수는 대통이구려.

옛날 부터 딸을 낳으면 이라 하고, 아들을 낳으면 이라고 일러 온다오.

올해는 마침 을축년(乙丑年), 소띠의 해에 숫송아지를 낳았으니,

노형 댁 송아지야말로 송아지임에 틀림없소이다."

주인 늙은이는 해산 뒤치닥꺼리를 해 주면서,
"소에도 진짜 소가 있고 가짜 소가 있나요 ?

그 양반, 못 하시는 말씀이 없으시네."

"주인 양반은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오.

아무리 소라도 말띠 해에 태어난 소는 절반만이 소일 뿐
나머지 절반은 말의 넋일 것이고, 돼지띠 해에 태어난 소는

마찬가지로 절반은 돼지의 넋이라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소띠 해에 태어난 노형 댁의 송아지야 말로

진짜 송아지가 아니겠소 ? "
김삿갓은 이와 같은 입심을 한바탕 부리고 나서,
"생명이 새로 태어 났으니 이제는 사주(四柱)를 알아 두어야 할 게 아니오 ?"
하고 얼토당토않은 말을 씨부려대었다.
주인 늙은이는 어처구니가 없는지 너털 웃음을 웃는다.

"에이. 여보시오. 사람도 아닌 소에게 무슨 놈의 사주란 말이오."
"허어, 주인 양반은 모르시는 말씀이오. 옛날부터 이라는 말도 있다는 것을
모르시오 ? 소라는 동물은 사람과 다름없는 영물이라오.

그래서 명당의 형국도 소가 누워 한가로이 자고 있다는

라는 말이 있다는 것을 모르시오 ? "

주인 늙은이는 또 다시 너털 웃음을 웃으며 말한다.
"소의 사주라 ? 참 재미있구려 ! 사주를 기어이 잡아 주고 싶거든 어디 한번

노형이 잡아 보시구려."

"좋소이다. 그렇다면 송아지의 사주를 내가 잡아 드리지요."
김삿갓은 손가락으로 육갑(六甲)을 짚어 가면서,
"을축년에 태어 났으니까 태세(太歲)는 을축(乙丑)이 틀림 없고,

이 달이 칠월이니 월건(月建)은 병인(丙寅)이고 ....." 하는 식으로,

송아지의 사주를 풀이했다.
이렇게 나온, 송아지의 사주는 다음과 같았다.

고기불리 이향팔자 초년다액 동서분주
(古基不利 移鄕八字 初年多厄 東西奔走)

흉중은우 주야불리 일신고단 식소사번
(胸中隱憂 晝夜不利 一身苦單 食小事煩)

초년기 부터 여러모로 곤란과 어려움이 많이 따를 운명으로

여러모로 노고와 장애가 따르는 수.

출생지와 부모를 일찍 벗어나 고생을 하겠고,

배우자는 뱀, 닭, 쥐를 만나면 대길 하겠다.

김삿갓이 이와 같은 사주를 풀어내자 주인 늙은이는 박장 대소를 한다.
"하하하 , 정말 , 대단 하시오 !

어쩌면 기가막히게 맞는 사주를 짚어내셨소이까 ?

동서분주, 일신고단이라 , 틀림 없는 소의 사주 올시다 !

그런데 배우자를 뱀,닭, 쥐를 만나면 대길 할 것

이라는 대목에서는 더욱 재미있구려 ! "

김삿갓도 주인 늙은이와 함께 너털 웃음을 웃으며 말을 했다.
"소는 영물일 뿐 만 아니라 , 집안의 큰 일꾼이요 재산이니,

잘 키우셔서 복록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김삿갓은 송아지 사주를 장난삼아,

한바탕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선천 방향으로 다시 길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