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晩齋 사랑방 이야기 편지(박문수의 지혜)

우현 띵호와 2022. 1. 14. 16:51

晩齋 사랑방 이야기 편지(박문수의 지혜)

조선21대,영조 임금 때 ㅡ
그 유명한 "박 문수"어사가 산중을
걷다 몹시 시장하여 허기가 지는데
날도 저물어, 부득이 어떤 집에 들어가

하룻밤을 유숙(留宿)하게 되었다. 

"비록, 누추하지만 자고 가시는 것은,
방 이 있어 상관 없습니다만, 대접할
저녁밥이 없어서 걱정입니다 그려."

이런 딱한 소리를 하는 여주인에게
박 어사는, ㅡ

"저녁밥은 걱정 마십시오.
하룻밤 잠자리만 부탁합니다."라고
하면서 들어가 눕게 되었는데, ㅡ

말이야 그렇게 하였지만 사실,
점심도 굶었던 터라,ㅡ
허기가 진동하였다. 

그런데, 곁에 있던 딸이 어머니에게
소곤거리는 목소리로,ㅡ
사정 이야기를 하는 것 이었다. 

"어머니, 손님이 무척 시장해 보입니다. 
아버지 제사에 사용할 쌀을 가지고
밥을 해 드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 "

"아버지 제사가 곧 다가오는데..."

"그래,알았다.아버지 제사에 사용할
쌀로 우선 밥을 지어드리고 ,ㅡ
제사 진지는 그 사이에 어떻게든
마련하여 보자꾸나."
 
이렇게해서 지어온 밥을 먹게 된
"박 문수"어사는 여간 면구스럽고
고마운 것이 아니었다. ㅡ

''저 과년한 처녀는 어찌 저리 마음씨가 고울까 ?

인물도 예쁜데다 마음씨까지 곱고,

정말 훌륭한 규수감 이로구나 ! "

"비록, 산중에 묻혀 살망정,ㅡ
진흙속의 구슬 이로구나.
내가 어찌하면 보답을 할수 있을까 ?''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ㅡ
이 집 아들이 밖에 나갔다가 이것저것 떡이며 전 등을 싸 가지고 들어왔다. 
어디 잔칫집에 갔다 온 모양 이었다.

"어머니, 손님이 오셨습니까 ?" 

"어떤 나그네가 오셨는데, ㅡ
지금 저 윗방에서 주무신다." 

"조금전에 너희 아버지 제사에 쓸 쌀로 밥을 좀 지어드렸다만,ㅡ
뭐, 요기가 되셨는지 모르겠구나."

"어머니, 제가 좀 많이 싸왔으니까,
윗방 손님에게 좀 갖다 드리겠습니다." 

"박 문수"어사도 출출하던 참이라,
이 아들이 가져온 잔치 음식을
잘 받아 먹으면서,ㅡ
어느 잔치에 갔더냐고 물으니까,
이 아들이 비감(悲感)한
표정을 지으며 울먹울먹 하였다.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 뚝뚝 떨어지고 한숨까지 쏟아 내었다. ㅡ

"아,~ 그 자리에 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주린 배를
채우려고 창피를 무릅쓰고 가서 
잔칫일을 돌봐 주고,ㅡ
이 음식을 얻어 온 것입니다.

"아 ! 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휴우,~
손님 죄송합니다.ㅡ
제 신세타령만 늘어 놓아서요..." 

"아니,무슨 신세타령을 했다는 말이오 ?

정작,한숨 밖에 무엇을 내게 말하였소?

사연이나 좀 들어 봅시다." 

"사실은, 저희 아버지와 ㅡ
저 잔칫집 진사댁 진사어른과는
친한 친구사이 였습니다."

일찌기 저희가, 그러니까ㅡ
저하고 내일 시집갈 저 신부가
아직 태어나기도 전에 두 분이
약조 하시기를,ㅡ
 
''우리 아들과 딸을 낳는다면 혼인을
시키고, 같은 아들이나 딸끼리면
의형제를 맺어 주기로 하세'' 라고
 굳게 약속을 하였는데,ㅡ
저는 아들이요, 저 진사댁은 딸을
보았는지라,ㅡ 일찍이 우리는
정혼을 한 사이였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일찍 돌아가셔서

우리 집은 이렇게 몰락해 버리고,
가산을 탕진(蕩盡)해 버렸으니,ㅡ"

"어찌,저 잘사는 진사댁과 어깨를
나란히 하오리까 ? "

"자연히 저희의 약혼은 파혼으로
흘러가고 말았습니다. "ㅡ

"그러는 와중에,ㅡ 저, 진사 댁에
잘살고 출세한 집에서 중매 말이
들어오자, 그 집과 이제 혼인을
시키기로 하였답니다.ㅡ"

"바로 내일 이지요."ㅡ 

"아,~ 제가 가지말았어야 했는데...

"일을 해주고 먹을 것 좀 챙길까 하고
갔던 것입니다."ㅡ

"너무 괴롭습니다. 손님, ㅡ
공연히 제 신세타령만 한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 아니, 들어 볼 만한 이야기요.
염량세태(炎凉世態)라고...
세상 인심이란, ㅡ
그저, 그런 것이 아니겠소?!"
 
"그런데, 물어봅시다. ㅡ
일해 주고 먹을 것 싸오려고
간 것이라기보다는 ..."

"예, 솔직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녀를 한 번이라도 더
보려고 간 것입니다."

"그 처녀인들 얼마나 괴롭겠습니까 ? 
저도 괴롭습니다." 

"남들은 저 보고 쓸개도 없느냐 ?"고
하면서 멸시와 천대를 하였습니다." 

"그리도 배가 고파서 이 집 일을
해주느냐고 별의별 소리롤 다했지만 저는 괘념치 않았습니다."
 
"저는 다만, 한 번만 이라도 이전에
제 사람으로 만들어 앉히려던
그 신부가 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차라리,먼 발치에서라도 안 보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인데... 그녀도 분명
괴로워하는 눈치였습니다."
 
"우리집이 이리 기울기 전에는
얼마나 정이 있었는지 모른답니다." 

"그러나 이제는..."

"자, 그렇다면 이렇게 한숨만 쉴 일이
아니군 그래,나랑 다시 그 집에 가세나.

가서 일을 꾸며 봐야지." ㅡ

이렇게 신바람 나게 말하면서,
"박 문수" 어사는 그 총각을 데리고
잔칫집으로 갔다.ㅡ 

그 집에서는 "쓸개 빠진 놈이 무슨
좋은 일이 있다고 또 왔느냐" 하면서
"이제는 늙은 거지까지 하나 더 데리고 왔다면서,

그런다고 내일 시집갈
신부가 너를 보러 나오기라도
하겠느냐"라는 등,ㅡ
 별의별 험담이 터져 나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총각과 "박 어사"는
그 집에 일도 거들어주면서,
날이 새기를 기다렸다. ㅡ

ㅡ한편, 이 고을 원님은
이상한 편지 한 통을 받았다. ㅡ

"내일, 사또는 사시(巳時,10시경)에
관원들을 대동하고,ㅡ
아무개 진사댁으로 행차해 주시오."

"그리고는, 후행(後行)을 왔다고
하면서 나와 신랑을 찾으시오."

특별히 신분을 밝히는,
ㅡ 암행어사 박 문수 書(서)ㅡ

그리하여, 고을 원님까지
이 혼사에 끼어 든 것이다. 

이튿날, 사시(巳時-오전10시)가
되니까, 고을사또가 육방관속을
거느리고 진사댁에 나타났다.ㅡ

신랑이 입을 옷까지 다 마련하여서
나타난 것이다. 

이러니 신부집에서는 난리가 났다.
정작, 혼인식은 오시(午時, 12시)인데
어찌 한 시각이나 빨리 신랑의 후행이 왔다는 말인가 ? ㅡ

고을사또가 어찌 이 혼사와 관련이
있어서 나타났을까 ?

그 궁금증 뿐인가 ?
일은 더 크게 벌어졌다. ㅡ

사또가 큰 소리로 진사에게 물었다.

"박 문수 어사께서는 어디 계시는가 ?"

"아니, 박 문수 어사 라니요 ?
그런 분이 여기에 올 턱이 있나요 ?"

다들 이러는 때에, 늙은 거지로 취급
받으면서 일을 하던 그 이상한 손님이
앞으로 썩 나서면서, ㅡ

"허허허, 누가, 나 어사요ㅡ 하고
나타 난답니까 ? "하면서 ,
허리에 찬 마패를 내어보이며 ㅡ

"날쎄, 내가 박 문수 로구먼."ㅡ

이러니까, 그곳에 있던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ㅡ
감히, "박 문수어사"에게 그들이
얼마나 무례하게 굴었던가 ?ㅡ 

고을사또가 물었다.

"어사 영감, 신랑은 어디 있습니까 ?"

"음, 이 애가 내 조카일쎄 ㅡ
원래 우리 형님이 살아 계실 때 ,
이 집 진사딸과 정혼한 사이가
아니었던가 ?"ㅡ
 
"그런데, 형님집의 가세가 기울었다고 해서

우리 조카가 이런 비감한 꼴을
당하고 있으니 숙부된 나로써 어찌
마음이 편하겠소 ?" 

"나라 일도 중요하지만, 우리 집안의
조카 일도  중하지 않겠소이까 ?"

"하하하, 자 조카야, 아니 이 집 새신랑아, 
어서 사또께서 마련하여 온, 신랑옷을 입고

대례청(大禮廳)에 나서거라.ㅡ
진사댁도 이 혼사를 감히 거부하지는
못할 것이니라."ㅡ 

진사는 사색이 되어서 말하였다.

"저저, 그렇다면 오시(午時-12시)에
올 신랑은 어찌 합니까 ?" 

"사시는 사시고, 오시는 오시요"ㅡ
일의 선후가 있으니까 ,
이 혼사 먼저 치르시오."ㅡ

"아무리 어사님 이시라지만, ㅡ
이번 일은 너무하십니다